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 축제 벤치마킹, 제주도 관광 미래 보여주며 ‘절반의 성공

[저글러 원태윤의 저글링 공연 '거리에 나온 사기꾼']

사전등록자만 2000명, 아트마켓 가계약 150건....상처받은 이들의 정신을 치유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축제 에든버러가 떠올랐다.

장마철이 앞둔 지난 24일 오후 5시 제주 서귀포관광극장에서 진행된 원태윤의 저글링 공연 ‘거리에 나온 사기꾼’은 가족 단위 관광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주최 측은 ‘제11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 역대 최대 성과를 올렸다고 발표했다. 자랑할 만했다. 200여 개 문예회관과 250여 개 예술단체를 통해 사전등록자 2000여 명 참가, 150여 건의 아트마켓 가계약 건수 혹은 200억 대의 경제적 파급효과 등...    

[리타의 보따리. 해비치 선큰가든]

해마다 현장에서 페스티벌을 즐긴(?) 필자도 동감한다. 180여 개 아트마켓의 완판에 놀랐다. 쇼 케이스를 통한 가계약 플랫폼을 지향한다. 실제로 제주도 전체 권역에서 공연을 진행한다. 기여도 측면에서 주최 측이 이야기하는 ‘에든버러 축제형 비즈니스’가 꿈으로만 끝나지 않을 예감에 동의한다.

■ 축제 기간 내내 제주도 전역이 공연 세상으로 들썩

그렇다면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이 에든버러 축제를 롤모델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귀에 윙윙거리는 공연장의 박수들을 떠올리면서 ‘관광-여행’으로 본 상상해본다.

에든버러 축제는 해마다 8월 중순부터 3주 동안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열린다. 해마다 새로 정해지는 공연 테마에 따라 100여 개의 공연이 무대에 올라간다. 따라서 축제에 참여하는 관람객은 수십 만 명에 육박한다.    

[아트키키_윱 반 라인 트리오-페이퍼 플레인]

공연은 더 허브(에든버러 축제센터)를 비롯해 어셔홀, 퀸즈홀, 에든버러 플레이하우스, 로스 극장 등에서 이루어진다. 세계 최대의 공연 축제라기에 손색이 없다. 문화예술의 섬 제주를 선언한 제주도 관광의 미래 롤 모델로 최적이다.

이번 축제 기간 내내 제주도 전역이 공연으로 들썩이고, 그것이 섬나라 제주가 전국 공연화의 활성의 ‘메카’로 우뚝 설 수 있는 것이다.   

에드버러 축제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의 정신을 치유하려는 목적으로  1947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상처가 많아 치유가 필요한 역사적 공간 제주 또 예술을 사랑하고 즐길 수 있고, 저마다의 치유가 필요해 제주를 찾는 치유 여행자들과도 잘 매칭이 된다.

시작부터 전국 문예회관 관계자 중심으로 기획된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은 에든버러시(市)의 후원을 받으며 글라인드번(Glyndebourne) 오페라단 행정관이었던 루돌프 빙(Rudolf Bing)과 몇몇 이들이 이 축제를 기획했다고 한다. 철학(수요)적 기원에서도 둘은 궤를 같이 한다.

오페라, 클래식 음악, 연극, 춤, 비주얼 아트 분야에서 활약하는 여러 나라의 공연팀들을 초청하여 꾸미는 세계 최대의 공연 축제로 성장한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EIF). 11회를 넘어 일정 부분 격식을 갖춘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의 미래는 밝다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공연 분야 중 클래식음악의 비중을 좀 더 높인다든지 미국,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공연팀들까지로 참가의 규모가 좀 더 확대된다면 가능성은 더 커진다.    

[조태준_TJ & 케코아 콘서트]

1950년 시작해 현재 20여만 명의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밀리터리 타투(Military Tattoo), 스코틀랜드의 전통복장인 킬트(남성용 치마)를 입은 수백 명의 경기병이 백파이프와 북을 연주하며 군악 퍼레이드를 벌이는 이 공연은 축제 기간 중 가장 인기 있는 공연이다.

특히 축제 기간 내내 저녁때마다 고색창연한 에든버러 성 광장에서 진행되니 행사의 클라이맥스라 할 만하다.

■ 프린지페스티벌도 벤치마킹 필요...지역민과의 스킨십 부족은 아쉬움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에 부족한 것도 있다. 석양 지는 표선 해변의 풍경과 지역민들과의 스킨십 차원에서 보면 더욱 절실하다. 에든버러가 축제의 도시로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이유에 대해 더욱 심층 벤치마킹하는 일도 중요하다.

에드버러 축제가 지구촌 명성을 떨치게 된 배경에는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이 있다.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보다 약간 먼저 열리는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은 1947년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이 시작될 당시 초청 받지 못한 공연팀들이 자생적으로 공연을 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프린지(fringe)’의 뜻이 ‘주변’인 것처럼 프린지페스티벌은 공식 초청공연으로 이루어지는 국제페스티벌과는 달리 자유 참가 형식의 공연으로 이루어지는 일종의 부대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에는 해마다 수백 개의 공연 단체가 참가하여 수천 건이 넘는 공연이 행해지는데 2011년의 경우 2600여 공연이 열렸다고 한다. 판매되는 티켓 수만도 200만 장에 육박할 정도로 알려진다.    

[지하창작소 제자백가_안네 프랑크]

공연 분야는 코미디극, 음악, 어린이극, 뮤지컬, 오페라, 무용, 신체극은 물론 전시도 아우른다. 프린지페스티벌이 열리는 두 번째 일요일에 약 25만 명의 관람객이 보는 가운데 야외에서 펼쳐지는 카니발 형식의 퍼포먼스가 이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참가 단체들은 공연장(임시공연장, 야외공연장 등)을 잡는 것부터 공연 홍보까지 모든 것을 자발적으로 알아서 해야 한다. 이들은 에든버러 중심부인 로열 마일에서 즉흥 거리공연을 펼치거나 홍보활동을 펴면서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띄우고, 최대의 볼거리를 제공한다고 하니 철학적 기원은 물론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이 세계적인 비즈니스 롤모델을 꿈꾼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 가야 할 부분이다.

표선을 넘어 좀 더 생각하면 서귀포시 권역에도 서귀포예술의전당·서귀포관광극장·김정문회관이라는 세 군데의 문화 거점역할공간이 사랑받고 있다. 사랑받는 이유는 ‘사람이 있는 문화’를 지역 문화 향유(소비)자들에게 이식하고 전수해 주기 때문이다. 덕분에 지역의 다양한 문화생태계 조성은 물론 소비(향유)자 개인의 문화적 권리 확대까지 문화도시 서귀포의 원투펀치로 존재해주고 있다.

■ 4.9km 서귀포 작가의 산책길 민관협치 표본...‘여행-문화’의 섬 우뚝

앞으로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처럼 문화자원의 융합적 역량 강화만 보강된다면 제주도(서귀포) 방문 관광객에게 훌륭한 여행 상품 공급처로서의 가능성은 크다.

조례 제정 등해 법 제도 개선을 통해 만들어진 4.9km 서귀포 작가의 산책길은 민관 협치가 이뤄낸 최고의 포토폴리오다. 덕분에 지역 문화 생산자와 유통자, 도내외의 소비향유자까지 묶어준 ‘제주여행 종합 선물세트’가 되었다.

사례 연구 또는 치열한 자기 성찰을 통해 경영 방향과 사업 운영에 새로운 자원집중과 상생 발전방안이 마련된다면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표선이라는 도시 공간)을 통한 문화도시 서귀포의 미래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여기에 지역 예술가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과 공연장 상주단체 연계 활성화 및 예술시장 분석 모델까지 장착, 지역에서 예술의 창, 제작, 배급이 가능할 수 있다면 문화도시 서귀포 나아가 문화예술 섬 제주에게 금상첨화다.    

[클립 극단 에스와이. 해비치 해변무대]

새로 출범할 민선 7기 도정 역시 문화예술의 섬 조성을 위한 역량강화와 협치 시스템 구축, 제도개선을 통한 창작과 문화향유기회 확대와 같은 차별화된 ‘문화예술의 섬’ 정책을 선언했다. 문화와 관광을 함께 향유할 수 있는 4차 산업에 거는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제주 섬나라에서 전국 공연장 활성화를 꿈꾸고 착착 만들어가고 있는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 내년 열두 번째 페스티벌은 아름다운 문화예술 놀이터로, 한국판 ‘에든버러 축제’로 우뚝 서는 모습을 꿈꿔 본다.

글쓴이=이재정 add61@naver.com

이재정은?

1964년생. 중앙대 졸. 미술세계, SK상사, 경향게임스, 마크앤리스팩트 등 20년차 직장인 졸업.

2012년 제주 이주 후 제주기획자로 '괜찮은삼춘네트워크'를 만들어 제주소비에 관한 프로젝트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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