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개발사 시절, 수퍼맨 발차기로 DC코믹스와 마찰

[앨런 애드햄 블리자드 부사장(왼쪽)]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유명 IP를 잇따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명 개발사 시절 IP 홀더인 DC코믹스로 인해 생긴 설움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외신 IGN에 따르면 앨런 애드햄 블리자드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블리즈컨에서 ‘RPM 레이싱(1991)’, ‘길잃은 바이킹(1992)’, ‘수퍼맨의 죽음과 귀환(1994)’, ‘저스티스리그 태스크포스(1995)’, ‘워크래프트(1994)’, ‘월드오브워크래프트(2004)’ 등 자신이 개발에 참여한 블리자드 게임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이 중 ‘저스티스리그 태스크포스’는 블리자드에게 있어 큰 전환점이었다고 앨런 애드햄 부사장은 설명했다. 이 게임은 블리자드가 아직 신생 개발사였을 때 DC코믹스의 IP를 기반으로 만든 대전격투게임이다. 수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그린애로우, 플래쉬, 아쿠아맨이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는 “당시 우리는 매우 유명한 IP를 따내게 되어 매우 흥분했다. 큰 영광이었다”며 “하지만 얼마 안되어 위축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계약상 각 캐릭터의 디자인을 게임에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DC코믹스의 승인을 일일이 받아야 했는데, DC코믹스측에서 “수퍼맨은 발차기를 하지 않는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저스티스리그 태스크포스’]

대전격투게임의 캐릭터 중 하나가 발을 쓸 수 없다는 것은 개발사인 블리자드에게 큰 난관이었다. 앨런 애드햄 부사장은 “다른 캐릭터들은 모두 발차기를 쓰는데, 한 캐릭터만 발차기를 쓸 수 없는 대전격투게임을 어떻게 만들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고민 끝에 블리자드 개발팀은 수퍼맨이 실제로 발차기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수십권의 수퍼맨 만화책을 사들였다. 곧이어 블리자드 직원 전부가 총동원되어 만화책을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발차기 장면을 찾지는 못했다. 대신 수퍼맨과 둠스데이의 대결에서 수퍼맨이 무릎 공격을 하는 장면을 발견했다.

앨런 애드햄 부사장은 “우리는 수퍼맨이 발차기를 할 수 있다고 (DC코믹스에) 지적했다”며 “아니면 적어도 무릎 공격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저스티스리그 태스크포스’가 출시됐을 때 수퍼맨이 발을 쓰는 동작은 결국 들어가지 못했다.

[수퍼맨 애니메이션 中(본 기사 내용과 무관)]

앨런 애드햄 부사장은 그 시점부터 자신의 IP를 만들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게임을 만들 때는 세계관과 캐릭터를 직접 창조해야 즐거움이 커진다”고 밝혔다.

‘저스티스리그 태스크포스’를 만들 때 DC코믹스가 수퍼맨의 발차기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이전에도 제기된 바 있다. 수퍼맨이 등장하는 다른 게임에서도 발을 쓰는 모습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이 아닌 만화에는 종종 수퍼맨의 발차기가 등장한다. 또한 2008년에 미드웨이가 출시한 대전격투게임 ‘모탈컴뱃 vs DC 유니버스’에서는 수퍼맨이 특정 조건을 만족시켰을 때 발차기를 쓰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모탈컴뱃 vs DC 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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