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MOBA게임 ‘어센던트 원’, 한재호 데브캣스튜디오 디렉터 인터뷰

[김동건 데브캣스튜디오 총괄 프로듀서, 한재호 디렉터(왼쪽부터)]

“리그오브레전드보다 하드코어한 재미로 승부 걸었다.”

넥슨의 MOBA게임 ‘어센던트 원’을 개발한 한재호 넥슨 데브캣스튜디오 디렉터는 10일 넥슨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치열한 MOBA게임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아래쪽에는 후발주자가 끼어들 공간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위쪽에는 아직 가능성이 남았다는 이야기다.

그는 “어센던트 원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보다는 진득하고 하드하게 즐기는 게임을 추구한다”며 “히어로즈오브더스톰이 캐주얼, 리그오브레전드가 중간, 도타2가 하드코어라면 우리는 리그오브레전드와 도타2의 중간쯤”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도타2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하드코어층을 노렸다”며 “리그오브레전드를 이길 생각은 한번도 해본적 없고,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우리 게임만의 작은 포션(일부분)을 만들어가고 싶은 생각뿐”이라고 덧붙였다.

‘어센던트 원’은 ‘마비노기’, ‘마비노기 영웅전’ 등 유명 PC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며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데브캣스튜디오의 PC MOBA게임 신작이다. 그리스 신화 스토리를 바탕으로 SF 요소를 더한 독특한 세계관, 자전하는 구(球) 형태의 전장에서 낮과 밤에 따라 전투의 양상이 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넥슨은 지난 9월 13일부터 공식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게임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얼리억세스 프로그램(EAP)’을 무기한 진행중이다. 이를 통해 유저들의 반응을 적극 수렴해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원래는 몇 차례의 클로즈베타테스트(CBT)만 진행할 생각이었지만, 장르 특성상 몇 주간만 진행하는 테스트를 통해서는 밸런스를 맞추고 완성도를 높이기가 힘들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CBT와 오픈베타테스트(OBT)의 중간인 오픈형 CBT, 다른 말로 EAP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한 디렉터는 “일단 올해 안에 정식 출시하는 게 목표”라며 “하지만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연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대중적 성공 기대 안해…일부분만 차지해도 만족”

‘어센던트 원’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기존 MOBA게임에서 보기 힘든 화려한 그래픽이다. 데브캣스튜디오는 언리얼엔진4를 활용해 높은 품질의 실사풍 그래픽을 구현해냈다. 어센던트(영웅)들의 겉모습도 매우 정교하다. 하지만 쿼터뷰 시점에서 진행되는 탓에 영웅이 작게 보이는 MOBA게임에서는 불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한 디렉터는 “어센던트원을 처음 기획했던 2014년 당시에는 그래픽 수준을 어떻게 할지 미처 결정하지 않았다”며 “때마침 언리얼엔진4가 나오고 물리기반렌더링(PBR)이 대중화되면서 높은 퀄리티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3D 일러스트를 공개했더니 쓸데없이 캐릭터가 고퀄리티라는 말도 들었다”고 웃으며 “일러스트에 나온 캐릭터 그대로를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려한 그래픽 때문에 스킬 효과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왔다. 이 부분은 계속 보완해나갈 예정이다. 한 디렉터는 “기존에 다른 MOBA게임을 즐기던 분들에게는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인 것은 사실”이라며 “문제가 되는 스킬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미흡한 부분은 고쳐나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하지만 전체적인 톤은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게임의 차별성 중 하나인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모델(BM)은 기존 MOBA게임들과 비슷하게 구성한다. 어센던트 로테이션 시스템에 커스터마이징 물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한 디렉터는 “(MOBA게임이 대중화된) 이 시점에서는 강한 유료화 상품을 도입할래야 할 수가 없다”며 “성능이나 밸런스에 영향을 주는 상품은 팔지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커스터마이징 물품의 경우 MMORPG처럼 파츠별로 나누고 조합하는 형태인데, 이를 낱개로 판매할지 세트로 판매할지는 미정이다.

그는 지난 한달여간 EAP를 진행하면서 ‘어센던트 원’의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수치를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솔직히 기대한 것보다는 유저들이 많이 오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충성도 높은 유저들을 많이 확보했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그는 “게임방송을 하는 스트리머들 중에도 우리 게임에 빠져서 열심히 하는 분들이 많다”며 “희망이 보인다”고 했다. 스스로는 “우리 게임이 아예 못만든 게임은 아니구나, 다듬으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어센던트 원, 페미 게임 아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한 디렉터는 유저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어센던트 원’은 2년전 회사에 불어닥친 정치적 이슈와 무관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어센던트 원은 페미 게임이 아니다”라며 “유저들이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목적 하나로 만들었고, 어떠한 정치적인 사상도 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는 넥슨과 데브캣스튜디오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닌, 디렉터 개인의 소견”이라고 강조했다.

2년 전 넥슨은 자사의 게임에 참여한 모 성우가 메갈리아를 지지한 것과 관련, 성우와의 계약을 해지하면서 뜨거운 논란에 휩쓸렸다. 당시 데브캣스튜디오에 근무하던 K씨는 자신을 ‘페미나치’로 소개하며 트위터로 넥슨을 비판하고 메갈리아를 지지하는 발언을 올렸다. 이에 유저들은 데브캣스튜디오에 해명을 요구했으나, K씨의 거취에 대한 공식 발표는 없었다. 이후 데브캣스튜디오가 개발한 게임에는 어김 없이 ‘메갈 게임’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한 디렉터는 “어센던트 원 방송을 몰래 보고 있는데, 한 시청자가 왜 페미 게임을 하냐면서 스트리머와 논쟁을 벌이더라”며 “스트리머는 잘못도 없는데 손가락질을 받는 것을 보고 너무 죄송했다. 유저들을 위해서라도 꼭 이 부분에 대해 해명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분과 어센던트 원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을 개발하는 동안은 기밀정보인 스탭롤을 누설할 수 없는 탓에 소문이 와전되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EAP를 시작하면서 스탭롤이 다 공개됐다. 거기에 개발팀, 사업팀, 운영팀, QA팀, 퇴사자, 넥슨의 지원팀까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람들의 이름이 다 적혀 있다. 하지만 그 분의 이름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발언으로 넥슨에게 피해가 간다면 내가 책임질 문제”라며 “나는 어센던트 원 하나에 목숨을 건 사람이기 때문에 나중에 혼나더라도 이렇게 말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김동건 데브캣스튜디오 총괄 프로듀서도 “2년 전 이슈에 대해 대응이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고, 그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직원들이 공개된 소셜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교육하고 있으며, 누가 어느 게임에 참여했는지는 스텝롤을 확인하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