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욱 칼럼니스트... ‘게임의 역사’ 출간 이후 목마름 적셔줄 명저 한국 출판

반가운 책이 나왔다.

제우미디어에서 ‘게임의 역사’ 책이 나온 지 벌써 16년이 흘렀다. 게임 역사 관련 책으로는 비슷한 시기에 나온 ‘게임의 시대’와 함께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둘 다 이미 절판된 지 오래된 책이라 게임을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 후로도 게임의 역사를 다룬 책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좁은 분야나 한 명의 인물에 집중하거나, 최근의 연구를 반영하지 못한 책들이 많았다.

전자게임이 본격적으로 세계로 퍼져나간 지 반세기가 가까워졌다. 그 동안 게임을 다루는 책도 연구도 늘어나면서, 90년대에 다루던 게임에 대한 역사보다 많은 것이 새로 알려지거나 바뀌기도 하였다.  

그런데 한국엔 이러한 새로운 연구들이 잘 소개되지 않아 여러 가지로 목마름을 느끼는 중이었다. 그런데 ‘만화로 보는 비디오게임의 역사’는 2017년에 출간된 이 책이 출간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한국에 소개되었다.

지금까지 주로 퐁이나 마그나복스에서 시작되던 게임의 역사와 달리 이 책은 2차대전이나 맨하탄 프로젝트, 진공관등이 탄생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게임의 시작을 풀어나간다.

그 동안 게임이나 개발자만을 다루던 것에 비해 사회나 주변 환경까지 다루면서 게임의 탄생을 좀 더 복잡하게 다루고 있다. 한편으로는 아타리의 창업자인 부시넬의 일화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지금까지 계속 게임의 역사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어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 컷에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는 만화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연출 등도 장점이다. 고전게임부터 최신게임까지 가리지 않고 넣는 패러디나 오마주(hommage, 특정 작품의 장면 등을 차용하여 해당 작가나 작품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는 것)는 만화 중간중간 끊임없이 등장하며 눈을 즐겁게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히고섥힌 게임의 역사를 한 권의 얇은 만화책으로 다루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 이 책에선 중간에 이르러야 아타리와 그 창업자인 놀런 부시넬이 나온다.

미국 중심의 시각으로 쓰여져 미국 밖의 게임의 상황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약점이다. 닌텐도나 일본 아케이드의 상황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 배경이나 이후는 충분히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지역의 한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이 책에서도 아타리 2600 이후의 상황은 게임과 인물 중심으로 훑어나가고 있고, 그나마 제네시스(세가 메가드라이브) 정도까지만 다루고 있다. 뒤로 갈수록 다루는 내용들이 줄어들며 훑어나가는 속도가 빨라져서 스팀이나 스마트폰, 인디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언급은 하지만 만화의 장점을 이용하여 한 장 혹은 한 컷 정도로 중요한 사건이나 게임 등을 훑어 나간다. 아직 최신 게임을 역사로 다루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지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다.

가장 아쉬운 점이라면 참고문헌이 없다는 것이겠지만, 처음부터 전문서가 아닌 책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다만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들을 발판삼아 더 많은 연구와 자료들이 국내에 소개되길 기대한다.

게임 개발자이자 칼럼니스트       

오영욱은?

재믹스와 IBM-PC로 게임인생을 시작해서 지금은 게임프로그래머가 된 게임개발자다.

연세대 화학공학과 01학번으로 2006년 네오플에서 ‘던전 앤 파이터’ 개발에 참여한 후 플래시게임에 매력을 느껴 웹게임 ‘아포칼립스’(플로우게임즈)를 개발하고, 소셜게임 ‘아크로폴리스’(플로우게임즈), 모바일 소셜게임 ‘포니타운’(바닐라브리즈)에서 개발에 참여했다. 노븐(NOVN)에 합류에 ‘던전피드’ 개발에 참여하다, 육아문제로 판교에 있는 회사로 적을 옮겨 두 딸을 돌보며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엔 언리얼엔진에 심취해있다.

10년간 게임개발 외에 게임기획서적 ‘소셜 게임 디자인의 법칙’(비제이퍼블릭)을 공역했고, ‘한국 게임의 역사’(북코리아) 공저로 집필에 참여했다. ‘이후’라는 필명으로 Gamemook.com 에서 게임 개발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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