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업계 자율 발표...“최소기능 갖춘 제품 15억 규모 이상 토큰 판매”

블록업계와 학계가 힘을 합쳐 자체적으로 만든 IEO(Initial Exchange Offering, 거래소공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1일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KBSA)와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KBIPA), 고려대 암호화폐 연구센터가 공동 작성한 IEO 가이드라인은 한국에서 민간이 제안한 첫 가이드라인이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암호화폐연구센터장은 “ICO(가상화폐 기업공개)나 IEO는 기존에 없던 놀라운 제도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회적인 악영향을 방지하고 한국 블록체인 산업의 부흥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3개의 기관이 뜻을 같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IEO를 ‘거래소 상장 직전에 일정한 자격조건을 갖추고 거래소를 통해 토큰을 판매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최소기능을 갖춘 제품(MVP, Minimal Visible Product)을 구현한 경우에만 15억 규모 이상의 토큰 판매를 할 수 있게 제한한 것. ​

IEO는 최근 ICO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ICO는 해당 토큰의 상장 여부가 불명확하지만 IEO는 거래소를 통해 판매가 보장된다. 이 때문에 한 번 검증을 거친다는 점에서 투자자가 보다 신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승채 CLC 대표는 “ICO는 아파트 설계도만 보고 투자하는 것이고, IEO는 모델 하우스를 보고 매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은 2단계의 레벨로 구성된다. 각 레벨별 토큰 세일 권장 한도를 설정하고 체크리스트에는 기술, 컴플라이언스, 보안, 구매자 보호, 사업성 이렇게 5개 카테고리로 구분돼 있다. 

참여자들은 각 항목별 점수를 스스로 체크하고 레벨별 점수에 해당하는 인증을 획득하고 사용가능하나 셀프 체크 내용은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 단, 이번 가이드라이에서 증권형 토큰은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 

총 1000포인트가 만점인데, 그 중 기술 카테고리가 총 500포인트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MVP가 없으면 마이너스 300포인트를 받게 된다. 또한 토큰 판매 권장 한도를 설정해 체크리스트에 따라 700포인트 이하를 받으면 15억 이하 규모의 토큰 판매만 하도록 권장했다.

신근영 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장은 “MVP를 못 만들면 15억 미만의 자금만 모아서 조직을 갖추는 데 쓰면 된다. 이 정도 자금이면 스타트업이 MVP 만드는 데까지 발전할 수 있다. 더 많은 투자를 받으려면 IPO에 준하는 자격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가이드라인의 메시지다”고 말했다.

15억을 기준으로 한 이유는 정부가 내년부터 크라우드펀딩액 조달금액을 15억 원까지 늘리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행사에 참여한 블록체인 기업들 사이에선 가이드라인 수준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초기 기업들이 IEO를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것.

정상호 크로스체인 대표는 “IEO는 ICO와 상장 중간에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지금 가이드라인은 너무 상장 기준에 가까운 것 같다. 현재 기준으로 초기기업은 IEO를 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우려했다.

신근영 회장은 “가이드라인이 법적 효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IEO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국회와 정부, 학계의 조언을 수용해 2019년 초 보완된 가이드라인을 다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김형중 교수도 “저희는 오늘 암호화폐 산성의 초석 하나를 더 놓았다. 부족한 게 있더라도 의견 주시면 3개월 후 수정본을 다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호현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암호자산의 거래 문화를 선도하겠다”는 취지를 동감했다.

다만 “ICO에 대한 사기성 프로젝트의 남발로 블록체인 산업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하지만 코인이라는 용어 대신 토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려 한 듯하나 코인과 토큰 용어를 혼재하여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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