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명만큼 강렬한 강풍 몰고온 블리자드...록스타 같은 글로벌 인기 '전설' 우뚝

게임별곡 시즌2 [블리자드]

블리자드라는 회사는 전 세계인이 누구나 다 아는 게임 업계 최고의 회사 중 하나일 것이다. 설사 블리자드라는 회사의 이름은 모른다고 해도 한국인이라면 최소한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만큼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블리자드는 그 이름만큼이나 강력하고 위엄있는 게임을 만들어 내면서 언제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현재도 PC방에 가면 블리자드의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요즘 PC방에서 가장 많이 하는 총싸움게임은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서든어택’ 중에 하나다. (서든어택은 진짜 오래간다). 그 ‘오버워치’ 또한 바로 블리자드의 게임이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로고]

비단 ‘오버워치’ 뿐만이 아니다. 블리자드는 ‘와우’로 통칭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온라인 RPG를 서비스한다. ‘와우’는 전성기에 비하면 많이 쇠퇴한 모습이지만 아직도 그 생명력이 건재하다. 그 외 ‘디아블로’ 역시 많은 마니아들이 언제나 최신작을 기다리며 새로운 모습에 열광하는 초 인기 아이템이다. 한 때 전 국민을 이름도 생소한 e스포츠의 세계로 이끌었던 ‘스타크래프트’는 말할 필요도 없고, 그 이전에 출시한 ‘워크래프트’ 시리즈 역시 최고의 RTS게임으로 극찬 받았던 명작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 II]

블리자드라는 회사의 이름처럼 그들의 게임들은 매섭고 강력하게 온 세상을 휘저어 놓았다. 사실 블리자드라는 회사 이름은 기후현상을 일컫는 말인데 비슷한 종류로 태풍(Typhoon), 허리케인, 사이클론, 토네이도 등이 있다. 차이점이라면 허리케인, 사이클론, 태풍 등은 모두 열대성 저기압을 이르는 말인데 지역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다르다. 우리나라와 일본에 매년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강력한 폭우를 동반하는 열대성 저기압은 통칭 태풍으로 칭하지만, 북대서양, 카리브해 일대의 열대성 저기압은 허리케인으로 부른다. 인도양, 아라비해 쪽은 사이클론이라 부르고, 토네이도는 열대성 저기압 현상을 일컫는 말이 아니라 바람끼리의 충돌로 발생하는 거대한 회오리 현상을 말한다.

[Diablo]이미지: 유튜브(/watch?v=jcc2zc5PNsQ)

이 중에서도 블리자드는 일단 열대성과는 정반대의 남극지방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추위와 강한 눈보라를 동반하는 강풍 현상을 뜻한다. 미국의 경우 주로 겨울 철 불어오는 극심한 추위의 서북풍으로 알려져 있다. 블리자드의 창업자인 마이크 모하임은 이 이름을 무척 마음에 들었다고 회고한 적이 있을 정도로 이름 자체가 주는 의미도 강렬했다.

필자도 게임 회사를 창업할 때 이름을 두고 한참 고민하던 적이 있었는데, 블리자드의 이름이 너무나 강렬하고 와닿는 의미였기 때문에 같은 종류의 바람 이름을 쓰면 어떨까 하고 한 동안 전 세계의 바람 이름을 조사하고 다닌 적도 있었다. 후보 중에는 ‘시로코(사하라 사막에서 지중해로 부는 열사풍의 종류)’도 있었는데 이미 차 이름으로도 있었고 다른 회사에서 이름을 먼저 써버렸다. 그 외에도 치누크(로키 산맥 건조한 바람), 보라(알프스 산지에서 아드리아 해로 부는 한랭풍), 부란(북극해 연안) 등의 많은 바람 이름이 대상에 올랐지만 그 어떤 이름도 ‘블리자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 때 바람 이름을 조사하면서 느낀 것은 전 세계에 엄청나게 많은 이름이 있다는 것이며 바람의 종류도 하나의 학문으로 불릴 만큼 심오하고 깊은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점이었다. 자주 들어보던 계절풍뿐만 아니라 열대계절풍, 반대계절풍, 해풍, 육풍, 무역풍, 탁월풍, 우세풍, 지균풍, 진선풍, 편동풍, 해륙풍, 국지풍, 상층풍, 선형풍, 극동풍, 경도풍 그 외에도 정말 엄청나게 많은 바람의 세계가 있었다. 한 동안은 전 세계의 바람 이름만 줄줄 외우고 다니며 주변 사람들에게 신나게 설명했지만 그 당시 아무도 관심 갖고 들어 준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필자가 이렇게 까지 바람 이름에 대해 주절주절 말이 많은 이유는 수 많은 바람 이름을 조사하면서 그 어떤 이름도 ‘블리자드’ 만큼의 강력하고 세련되며 핵심을 파고드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름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부러운 이름을 가진 회사이기 때문에 블리자드를 볼 때마다 그 이름이 너무나 부럽다. 물론 이름값 못하는 회사라면 말이 다르겠지만, 블리자드는 정말 회사 이름값만큼 멋진 게임들을 많이 만들었다(그래서 더 부럽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처음부터 블리자드는 아니었다.

[그들이 생각했던 실리콘(컴퓨터, IT)과 시냅스 – ‘아 이거 또 설명해야 되나?’]
이미지: 유튜브(watch?v=AHz2ky-jng8)

마이크 모하임이 처음으로 만든 회사는 블리자드의 전신이라 불리는 '실리콘&시냅스(Silicon & Synapse)'라는 회사였다. 처음 회사를 만들 때는 무언가 IT와 관련 된 회사이기 때문에 IT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실리콘(실리콘 밸리)’이라는 단어와 뉴런에서 나온 신경전달물질이나 뉴런의 세포막에 형성된 전류를 통과시키는 통로인 ‘시냅스’라는 의미를 조합하여 무언가 IT 세계의 신경전달 물질의 통로 같은 심오하고 형이상학적인 의미를 담아 회사 이름을 만들었다. 하지만, 나중에 엄청 후회했다고 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회사의 이름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놈의 회사 이름을 ‘실리콘 & 시냅스’입니다’라고 말할 때마다 ‘실리콘이야 그렇다 치고 시냅스는 뭐요?’라고 묻는 사람들 때문에 정작 중요한 사업 내용에 대한 브리핑보다는 시냅스에 대한 설명만 하다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자신의 대의를 담은 이름의 의미를 이해 못하는 속세인들에게 많은 실망을 했었다.

[블리자드 창업자 마이크 모하임]이미지: 유튜브(watch?v=AHz2ky-jng8)

철학적이고도 형이상학적인 ‘실리콘&시냅스’라는 이름의 회사를 창업한 1991년에서 현재 2018년까지 무려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요즘도 길거리에 나가 ‘시냅스가 뭐죠?’라고 묻는다면 아마 필자의 추측일 뿐이지만 제대로 의미를 알고 답하는 사람은 100명중에 한 두 명 있을까 말까 하지 않을까 싶다. 

창업자인 마이크 모하임과 앨런 애드햄 두 친구는 대학 때 처음 인연을 맺었는데, 여기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너무나도 유명한 일화라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여느 IT 권위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학창 시절 컴퓨터라는 새로운 문물에 영혼을 팔아가며 하루하루를 소진하고 있었을 당시 재학 중이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의 컴퓨터 연구실에서 처음 만났다. 컴퓨터실에서 자주 보다 보니 서로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 받는 사이까지는 아니었지만 마이크 모하임은 앨런 애드햄에게 무언가 친근감을 느꼈던 모양이다.

어느 날은 앨런 애드햄이 작업 중 커피를 가져오기 위해 자리를 비우고 이 때 마침 옆에 있던 마이크 모하임은 그 특유의 장난기가 발동하여 앨런 애드햄의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자신이 쓰고 있는 비밀번호인 ‘Joe’로 바꿔 놓았다고 한다(이거 범죄행위 아닙니까?). 자리에 와서 비밀번호가 맞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고 당황하는 앨런 애드햄을 보며 마이크 모하임은 ‘비밀번호가 맞지 않는다고요? 이상한데?.. 잠시만 제가 한 번 봐도 되겠습니까?’하며 자신이 해결해주는 무언가 마법과 같은 일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는 달리 자리에 돌아온 앨런 애드햄은 태연하게 비밀번호를 바로 입력하고 다시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이크 모하임은 마법을 행하는 입장에서 졸지에 상대방의 마법과 같은 일을 목격하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궁금해하는 관객의 입장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풀 수 없는 신비한 마법과 같은 일이 아니었고 알고 보니 앨런 애드햄의 비밀먼호 역시 ‘Joe’였던 것이다.

[그 날의 패스워드 사건 – 사진(앨런 애드햄)] 이미지: 유튜브(watch?v=AHz2ky-jng8)

하지만, 필자는 이것이 사실 또 다른 의미에서 마법과도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평생을 서로가 다른 장소에서 그리고 다른 환경에서 살았던 두 사람이 운명적으로 한 대학의 컴퓨터실에서 만나고 그 둘의 비밀번호가 같았다. 그렇게 마이크 모하임과 앨런 애드햄을 한 장소에서 만나게 하고 이어주게 만든 것이 바로 마법과 같은 일이 아닐까?

이 날의 패스워드 사건을 계기로 마이크 모하임과 앨런 애드햄은 둘도 없는 절친(베프!)이 되었고 졸업 후 컴퓨터 관련 업종에서 자신들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원대한 포부를 나누고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다. 다만, 두 사람은 진로 결정에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다. 마이크 모하임은 비교적 자유분방하며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와 함께 즐겨 했던 카드게임이나 보드게임들을 하면서 게임에 대해 자신이 느꼈던 재미와 감동을 컴퓨터 게임으로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 재미와 감동을 전해 주려는 생각이 있었다.

[앨런 애드햄 – 좋은 직장 가서 오래오래 행복하고 싶어용]이미지: 유튜브(watch?v=AHz2ky-jng8)

하지만, 앨런 애드햄은 전형적인 백인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고 그의 부모의 기대에 따라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대학을 나와서 좋은 직장에 취직해 안정적이고 오랫동안 자신이 관심 있는 직종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공부 잘해라. 공부 잘해서 인서울 4년제 상위권 대학에 가라. 그래야 좋은 직장(S모사 L모사 등)간다’와 같았다. 반면에 마이크 모하임은 이미 갖춰진 큰 물에서 놀기보다는 자신의 손으로 시작해서 의미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보고 싶은 중소 게임업체를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이다.

[프랭크 피어스 – 나까지 해서 블리자드 창업 3총사]이미지: 유튜브(watch?v=AHz2ky-jng8)

결국 앨런 애드햄은 졸업 후 지금도 하드 디스크로 유명한 웨스텐디지털(WD)에 취직했고 그의 바람대로 고용불안이나 회사의 재정적인 위기 없는 안정적인 인생이 펼쳐지는 듯 했다. 블리자드의 초기 시절에 대한 얘기들을 보면 앨런 애드햄도 게임에 관심이 많아서 마이크 모하임과 같이 게임 회사를 차렸다와 같은 얘기가 많은데, 실제로는 처음부터 같이 회사를 차려 시작한 것이 아니라 앨런 애드햄은 일찌감치 그의 진로를 결정하고 결국 대기업에 입사해 버렸다.

물론 앨런 애드햄도 게임에 관심은 많았지만 앞날이 불투명한 위험보다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오래갈 수 있는 일을 원했기 떄문에 그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던 마이크 모하임은 앨런 애드햄을 비난하기보다는 설득하는 것을 선택했다. 얼마나 끈질기게 찾아 다니며 설득했는지 결국 앨런 애드햄은 마이크 모하임의 열정과 협박(?)에 못 이겨 지금도 잘 나가는 웨스턴디지털(WD)사를 퇴사하고 마이크 모하임과 함께 같은 대학 동문이었던 프랭크 피어스까지 포함하여 세 명으로 실리콘&시냅스를 창업했다. 

이때가 1991년 2월이었고 회사를 창업하는데 드는 비용 1만5000달러(약 1700만원)는 아직 사회 초년생이었던 그들에게는 엄청나게 큰 액수였다. 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자 마이크 모하임이 그의 할머니에게서 차용증을 쓰고 빌렸다고 한다(전설에 따르면 그 차용증은 아직도 블리자드 본사 비밀금고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창업 초기 – 마이크 모하임]
이미지: 유튜브(watch?v=AHz2ky-jng8)

지난 편의 락스타 게임즈도 그렇고 현재 전설이 되어 있거나 전설이 되어가고 있는 게임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그들의 시작은 비록 미약했지만 결국 창대한 꿈을 이뤄낸 시작은 이렇게 누군가 한 사람의 끈질긴 설득(을 가장한 협박)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최고의 개발자/경영자가 되기 위한 조건 중에 하나는 자신의 꿈을 함께 할 사람들에게 끈질긴 설득을 할 수 있는 집요한 인내심이고 그것은 열정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음편에서는 블리자드 전신 실리콘&시냅스 시절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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