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소비모, 블록체인 기술 도입해 디지털 2차 유통 플랫폼 연다

일본 게임 개발사 아소비모(Asobimo)가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회사는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 새로운 암호화폐(가상화폐)를 발행하고 디지털 콘텐츠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최근 내한한 아소비모의 카츠노리 콘도(Katsunori Kondo) CEO는 게임톡과 만난 자리에서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시장에 진출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아소비모는 ‘아바벨온라인’, ‘토람온라인’, ‘이루나전기’ 등 인기 MMORPG 게임을 개발한 회사로, 일본에서 1000억원 대의 연매출을 기록 중이다. 월간 유저수도 1000만 명 이상이다.

게임회사 대표인 그가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게임 내 아이템 불법 거래 때문이었다. 그는 “유저들이 아이템을 불법으로 거래하는 사례가 많아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때 우연히 블록체인 관련 책을 보다가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가상화폐를 만들고, 게임 내 아이템을 합법적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한다는 발상이다.

그는 “블록체인을 적용하게 되면 게임 내 사용되는 아이템의 소유자가 명확해지고, 복제가 불가능해진다”며 “소유자가 명확해지기에 다른 유저에게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새로운 마켓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소비모는 ICO를 통해 가상화폐 아소비코인(ASOBI COIN)을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총 3억 개의 토큰을 발행하며, 엔화로는 약 50억엔(약 503억원) 규모가 될 예정이다. 아소비코인은 ‘아소비 마켓’에서 사용할 수 있다. 카츠노리 CEO는 “아소비마켓은 디지털 2차 유통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며 “게임 아이템뿐만 아니라 디지털 만화, 음악, 영화 등을 유저들끼리 거래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아소비 마켓은 쉽게 말하면 중고 디지털 콘텐츠 거래소다. 한번 구입한 디지털 콘텐츠를 재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다. 그는 “예를 들어 한 유저가 디지털 만화 20권을 본 뒤, 다시 마켓에 파는 것이 가능하다”며 “물론 중고이기에 처음 판매된 가격 보다는 저렴하게 판매될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 아이템은 아소비마켓 내 게임아이템 거래소인 ‘스와이텍스 재팬(SWITEX JAPAN)’을 통해 거래된다.

그는 “아소비코인과 아소비마켓은 디지털 콘텐츠의 혁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디지털 콘텐츠를 통상적인 물건처럼 판매한다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예를 들어, 제가 가지고 있는 컴퓨터 하드디스크나 스마트폰에 있는 디지털 콘텐츠는 모두 사용하고 난 뒤에는 버려야 한다. 만약 실제 물건이라면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의 매매가 가능해지면 상당히 큰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일본에서 중고 시장이 2조엔(약 20조원) 규모인데, 만약 디지털콘텐츠 중고 시장이 생긴다면 1조엔(약 10조원) 정도의 규모가 형성될 것”이라며 “이게 글로벌로 확장되면 적어도 5조엔(약 50조원) 이상의 시장이 생길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소비 코인이 그 시장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게임 시장에서도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게임 내 아이템의 소유권은 유저가 아니라 게임회사가 갖는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는 “현재는 일본도 한국처럼 아이템의 소유권은 회사가 갖고 있다”면서도 “향후 블록체인이 나오고 아이템에 대한 소유권이 명확해지면, 게임회사도 유저에게 아이템 소유권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게임회사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을 때의 장점은 e스포츠에서도 나타난다. 일본에서는 게임사가 e스포츠 대회를 주최하더라도, 대회 우승자에게 현금이나 돈을 줄 수 없다. 그는 “일본에서는 돈을 주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가상화폐로 지급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게임에서도 가상화폐를 통한 결제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현재 구글, 애플이 모바일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게임회사의 수익 30%를 가져가는 구조다. 그는 “매출의 30%는 저희는 물론 모든 게임사들에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라며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활용하면 구글과 애플 마켓 구조를 벗어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카츠노리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의 단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의 블록체인 기술은 처리 속도가 늦어 수만 명이 모이는 온라인게임에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는 “앞으로 기술이 발달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또 “일본에서 가상화폐가 아직 법적으로 정리가 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일본에서는 일본인이 가상화폐를 구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발행하는 것은 제재를 받는다”고 전했다.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아소비모는 일본 금융당국으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아 아소비 코인을 발행한다.

아소비 코인은 최근 가상화폐 ICO 형식으로 주목받는 리버스 ICO(Reverse ICO)로 발행된다. 리버스 ICO는 기존의 안정적인 상용 서비스를 기반으로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것이다. 실질적인 거래에 활용할 수 있는 코인이기 때문이다. 카츠노리 대표는 “우리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며 “당장 사용할 곳이 없는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것 자체가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시세차익을 노리는 코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아소비코인은 오는 7월 4일 도쿄에서 개최되는 토큰스카이(TOKENSKY)에서 프리세일에 들어가며, 전 세계 유저들이 구매 가능하다.

“지금까지 나온 가상화폐 대부분은 ‘굳이 블록체인을 쓰지 않아도 되지 않나’ 싶은 것들이 많았다. 또 가상화폐만 있을 뿐, 정작 실제로 사용할 곳은 찾기 힘들다. 저희 프로젝트는 그런 가상화폐와는 분명히 다르다.”

카츠노리 대표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아소비모의 창업 멤버가 3명인데, 그 중 한명이 한국인”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특히 한국의 평양냉면을 좋아해, 한국에 오면 하루 종일 냉면만 먹을 때도 있다고 한다.

그는 “온라인게임, 특히 한국은 MMORPG 대국”이라며 “과거 한국의 MMORPG를 보고 배우면서 게임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한국 게임을 묻자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꼽았다. 그는 “저희가 10년째 서비스 중인 ‘이루나전기’의 경우,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엄청나게 공부한 후에 만든 게임”이라며 “지금도 고정 유저들이 계속 찾고 있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저희 프로젝트는 세상을 편리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전했다. 그는 “아소비 코인을 블록체인 기술이 없으면 불가능한 화폐고, 사용이 가능한 마켓도 존재한다”며 “세상을 편리하게 하는 디지털 콘텐츠의 혁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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