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주 박사의 ‘게임으로 세상읽기 7’ 인구로 본 심리학 ‘장난감과 게임’

[한국 인구 분포도. 출처:통계청]

오래 전 누군가 그랬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말이다. 20세기 후반에는 정말 그랬다. 산업화 덕분에 풍요로워진 사회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어린 아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물론 노인들도 이전과 다르게 오랫동안 생존하게 된 의료와 사회복지 향상도 거들었다.

어쨌든 이전과 다른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다. 그 대표적인 시장이 장난감과 게임시장이다. 특히 게임은 뉴미디어 기술의 발전과 맞물리면서 기존의 어른 콘텐츠(소설, 영화, 드라마, 노래 등)을 능가하는 새로운 문화산업으로 각광받게 되었다. 시장이 급속히 커졌다는 의미는 소비자들이 늘었거나 소비규모가 늘었다는 뜻이리라. 결국 게임산업의 급속한 성장의 배경에는 아이들의 숫자가 늘고, 그 아이들에 대한 투자가 이전과 다르게 컸다고 거칠게 요약할 수 있다.

요즘 취업난과 고용불안에 떨고 있는 청년들에게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며 나무라는 이가 있다면, 그는 꼰대라 불리기 십상인 시절이다. 여름을 살던 패턴으로 가을을 훈계하는 것과 다름 없다.

청년들은 결혼을 안 하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적게 낳는다. 이미 우리나라 통계청 발표를 보아도 42세(41.6세)가 평균연령이다. 40대 초반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젊은이 축에 속한다는 의미다. 또 가장 많은 인구를 구성하는 연령대는 50대 안팎이다.

전통적인 관념으로 장난감과 게임을 가지고 놀던 20대 미만은 이제 인구분포에서 소수집단이 되어버렸다.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20년 전부터 말이다. 참고로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던 그가 몰락의 길로 들어선 것도 딱 이 시기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 최대 장난감 유통회사 토이저러스가 파산보호신청을 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비슷한 시기, 유럽최대 장난감 제조사 레고도 매출 부진으로 전체 직원의 8%에 해당하는 1400명을 정리 해고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하였다.

일각에서 오프라인 유통업의 실패나 스마트폰과 경쟁에서 졌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핵심은 그것을 가지고 놀던 아이들이 숫자가 급감한 것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장난감 업계에서도 줄어든 아이들을 벌충하기 위해 대안시장을 찾았다. 어른들이다. 레고가 2015년까지 매출증가율이 2자리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까닭은 레고를 가지고 놀며 성장한 어른에게 비싸게 팔아서 나온 수치였다. 사실 그전부터 아이들 장난감이 부모들 등골을 휘게 만든다는 ‘등골브레이커’의 악명을 쓰게 된 것은 생존을 위한 마지막 발악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게임은 어떠한가? 일반적으로 영유아기 장난감을 놀던 아이들이 자라서 게임으로 옮겨오게 된다. 장난감이 어려운 시장환경은 요즘 게임 시장환경을 볼 때 선행지표였다. 산부인과의 도산은 유치원으로 이어지고, 사교육시장을 거쳐 대학구조정에까지 순차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원리와 다르지 않다.

장난감회사 도산이라는 파고는 이미 오래 전 게임사를 휩쓸었다. 양극화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다만 그 사실을 명확하게 깨닫고 있지 못했을 뿐.

좋든 싫든, 게임시장의 주도세력이 구매력이 약한 청소년에서 구매력이 큰 중장년층으로 넘어갔다는 점은 분명하다. 실제로 한국 온라인게임의 대중화를 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는 올해 20년을 맞았다. 모바일게임 '리니지M'의 주요 유저가 '리니지'를 통해 온라인 게임에 입문한 이들이 벌써 50대에 들었다.

수익을 내고 있는 게임사들은 이 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온라인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이 매우 부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출은 유지되고, 마케팅 기조도 지속되는 것을 볼 때 그렇다.

젊은이들의 생각이 존중받아야 하는 만큼 나이가 든 이들의 생각도 존중을 받아야 할 시기가 도래한 듯하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전환되어야 할 때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글쓴이=이장주zzazanlee@gmail.com

이장주 박사 프로필

- 중앙대 문화사회심리학 박사(2002)
-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여가경영학과 겸임교수(2004~2008)
- 중앙대 사회과학대학 심리학과 강의전담교수(2015~2016)
- 현)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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