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수 스카이메도우 파트너스 대표 특별기고 “비트코인도 펀드에 낼 수 있다”

[특별기고] 한인수 스카이메도우 파트너스 대표 “비트코인도 펀드에 낼 수 있다”

며칠 전 IEO(Initial Exchange Offering, 거래소공개) 가이드라인 세미나에 참석했다. 발표 후에 암호화폐(가상화폐) 펀드에 관한 많은 질문을 받았다. 최근 암호화폐 펀드에 대해 논란이 있었기 때문인 듯했다. 현장에서 산업 종사자의 여러 견해를 듣고 토의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더 생각하고 정리해 볼 수 있었다.

■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도 펀드에 낼 수 있다

우선 ‘암호화폐는 불법인가?’ 하는 질문이 가장 많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펀드에 내는 재화가 암호화폐이면 불법이냐는 것이다.

펀드에 내는 것이 꼭 현금일 필요는 없다. 펀드의 규약에서 재화로 인정하고 수용하면 어떤 형태의 재화이든 충분히 납부가 가능하다. 암호화폐든, 현찰이든 주식이든, 납부 시점에 가치를 명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면 펀드에서 수용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도 펀드에 낼 수 있다. 객관적인 방법으로 납부 시점의 재화의 가치를 알 수 있으면 가능하다. 그런데 펀드에 인허가가 필요한 경우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해진다.

그렇다면 공모 방식으로 조성한 암호화폐 펀드는 불법인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합법적인 암호화폐 펀드는 매우 많지만 대부분 공모가 아닌 사모의 형태로 조성되었다. 운용 방식도 VC 펀드, PEF, 헤지펀드 등 다양하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공모 방식의 암호화폐 펀드는 흔하지 않다.

세계 각국은 자본 시장에 관한 법률이 있고 공개된 방식으로 자금을 모을 때 적용하는 법이 있다. 공모 규정을 준수하면 암호화폐로 모아도 합법적인 펀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각국에는 공모 펀드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과 제도가 있다.

간혹 불분명한 이유로 암호화폐가 등록되지 않을 수 있는데 각국의 법률 전문가는 이런 문제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자금세탁과 탈세방지, 실명제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이유로 암호화폐 펀드를 배제하기도 한다. 결국 공모 시장에서는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한 규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금이냐 암호화폐냐 하는 것은 규제의 핵심이 아니다.

■ 암호화폐 펀드라고 일방적으로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은 경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업계의 많은 관계자는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가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ICO(가상화폐 기업공개), IEO, 암호화폐 펀드 등에 대한 규제는 자금 조달 방법에 대한 규제다.

공개된 자본 시장에서 사람과 사람이 재화를 주고받는 것에 대한 규정이지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자체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자금 모집이나 판매 관련업을 전개하려면 자본 시장 규제의 원칙, 세부 사항에 대해 잘 알아야 할 뿐 아니라 법률 전문가의 의견을 꼼꼼히 받아야 한다.

자본시장에 관한 법률 역시 모든 법과 마찬가지로 특정 이해 관계자에게만 유리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자본시장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암호화폐 펀드라고 일방적으로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필자가 투자업을 전개하는 미국 시장의 경우 400개 이상의 암호화폐 펀드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소수 집단 간에 사적 계약으로 만들어지는 VC 펀드, 헤지 펀드의 형태가 주를 이룬다. 공모 형태로 모집하는 암호화폐 펀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식 규제 핵심도 펀드에 내는 재화의 형태가 아니라 자금 조달 방법이다.

다수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돈을 모으는 것은 미국 시장에서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미국은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를 몹시 풀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크레디트 스와프, 레버리지 극대화, 등 금융 규제의 완화는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했고 규제 완화의 피해는 납세자와 개인이 고스란히 졌다. 불과 10년 전 일이다.

미국에서 특정 산업 발전을 위해, 자본시장에서 유지되어온 규칙을 허물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규제 완화에는 형평성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자본시장에 준용되었던 균형과 견제의 합의 방식이 애써 무시되어 왔다. 토큰 백서마다 기술된 ‘생태계의 참여자 모두에게 이롭게 한다’는 ‘합의 알고리즘’은 정작 코인의 자금 조달에서는 적용하지 않았다.

암호화폐 발행자는 기부라는 변형된 방법을 통해 일반인 다수를 대상으로 돈을 모았다. 유틸리티 코인 혹은 디지털 재화의 판매라는 형식으로 많은 사람에게 공개적으로 자금을 모았다. 여전히 우회적인 자금 유치를 시도하고 있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반인을 기만하며 수백억의 금액을 모으려고 시도하고 이들도 있다.

ICO라는 손쉬운 자금 조달과 빠른 자금 회수는 그동안 많은 사업자와 투자자를 유인했다. 그러나 대부분 자본시장에서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반칙을 저질렀다. 그런데 그 반칙의 대가는 지금 일반 투자자가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다.

■ 코인 투자는 초기 벤처기업, 스타트업 투자와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필자는 블록체인 기술이 산업에 널리 사용되어 혁신을 이루고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블록체인, 암호화폐와 관련된 기술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신기술에 속한다. 이런 분야에 투자하는 자금은 소위 '모험 자본'에 해당한다. 고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당연히 고위험을 수반한다. 코인에 대한 투자는 초기 벤처기업,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블록체인 산업 발전은 스타트업의 발전, 육성과 따로 떼어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맥락을 같이한다. 그렇지만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개된 시장은 참여자 모두에게 공평해야한다. 특별히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균형이 깨지면 위기는 찾아온다. 정보의 공개, 견제, 감시와 제재 등의 균형이 깨지는 것을 막고 발전시키는 것은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다.

자금 조달을 쉽게 하기 위해 암호화폐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 특별한 법이 마련된다면 산업의 지속적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기술 발전과 제도 발전이 함께 병행되어 모순된 부분을 개선해야한다. 그러나 여전히 그 개혁이 ‘공개된 시장의 게임 규칙’ 즉 정보 공개, 견제, 감시와 제재라는 균형의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글쓴이=한인수 스카이메도우 파트너스 대표 파트너 frank@skymeadowpartner.com

한인수 프로필

스카이메도우 파트너스 대표 파트너
펜타시큐리티시스템 에반겔리스트
NAVER LABS에서 수석연구원
인텔에서 이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전문연구원
KB 인베스트먼트 투자심사역
일리노이주립대학교, 어버나샴페인캠퍼스서 공부
서울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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