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LCK 팀들의 롤드컵 성적 부진, 메타만의 문제일까

‘2018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8강 경기가 아프리카 프릭스의 완패로 끝나는 순간, 팬들은 물론 e스포츠 관계자들도 망연자실했다. 중계진들도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한국 대표로 출전한 젠지 e스포츠, 아프리카 프릭스, kt 롤스터는 모두 전멸하고 말았다. 유럽과 북미, 중국 팀들만 남아 개최국인 한국에서 우승컵을 두고 다투게 됐다.

올해 한국 팀들이 우승을 낙관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 몰락하리라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한국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우승을 놓친 적이 없었다. 한국이 단 한 팀도 4강에 오르지 못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경기 내용으로만 놓고 보면 우선 전략, 혹은 전술이 먹혀들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초중반에 드래곤 등을 통해 이득을 챙긴 후, 후반까지 안전하게 스노우볼을 굴리다 승리를 가져오는 것이 LCK 방식 운영이다.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한국은 중국은 물론 유럽, 북미 팀에게도 고전했다. 라인전과 한타 모두 밀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는 e스포츠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올해 롤드컵에 출전한 해외 선수들도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변화된 ‘메타’와 맞지 않는 플레이라는 것이다. 치밀하지 못한 밴픽 과정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팬들의 충격과 실망도 크다. 커뮤니티에는 LCK 운영을 두고 ‘쫄보 메타’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중이다.

하지만 단순히 단지 그 이유만이라고 결론 내기에는 찝찝함이 남는다. 한국이 지금보다 공격적으로 나서기만 한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들어온다. 메타의 변화를 빠르게 체크하고 새로운 전술을 만들어야 한다면, 왜 그렇게 하지 못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그걸 해나갈 것인가. 한국 팀이 롤드컵에서 모두 탈락한 지금, 이제 이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볼 필요가 있다.

최삼하 서강대학교 게임&평생교육원 교수는 “이번 롤드컵에서 한국 팀의 부진은 전략이나 전술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금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에 체계적인 e스포츠 선수 훈련 시스템이나 과학적인 분석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중국 팀의 경우 선수 1명당 10명의 빅데이터 요원이 붙어서 플레이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전술, 훈련 방향 등을 제시한다”며 “실제로 보면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한국에서는 e스포츠에 과학적인 접근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빅데이터를 활용하더라도 매우 원시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 선수들 코치나 감독에 의존하거나, 선수들끼리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스스로 기량을 끌어올리는 방식을 쓴다. 각 구단마다 나름대로의 노하우와 체계가 있겠지만, 큰 틀은 결국 무한 연습이다. 이렇게 해도 대회 성적이 좋았던 것은 한국 선수 개개인의 역량이 세계적으로 뛰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디지털 콘텐츠의 최첨단이라 할 수 있는 게임, e스포츠 분야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독일 e스포츠 전문 빅데이터업체 도조매드니스 관계자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 그는 “한국이 e스포츠에서 뛰어난 것은 선수들의 기량뿐이며, 나머지 시스템은 상당히 낙후돼 있다”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팀 단위로 맞붙는 프로 스포츠에서 선수 개인의 기량에만 의존해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선수들이 매 경기마다 슈퍼플레이를 펼칠 수는 없다.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최 교수는 “사격, 양궁 선수들이 멘탈 트레이닝을 하듯, e스포츠 선수들에게도 그러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 중 선수의 멘탈이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고, 슬럼프가 왔을 때 빠르게 극복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구단은 사실상 없다. 경기에서 솔킬을 당했다고 멘탈이 흔들리거나 게임을 던지고, 경기 후 선수 탓을 하며 온갖 비난이 쏟아지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최 교수는 “프로 스포츠 리그, 프로 구단이라면 새로운 트레이닝 방법이나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선수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구단들도 이제 단순히 훈련 공간 등을 제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야만 한다”고 말했다.

결국 e스포츠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부의 규제 움직임과 부정적인 사회 인식 속에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고 있다. 당장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게임 중독’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보유한 e스포츠 종주국의 현실이다. 삼성과 CJ가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구단 운영을 중단하는 등 국내에서 투자도 쉽지 않다.

어차피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이 망하는 순간까지 한국이 계속 우승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그러한 결과는 대회의 흥행에도 좋지 않을 것이다. 한번 넘어졌으니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는 일만 남았다. 구단은 물론 한국 e스포츠 업계 전체가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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