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from 던전] 카카오 사내밴드 ‘닼밴’ 사내 공식 데뷔 무대 현장을 가다

지난 12월 2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오피스에서는 2018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가 열렸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부터 조수용, 여민수 대표 등 카카오 임직원들이 모두 참석한 이날 송년회에는 특별한 무대가 펼쳐졌다. 바로 카카오의 사내 밴드 ‘닼밴’의 라이브 무대였다. 직원들이 직접 회사의 송년회 오프닝 공연을 맡은 것이다.

무대에 오른 닼밴 멤버들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큰 사랑을 받은 밴드 퀸의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로 공연을 시작했다. 이어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돈 스톱 미 나우(Don't Stop Me Now)’ 등 퀸의 히트곡들이 연이어 라이브로 선보였다. 멤버들의 연주와 노래에 사원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카카오의 송년회에는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묻어났다. 송년회라고 하면 다소 무겁고 지루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사내 공연이나 파티에 가까웠다.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이 이어지자 신해철의 ‘그대에게’를 마지막으로 이날의 공연을 마무리지었다.

공연을 마친 닼밴 멤버들은 “정말 재미있고 즐거운 무대였다”며 소감을 전했다. ‘닼밴’은 다음카카오 시절 다음의 ‘다’와 카카오의 ‘ㅋ’을 합쳐서 만든 말이다. 2008년부터 사원들끼리 사내 밴드 동호회 활동을 해왔으나, 공식적으로 사내 행사에서 연주를 한 적은 없다. 보컬로 활동중인 비즈개발실의 김희정씨(베카)는 “닼밴이 사내에서 공연을 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며 “사내 공식 데뷔일이라 할 수 있다”며 웃음을 보였다.

닼밴의 오프닝 공연은 송년회를 준비하는 TF 팀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송년회를 한 달 앞두고 공연이 정해져, 1주일마다 한곡씩 합을 맞춰왔다고 한다. 퀸 노래를 선곡한 이유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이성재씨(브로디)는 “송년회 분위기를 생각했을 때 관객들이 따라 부를 수도 있고, 신나는 퀸의 노래가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닼밴의 멤버는 35명이다. 카카오를 비롯해 카카오M, 카카오 모빌리티 등 다양한 직원들이 밴드 음악을 하기 위해 매주 연습을 한다. 전략인사실 진정현씨(더스틴)는 “과거에는 밴드가 알음알음 활동했기에, 사내 밴드가 있는지 모르는 직원들도 있었다”며 “2017년부터는 사내 밴드를 많이 알렸고, 덕분에 회원 수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닼밴은 매년 상반기에 동호회 회원들끼리 새로운 팀을 만들어 활동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회원들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 장르와 세션 구성 등을 생각해 팀에 참여한다. 실제로 팀이 꾸려지는 것은 3~4팀 정도라 한다. 콘텐츠부문 김민영씨(다크)는 “각자의 취향이 다르기에 서로 맞는 경우도,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보통 팀을 꾸리는 것에만 한 달이 걸린다”며 웃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팀들은 1년에 한번 홍대에서 정기 공연을 펼친다. 정기 공연 티켓은 카카오 사원들이나 지인들에게 유료로 판매하며, 티켓 수익은 모두 기부한다. 닼밴의 정기 공연은 매년 200명에 가까운 관객들이 공연장을 채울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올해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무대를 즐기기 위해 판교 커먼키친에서 한 차례 더 공연을 가졌다.

(사진 왼쪽부터 카카오 CEO Staff 김형석, 전략인사실 진정현, 멜론개발실 이형규, 비즈개발실 김희정, 카카오모빌리티 이성재, 콘텐츠부문 김민영, 멜론개발실 황교빈, 멜론개발실 이재현)

김민영씨는 “해마다 새로운 음악이나 스타일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이 좋다”며 “대학교 스쿨밴드 시절에는 늘 비슷한 음악만 했는데, 닼밴을 하면서는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희정씨는 “정기공연이 끝나고 나면 가는 홍대 바가 있는데, 다들 너무 잘 논다”며 “공연만 생각하면 부담스러운데, 공연 이후 노는 모습들이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사내에서 합주를 하는 다른 게임사 밴드들과 달리, 카카오는 사내에 합주할 공간이 없다. 그래서 닼밴 멤버들은 평일에 퇴근 후 정자나 수내, 혹은 양재로 이동해 합주실을 빌려서 연습을 한다. 주말에 따로 모여 합주를 하는 팀도 있다고 한다. “사내에 합주실이 생기면 참 좋겠다”고 말하자 멤버들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올해 닼밴의 동호회장은 김희정씨였으나, 내년에는 진정현씨가 회장을 맡는다. 닼밴은 1년마다 돌아가면서 회장을 맡는다. 진정현씨는 “동호회 내에서 베이스의 가뭄이 심하다”며 “공연에 목마른 회원 분들, 그리고 베이스 연주자를 간절히 원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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