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블록체인법학회 학술대회... 잦은 분쟁 발생, 조속한 입법 필요

블록체인법학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공동 주최하는 학술대회가 지난 12월 10일 열렸다. 현직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법조인들이 모여 블록체인과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인사이트를 얻는 시간이 되었다.

초대 블록체인법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이정엽 판사(대전지방법원 부장판사)는 개회사를 했다.

“블록체인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시대적 요청이다. 진정한 의미의 정보사회로의 빠른 변화 속에서 정보가 디지털로 포착되어 시공간의 제약을 초월하는 의미를 가진다. 인간은 교환하는 존재인바 이제 모든 교환대상을 토큰화하여 가치이전을 혁신하는 시대가 오는 것으로 본다. ‘블록체이니즘’으로 표현되는 새로운 사회로의 진보의 요청은 현재 기술의 미비나 제도의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완하면서 현재의 사회를 새로운 네트워크 사회로 나아가도록 할 것이며, 따라서 이는 인류 문화가 한 단계 성숙하기 위한 필요적 개념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블록체인과 관련된 제도의 미비점과 사회의 비판적 인식이라는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는데 있어 제도적 법률적 뒷받침의 중요성에 대해 지적하고 이를 위해 법조인들이 기여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는데 있어 큰 성과가 있었다.

특히 이번 학술대회에서 인상 깊었던 연구주제는 암호화폐와 관련한 민사법적 쟁점과 관련하여 실무적으로 강제집행의 가능성에 대한 박영호 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의 발표였는데 이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암호화폐와 강제집행 가능성*

암호화폐와 관련한 분쟁이 발생하면 이를 실무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개념의 정립이 필요하다. 최근 암호화폐(비트코인)의 법적성질과 관련한 중요한 판레 중 하나인 대법원 2018.5.30. 선고 2018도3619판결이 선고되었는데 위 판결이 1심부터 진행되는 과정에서 암호화폐의 법적 성질에 대한 첨예한 다툼이 있었다.

당초 1심에서는 비트코인은 물리적실체가 없는 전자파일에 불과하므로 몰수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으며, (비트코인을 몰수당할 예정인) 피고인의 경우도 비트코인은 정부에서 그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시세가 실시간으로 급변하며 그 가치를 객관적으로 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은 10분마다 거래기록이 갱신되므로 동일성이 인정될 수 없어 몰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형법상의 몰수의 대상이 ‘물건’인 경우와 달리, 범죄수익은닉처벌등에 관한법률에 따른 몰수의 대상은 ‘재산’으로 확장하여 사회통념상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는 이익일반을 의미한다는 것을 전제로 비트코인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였고, 몰수의 대상으로 보았다.

위 대법원 판결은 비트코인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한 최초의 판례로서 ① 비트코인의 경우 예정된 발행량이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무한정 생성 복제 거래되는 디지털 데이터와는 차별화 되며, ②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진술한 ‘비밀키’를 근거로 비트코인을 특정한 다음, 위 비트코인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에 이체하여 보관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고, 위와 같은 이체기록이 블록체인을 통해 공시되어 있으므로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정보가 10분마다 갱신된다는 점만으로는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비트코인 거래소를 통해 일정한 교환비율에 따라 법정화폐로 환전이 가능하며, ④현실적으로 비트코인에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⑤ 해외에서도 비트코인을 몰수한 사례가 있는 점 등을 논거로 비트코인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였고, 비트코인을 범죄수익은닉처벌등에 관한법률에 따른 몰수의 대상으로 인정하였다.

비트코인 즉 암호화폐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한 위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이후 민사적으로도 암호화폐를 객체로 하는 압류나 강제집행을 신청하는 사건이 증가되고 있는 추세이다.

우선 채무자 개인의 전자지갑에 보관된 암호화폐의 경우 현행 법제도 아래서는 보전처분 및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암호화폐의 경우 동산 집행의 가능성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으나 현행법령상 유체동산의 집행 대상이 되기 어렵고, 실무상 집행의 어려움으로 인해 유체동산 집행대상으로 보기 힘들다. 게다가 채무자 개인의 전자지갑에 보관된 암호화폐의 경우 개념상 제3채무자의 존재를 상정하기 곤란하므로 현행 법제하에서는 이를 집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법제화를 통하여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다.

반면에 거래소를 통하여 취득한 전자지갑에 보관된 암호화폐는 채무자가 이용하는 거래소를 제3채무자로 하는 압류 가압류 명령이 가능할 것이다. 거래소와 채무자는 암호화폐 거래와 관련한 약관에 의해 계약이 체결되어 있으며 그 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거래소에 대해 가지는 금전반환청구권 등의 채권을 가압류 하는 형태의 방법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결국 거래소를 제3채무자로 하는 강제집행이 이루어지는 경우 제3채무자인 거래소로서는 채무자 소유 암호화폐나 그 암호화폐의 거래 등을 통하여 취득한 거래소 사이트의 원화 포인트(KRW) 등을 채무자에게 지급 금지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압류한 암호화폐의 현금화 절차와 관련하여서는 추심 전부명령 특별현금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다만, 특별현금화 방식에 의해서는 채무자 소유의 전자지갑의 비밀키를 채무자로부터 취득할 수 있는 집행 절차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불가능하며, 결국 암호화폐 채무자의 협력을 요하는 형태로서 채무자가 암호화폐를 인도하지 않는 경우에는 늦어진 기간에 따라 일정한 배상을 하거나 즉시 손해배상을 하도록 명하는 간접강제의 방식이 현행법제하에서의 합리적인 해결책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하급심에서는 암호화폐 출급청구권을 압류한 사례가 존재하고, 가상화폐 전송 매각 등 이행청구권을 대상으로 한 사례, 가상화폐 반환청구채권을 가압류의 대상으로 삼은 사례, 암호화폐 지급청구권을 가압류의 대상으로 삼은 사례가 등장하고 있어 실제 암호화폐를 상대로 강제집행이나 보전처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암호화폐와 관련한 분쟁이 늘어난 만큼 이에 대한 집행이나 보전절차의 필요성도 대두하고 있다. 현행법제로 해결이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입법이 마련될 때까지는 혼란이 예상될 것이기에 조속한 입법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글쓴이=김태림 법무법인 비전 변호사 taerim0725@naver.com    

김태림 변호사는?

법무법인 비전 소속 변호사로 법조계에서 ‘공대 출신’ 특이한 이력을 가진 변호사다. 그는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를 졸업하고,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그가 맡은 가상화폐거래소 코인이즈((주)웨이브스트링)가 NH농협은행을 상대로 입금정지조치금지가처분을 신청한 사건을 법원에서 2018년 10월 29일 인용 결정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는 법원이 정부의 가상화폐(암호화폐)거래소에 대한 규제 정책에 제동을 건 최초 사례다. 현재 코인데스크코리아의 암호화폐평가분석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IT분야와 동물보호 관련 칼럼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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