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수렵 게임, 캡콤의 대표작 ‘몬스터헌터’ 시리즈

[Monster Hunter World]
(이미지 – https://www.actugaming.net/)

게임별곡 시즌2 [캡콤 8편]

‘몬스터헌터’는 캡콤에서 만든 가장 캡콤스럽지 않은 게임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캡콤이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던 게임이다. 지난 편에 소개했던 ‘록맨’ 시리즈나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 그리고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 비하면 비교적 최신 게임에 속하지만 이 게임도 벌써 시리즈화된지 14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시리즈가 출시돼 캡콤의 또 하나의 장수 대표 게임이 될 것이다.

‘몬스터헌터’의 내용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그냥 ‘개고생하는 수렵 생존기’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람들 특히 남성들 중 상당수가 이 게임에 매료됐다. 앞에 ‘개고생’ 보다 뒤에 ‘수렵 생존’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이다. 

초창기 인류사회에는 수렵, 채집 활동을 하는 모계중심의 사회가 있었고 모계중심의 사회에서 실권은 어머니에게 있었다. 남자들, 특히 적정 연령에 이른 남자들은 수렵 활동의 중심이었고 이들은 늘 밖에 나가 목숨을 걸고 위험천만한 사냥을 하며 조직 사회의 생존을 위해 싸웠다. 그 때의 DNA는 아직도 현재 인류에게 남아 있어서 남자 사람들 중에는 캠핑이나 낚시, 사냥 등 태초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잊지 못하고 아직도 집 밖을 떠도는 이들이 많다.

‘수렵(狩獵)’이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정의는 ‘산이나 들의 새나 짐승 따위를 포획하는 일’이라고 되어 있다. 인류가 농경사회로 진입하기 이전에는 원하는 수량만큼의 식량 자원을 조달하기 어려웠다. 가축을 사육하는 법을 배우기 전이었기에, 곡식이 아닌 동물성 단백질을 얻기 위해서는 생계 유지의 수단으로 목숨을 걸고 사냥에 나섰다.

[Mammoth hunting : 고기다! 고기!]
(이미지 – http://powdercanada.com/2013/12/tis-the-season/e/)

수렵에는 필수적으로 사냥도구를 필요로 하는데 이 사냥도구 역시 직접적인 포획 장비부터 추위에 견딜 수 있는 의복에 이르기까지 그 대부분이 사냥한 동물의 가죽이나 뼈를 활용해 만들어졌다. 이러한 사냥의 필수적인 요소는 바로 ‘추적’과 ‘잠복’인데, 이것은 꽤나 고달프고 힘든 여정이다. 인류는 지금처럼 안락하고 지속적으로 식량자원을 조달할 수 있는 농경사회로 진입하기 이전까지 수만년이 넘는 기나긴 세월을 사냥과 채집으로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조달했다.

아마도 ‘몬스터헌터’는 그러한 부분을 노렸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단순히 취미나 스포츠로 전락한 사냥이라는 활동에 담겨 있는 본래의 순수한 목적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과거로의 회귀 말이다. ‘몬스터헌터’ 시리즈의 세계는 일종의 가상 세계이지만, 그 세상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만약 내가 정말로 그런 세상에 있다면 일어날 법한 일들이라고 느껴질 만큼 현실감 있게 만들어져 있다. 

물론 그 세계는 평화롭고 안락한 곳이 아니라, 언제나 목숨을 걸고 야생의 거대 공룡들이나 현실 세계에서 만나면 뼈도 못 추리고 생을 마감할 것만 같은 맹수들을 사냥하며 살아가는 세상이다. 때문에 언제나 고달프고 괴롭고 힘든 나날이 이어진다. 게다가 사냥만 하면 끝이 아니라 각종 자원이나 재료를 수집하기 위한 채광, 채집 활동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Rathalos]
(이미지 – http://www.toomuchgaming.net/blog-news/2018/2/how-to-get-rathalos-ruby-and-other-rare-rubies-in-monster-hunter-world)

도대체 이런 번거롭고 고생만 가득한 게임을 누가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발매한 ‘몬스터헌터: 월드’의 경우 발매 3일만에 500만장을 판매하고 한 달여 만에 750만장이 넘는 판매량을 돌파하면서 캡콤이 창설된 이래 가장 빠르게 그리고 가장 많이 팔린 대표 게임이 되었다. 

‘몬스터헌터’는 ‘헌팅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해당 장르의 최고봉에 올라 있는 절대지존의 게임이다. 재미있는 점은 역시 역전의 캡콤답게 캡콤 경영진으로부터 큰 기대를 받은 게임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영진 역시 ‘이런 고달프고 괴로운 일상은 게임이라 해도 별로 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태초의 원시적인 고달픔을 그리워하는 DNA 보유자들이 꽤나 많았는지, 발매 일주일 만에 10만장이 넘는 판매량을 돌파하고 그 기세를 이어받아 곧장 20만장을 돌파해버렸다. 그 때 가서야 캡콤에서는 ‘괜찮은 게임이 또 하나 나왔구나’ 하면서 본격적으로 신문, 잡지, TV 광고를 지원해 주게 된다. ‘바이오하자드’ 때도 그러더니만 ‘몬스터헌터’ 때도 딱히 변한 것 없는 캡콤에게 왜 위기의 순간마다 이런 기적 같은 게임이 등장하는지 그것은 아직도 미스터리다.

[Monster Hunter World]
(이미지 – https://www.youtube.com/)

‘몬스터헌터’는 지금까지의 다른 게임들에 비해 여러 가지 면에서 특이한 차별점을 지니는데, 그 중에 제일 차별적인 것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엄청난 불친절함을 꼽을 수 있다. 보통의 게임 시스템이라면 생면부지(生面不知)의 마을 촌장이 ‘우리 마을에 이런저런 사정이 있고 하니 나가서 뭐 좀 하나 잡아다 주시게’라는 부탁을 듣고 필드에 나가 몬스터를 때려잡고 돌아오면 마을 사람들의 환대를 받는다. 마치 영웅이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게 감성 치유적인 친절함을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 없이 무턱대고 필드로 나갔다가는 ‘어?’하는 어리둥절한 게임의 난이도에 감탄사를 절로 내뱉게 한다.

게임 안에서 그 누구도 친절하게 무언가를 가르쳐 주지도 않고, 뭐 하나 장비를 준비하는 것 역시 여의치 않은 척박한 환경에 덜렁 혼자 떨어진 것처럼 막막하다. 살기 위해서는 보다 나은 장비를 제작해야 하는데, 이놈의 사냥 도구는 새로운 걸 만들어도 언제나 내가 사냥해야 될 맹수에 비해서 턱없이 약한 것만 같은 초라한 느낌이 들게 한다.

그런데 바로 이런 불친절한 점이 게임의 인기 요인이 됐다. ‘몬스터헌터’에는 기존의 다른 게임들처럼 레벨이 올라가면서 장비도 업그레이드되고 레벨업에 따른 체력이나 민첩성, 힘 등의 기본 속성 수치가 올라가는 시스템조차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체력이 소모되는 활동을 하는 경우에 아무리 오랜 시간 노력하고 경험했다 하더라도 레벨1이 레벨99가 될만큼 향상되기 힘들다. ‘몬스터헌터’ 역시 아무리 많은 맹수를 사냥한 베테랑이라 하더라도 힘이나 민첩성 등의 수치가 눈에 띄게 향상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반대로 오히려 점점 더 강한 맹수들이 나오는 것에 비하면 게임 캐릭터는 점점 더 약해져 가는 느낌이다.

[Monster Hunter 3]
(이미지 – http://www.nintendolife.com/games/wii/monster_hunter_3_tri/screenshots)

또 하나의 대표적인 불친절함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대전액션게임에 표시되는 체력 게이지가 표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임 화면 상단에 보이는 게이지에는 게임 캐릭터의 체력만 표시되고, 지금 수십분째 때리고 있는 몬스터의 체력은 알 수가 없게 되어 있다. 그것도 또 하나의 현실감을 부여하는 연출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실제 현실에서도 자기 자신의 체력 상태는 가늠해 볼 수 있어도 상대의 그것은 보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몬스터헌터’는 그렇게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에게 상당히 불친절하게 성의 없는 게임이지만, 오히려 그런 불친절함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도전욕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게임을 오래 할수록 게임의 캐릭터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 자신이 성장한다는 콘셉트로 많은 이들의 환영을 받았다. 실제로 ‘몬스터헌터’의 세상에서 어눌한 조작으로는 아무리 좋은 장비를 갖추고 있어도 사냥에 성공하기 힘들다.
 

[Monster Hunter Portable 2nd]
(이미지 – https://www.play-asia.com/monster-hunter-portable-2nd/13/701p5x)

게다가 손안에 잡히는 포터블 게임기 PSP용으로 ‘몬스터헌터’가 출시되었을 때는 더욱 더 그 불편함이 가중되었다. 작은 화면과 작은 조작 장치들로는 저 거대한 몬스터를 제압하기 위해 민첩성 있는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으면 바로 실패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은 게임기 안에 펼쳐지는 생존을 위한 수렵 활동은 오히려 더욱더 많은 도전욕과 사냥에 성공하고 난 뒤의 성취감을 배가시켰고, 이로 인해 일본에서는 '몬헌 붐'이 일어나기도 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일본의 국민 게임이라고 까지 표현될 정도로 PSP는 ‘몬스터헌터’ 전용 게임기로 인식되기도 했었다. 

일본에서는 10대부터 20대 사이의 남학생들에서 특히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필자 역시 처음으로 접한 ‘몬스터헌터’ 시리즈는 PSP용으로 출시된 ‘몬스터헌터 포터블’ 시리즈였다. PSP 1005, 2005, 3005 기종 등 같은 PSP를 3대나 들고 그 중에 한 대는 ‘몬스터헌터’ 전용기로 쓸 정도로 이 게임에 푹 빠져있었다. 당시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닌텐도의 NDS로는 ‘마리오 카트’나 ‘응원단’, ‘동물의 숲’ 같은 게임을 많이 했었고 PSP로는 ‘몬스터헌터’를 많이 했었다. 

당시 필자는 강남의 모 게임 회사에 재직중이었는데,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몬스터헌터 포터블’이 출시되고 나서 회사의 점심시간이 엄청 짧아졌다는 점이다. 정확히는 회사에서 인정하는 1시간의 점심시간 동안 순수하게 식사를 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짧아졌다. ‘몬스터헌터’가 4인 파티 플레이를 지원하면서 삼삼오오 파티를 이루어 거대한 몬스터를 잡는 사냥 팀이 여기저기서 만들어졌기 때문인데, 보통 한 번의 사냥에 30~4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Monster Hunter: Freedom Unite]
(이미지 – http://www.cubedgamers.com/)

그렇게 한동안 점심시간마다 거대 몬스터와 사투를 벌이던 중에 회사에서 워크샵을 가게 됐을 때다. 당시 밤중에 몰래 도망갈 곳도 없는 경기도 남부 어딘가 매우 한적한 산 속에 갇히게 됐다. 너무나도 건전한 밤을 지내야 하는 그 때, 회사에서 사전 준비물로 안내한 적도 없었는데도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이 가방에서 PSP나 NDS를 꺼내 들었다. PSP를 들고 온 친구들은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밤새 ‘몬스터헌터’를 했다. 나중에 다들 말하길, 그 때의 워크샵은 도대체 왜 갔는지 모르겠다며 ‘몬스터헌터’를 했다는 것 밖에 기억 나지 않는다고 했다. 서먹서먹하던 사이의 사람들도 생존을 위해서는 서로 힘을 합쳐야 했기에 게임 하나로 서로간의 마음도 통하게 만들던 이 게임으로 필자는 그 날의 워크샵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몬스터헌터’는 일본에서 PSP를 통해 여러 명이 같이 게임을 즐기는 파티 게임으로 인식되면서 그 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대표적인 시리즈만 해도 아래와 같이 많다.

몬스터 헌터 (PS2)
몬스터 헌터 G (PS2, Wii)
몬스터 헌터 포터블 (PSP)
몬스터 헌터 도스 (PS2)
몬스터 헌터 포터블 세컨드 (PSP)
몬스터 헌터 포터블 세컨드G (PSP,  iOS)
몬스터 헌터 트라이 (Wii)
몬스터 헌터 포터블 서드 (PSP, PS3)
몬스터 헌터 트라이 G[19] (닌텐도 3DS, Wii U)
몬스터 헌터 4 (닌텐도 3DS)
몬스터 헌터 4G (닌텐도 3DS)
몬스터 헌터 크로스[20] (닌텐도 3DS)
몬스터 헌터 더블 크로스 (닌텐도 3DS, 닌텐도 스위치)
몬스터 헌터: 월드 (PC, PS4, XBOX ONE)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 Z (PC, XBOX360, PS3, Wii U, PSV)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 온라인
몬스터 헌터 온라인 (PC)

거의 모든 시리즈가 못 팔아도 수백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올리면서 힘이 빠져가는 캡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일조했다. ‘몬스터헌터’의 수많은 타이틀이 현존하는 최고의 게임기 버전으로 출시되고 PC 버전으로도 나왔다. 

또한 PSP보다는 스마트폰을 더 많이 들고 다니는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모바일 버전으로도 출시됐다. 하지만 아무래도 조작의 한계성 때문에 콘솔 게임기나 PC, 포터블 게임기 버전에 비해서는 판매량이나 저변 확대가 쉽지 않다.

[Monster Hunter Freedom Unite for iOS]
(이미지 – http://www.idownloadblog.com/2014/06/06/capcom-monster-hunter-freedom-unite-ios/)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게임 중 하나인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스마트폰으로 더 많은 버전의 ‘몬스터헌터’가 이식되었으면 좋겠다.

(다음편에 ‘몬스터헌터’ 2편(개발 비화)이 이어집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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