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게임쇼, 4일간 역대 최대 관람객 끌어모으며 건재함 과시

몇 년 전 처음 도쿄게임쇼에 참가했을 때는 전시의 신선함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단순히 부스의 크기나 전시회의 규모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 게임사들은 전시를 할 때  게임 그 이상을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단순히 게임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게임의 세계관이나 그 게임이 추구하는 판타지까지 오프라인 전시를 통해 보여주려 노력한다. 때문에 각 부스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콘셉트 역시 확실하게 가져간다. 부스를 하나씩 지날 때마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곳이 도쿄게임쇼다.

다른 나라 게임 전시회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예를 들어, 차이나조이만 해도 비슷비슷한 모양의 부스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각 부스의 간판을 바꿔달더라도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정도다. 모니터에는 게임 영상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오고, 수십 명의 부스걸을 무대에 올려 시선을 끈다. 게임 자체를 보여주려 하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참가한 게임사의 전략과 그해 선보이는 게임의 성격, 콘셉트에 따라 다를 것이다.

올해 열린 TGS 2018에서도 인상적인 부스들이 눈길을 끌었다. 겅호 온라인의 부스에서는 당장이라도 닌자가 등장해 관람객들 사이를 뛰어다닐 것만 같았다. 반다이남코, 캡콤 등도 예년처럼 개성 있는 부스를 뽐냈다. 다만 올해는 과거처럼 부스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올해의 핵심은 신작 공개와 시연이었다. 사실 도쿄게임쇼는 시연 공간이 많지 않은 전시회다. 하지만 올해는 각 게임사마다 작정을 하고 예전보다 부쩍 늘어난 시연대를 마련했다. 특히 이번 게임쇼에서는 처음으로 시연이 진행된 게임도 상당히 많았다. 덕분에 ‘데빌 메이 크라이 5’, ‘세키로’, ‘킹덤하츠3’ 등 신작들이 공개된 부스마다 북새통을 이뤘다. 스퀘어에닉스 부스는 올해 가장 많은 관람객들을 기다리게 한 부스였다.

전시의 아이디어를 보는 재미는 다소 줄었지만, 신작 공개와 시연의 효과는 역대 최대 관람객을 끌어 모았다. 일본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협회의 공식발표에 따르면, TGS 2018에는 4일간 총 29만 8690명이 다녀갔다. 이는 지난해보다 약 4만 명이 늘어난 것으로, 이전 최고 기록이던 TGS 2016의 총 방문객 27만 1224명도 넘어섰다. 한때 줄어든 관람객 수로 침체기라는 말이 나오던 도쿄게임쇼지만, 올해는 확실히 흥행에 성공한 모습이다.

버추얼 유튜버, 인디게임 부스, VR/AR 코너, e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e스포츠 크로스’ 등 색다른 시도와 볼거리도 눈에 들어왔다. 도쿄게임쇼에서 e스포츠는 콘솔 게임 위주로 진행되기에, 한국의 e스포츠 경기와 달리 색다른 즐거움을 안겼다.

매년 도쿄게임쇼 관람객들을 설레게 하는 굿즈샵 역시 흥행을 이어갔다. “게임보다 굿즈 구경이 더 재미있다”라는 말이 나오는 곳이 도쿄게임쇼다. 한정판 굿즈를 내세운 스퀘어에닉스 굿즈샵은 입장이 힘들 정도로 긴 줄을 이뤘다. 캡콤은 ‘몬스터헌터’ ‘스트리트파이터’ 관련 상품들을 선보였고, 비록 규모는 작았으나 타이토 역시 세련된 제품들로 관람객들의 지갑을 노렸다. 코지마 프로덕션은 게임이 나오기도 전에 굿즈 상품부터 파는 패기를 보였다. 게임 자체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음에도, 관람객들은 줄을 서서 티셔츠와 액세서리 등을 구입했다. ‘데스 스트랜딩’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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