황금돼지띠, 젤다의 전설 가논 등 게임 속에 등장 각종 돼지 캐릭터 살펴보기

황금돼지의 해, 기해년(己亥年)이 60년만에 돌아왔다. 유통업계에서는 저마다 황금돼지를 이용한 마케팅이 한창이다. 분명 12년 전 정해년(丁亥年)에도 황금돼지의 해라며 떠들썩했던 기억이 있는데, 알고보니 깜박 속았다. 정해년의 정(丁)은 붉은색, 기해년의 기(己)는 황색을 뜻하므로 올해야말로 진짜 황금돼지의 해가 된다는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최근들어 게임 속에서 돼지가 부쩍 많이 등장하는 모양새다.

서양에서는 돼지를 부정적인 가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돼지는 탐욕과 불결함의 상징이다. 끊임없이 먹을 것을 탐하고, 자신의 분변에 몸을 뒹구는 돼지의 습성 때문일 것이다.

구약성경에는 “돼지는 굽이 갈라지고 그 틈이 벌어져 있지만 새김질을 하지 않으므로 너희에게 부정한 것이다. 너희는 이런 짐승의 고기를 먹어서도 안되고, 그 주검에 몸이 닿아서도 안된다”(레위기 11장)라는 말이 나온다. 이 때문에 유대교는 돼지를 부정한 동물로 간주하고,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또 신약성경에도 사람의 몸에서 쫓겨난 귀신들이 돼지로 들어간다는 내용이 있다. 꼭 종교적인 이유 때문은 아니겠지만, 서양인들에게 돼지는 친숙함과는 거리가 먼 동물이다.

이러한 인식은 게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서양에서 인기 있는 게임에 등장하는 돼지들은 대부분 혹멧돼지(워트호그)와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엄니를 갖고 있는 위협적인 존재다. 한눈에 봐도 때려 잡거나 도망쳐야 하는 나쁜 놈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게임 속 돼지는 아무래도 닌텐도의 ‘젤다의전설’ 시리즈에 나오는 ‘가논(Ganon)’이다. 시리즈의 상당수에서 보스몬스터로 등장하는 가논은 돼지 또는 인간의 모습인데, 돼지의 형태로 삼지창을 휘두르는 가논은 특히 더 흉악하다.

락스타게임즈의 호러게임 ‘맨헌트(Manhunt)’에는 돼지를 콘셉트로 한 보스몬스터가 출연한다. ‘Piggsy’라는 이름의 이 몬스터는 사실 엄밀히 말하면 돼지머리를 뒤집어 쓴 중년의 인간이다. 나체로 전기톱을 휘두르며 유저를 쫓아오는 비주얼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겼다.

비헤이비어 인터랙티브의 비대칭 생존게임 ‘데드바이데이라이트(Dead by Daylight)’에도 돼지머리를 한 여성 킬러 캐릭터가 있다. 영화 ‘쏘우’의 악역인 ‘아만다 영’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캐릭터로, 이름 또한 아만다 영이다. 영화에서 그랬듯 생존자의 머리에 타이머가 달린 트랩을 끼워 넣는다.

블리자드의 FPS게임 ‘오버워치’에는 무자비한 살인마 ‘로드호그’가 등장한다. 이름부터 hog(돼지)인 이 캐릭터는 초기 콘셉트아트에서 돼지머리 캐릭터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후 저팔계를 모티브로 한 스킨이 추가되며 더욱 돼지에 가까워졌다.

물론 서양게임에 등장하는 돼지들이 모두 살인마는 아니다. 모장의 ‘마인크래프트’에는 귀여운 분홍돼지 ‘루벤’이 나오며, 로비오 엔터테인먼트의 ‘배드피기(Bad Piggies)’에도 귀여운 돼지들이 활약한다.

그렇다면 한국을 비롯한 동양권은 어떨까.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나 ‘돼지우리같다’ 등의 말을 사용할 정도로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긍정적인 시각도 많이 존재한다. 불교에서의 12지신장 중 하나인 정해신장(비가랄대장)은 가족을 보호해주는 좋은 신이다. 특히 한국에서 돼지는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기도 하다.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사고, 이발소에는 으레 어미돼지의 그림이 걸린다. 또 불국사에 있는 황금돼지에는 소원을 비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동양 게임의 돼지들은 대부분 귀엽다. 한국 온라인게임에서 가장 유명한 돼지를 꼽으라면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에 나오는 리본돼지를 빼놓을 수 없다. ‘메이플스토리’ 초기 시절부터 존재했던 몬스터인 리본돼지는 일반 돼지보다 강하다는 표시인 붉은 리본을 달고 다닌다. 이후 귀여운 외모로 꾸준한 사랑을 받다가 다양한 배리에이션으로 발전했으며, 이제는 ‘메이플스토리’를 대표하는 마스코트로 자리잡았다.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시리즈에 등장하는 동물들 중에는 돼지 캐릭터인 ‘핑키’가 있다. 음식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귀여운 아기돼지다. 핑키는 ‘애니팡 사천성’에서 주인공 캐릭터로 발탁되기도 했다.

반다이남코의 PS4 액션게임 ‘일곱 개의 대죄 ~브리타니아의 여행자~’에는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는 돼지 ‘호크’가 등장한다. 호크는 원작에서의 매력있는 감초 역할로 많은 사랑을 받은 캐릭터다. 주로 잔반처리를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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