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들이 싫어하는 모바일게임 광고, 어떻게 봐야할까

한 동안 한국 게임 광고를 보면 이동통신사 광고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왔다. 이동통신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광고로 서비스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매우 힘들다. 그래서 이통사 CF에서는 종종 톱스타를 전면에 내세운다. 구구절절 통화품질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톱스타를 한번 등장 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비록 연예인이 뜬금없는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는 CF라 하더라도.

하지만 게임은 통신 서비스와 다르다. 마음만 먹는다면 게임의 세계관이나 스토리, 캐릭터 등 눈  앞에 펼쳐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게임사들은 한 동안 마치 이통사처럼 스타 마케팅에 집중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모바일게임들이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CF를 앞 다퉈 내보냈다. 정우성, 차승원, 이병헌, 장동건, 하정우 등 많은 톱 배우들을 경쟁적으로 발탁했다.

그런데 유저들 사이에서는 연예인을 활용한 게임 광고에 대한 불신이 생겨났다. 당장 댓글이나 게임 커뮤니티 여론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연예인이 광고하는 게임은 일단 거른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마케팅 비용은 결국 게임의 유료화 모델에 영향을 미치기에,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점도 예상 가능하다.

연예인을 쓴 게임광고가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해외 유명 게임사들도 종종 스타 마케팅을 쓴다. 슈퍼셀도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을 등장시키고, 에이브릴 라빈 같은 유명 팝가수가 중국 게임 모델로 등장할 때도 있다. 일본의 콘솔 게임이나 모바일게임 CF에도 연예인이 등장한다. 때문에 유독 한국 게임사의 스타 마케팅이 유저들에게 욕을 먹는 이유는 조금 다른 곳에 있다고 보여진다. 광고에 연예인이 등장해서가 아니라, 그 광고가 유저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광고를 너무 못만들어서 문제다.

게임을 알리기 위한 방법으로는 게임을 직접 보여주는 방식과, 게임의 세계관이나 판타지, 또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연예인 모델을 등장시킨다면 보통 후자에 속한다. 게임 광고라고 해서 무조건 인 게임 화면만 보여줄 필요는 없다. 다만 이런 광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치밀한 계획과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게임사들이 별다른 고민 없이 안일하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 한 게임사 직원은 “광고를 만들기로 하고 예산이 잡히면, 첫 회의 때 모여서 다들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 이름부터 늘어놓기 바쁘다”며 한탄했다. 왜 그 모델을 쓰는지, 모델을 통해 게임의 어떤 면을 부각 시킬지, 유저들을 어떻게 공략할지에 대한 이야기는 뒷전이라는 것이다. 그는 여러 게임사에서 이 같은 상황을 목격했다고 한다.

지금도 상당히 많은 회사들이 이런 상태로 대행사를 선정하고 광고를 제작한다. 결과는 어떨까. 완성된 CF는 모델이 다른 게임과 바뀌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이고 재미도 감동도 없는 모습이다. 애초에 게임사가 고민한 것은 누구를 모델로 쓰느냐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또 보통은 그 모델을 쓴 이유를 물어봐도 제대로 답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악의 경우는 그런 광고마저 면피용으로 제작할 때다. “이 정도 모델에 이 정도 예산까지 썼는데도 게임이 망하면 어쩔 수 없지”라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한다면, 좋은 광고가 나올수 없다. 유저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광고를 보고 게임사의 안일한 태도를 귀신같이 알아낸다. 그리고 TV와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보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광고를 만들었을까”라고 생각한다.

이는 중소게임사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게임 업계 맏형이라 할 수 있는 엔씨소프트의 광고를 보면 늘 아쉽다는 생각을 한다. 엔씨는 모바일게임 ‘리니지 레드나이츠’ ‘리니지M’ 등을 서비스하며 유명인들을 기용해 여러 편의 광고를 내보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각인된 CF는 김택진 대표가 직접 등장한 ‘리니지M’ 광고가 거의 유일하다. ‘리니지M’은 1년 가까이 국내 모바일게임 최고매출 1위를 유지하는 중인데, 처음부터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접근했다면 어땠을까 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는 모습이다. 근래에 가장 인상 깊었던 광고는 지난해 말 오연서가 등장한 펄어비스의 온라인게임 ‘검은사막’ 광고였다. ‘란’이라는 신규 캐릭터 업데이트를 알리기 위한 광고였지만, 게임 회사가 CF를 위해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또 게임 광고가 연예인의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검은사막’은 오연서만의 매력도 잘 살려냈다.

5월 초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광고는, 지금까지 본 한국 게임 광고 중 최고라 말하고 싶다. 인 게임 영상에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 가사를 절묘하게 붙여 상당히 유머러스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광고를 만들어냈다. 너무 잘 만들어 다음번에는 어떤 광고가 나올지 기대될 정도다.

게임이 흥하거나 망하는 것을 무조건 광고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흥행 산업이기에, 단순히 광고 하나만으로 성공과 실패가 나뉘지는 않는다. 현실적으로 모든 게임사들이 특출난 광고를 선보일 수도 없다. 하지만 한 사람의 게임 유저로서, 내가 즐기는 게임이 멋진 CF로 재탄생하는 모습도 보고 싶은 것은 사실이다. 코나미의 ‘위닝 일레븐’ 20주년 기념 광고 같은 것을 한국 게임사에 바란다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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