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VR게임의 자존심 ‘프로젝트M’ 첫 공개한 이브이알스튜디오

[민동준 총괄PD, 박재욱 테크니컬 AD, 구범석 AD, 김재환 대표(왼쪽부터)]

진짜 사람보다 더 사람같은 생생한 캐릭터로 전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VR(가상현실) 어드벤처게임 ‘프로젝트M’이 오랜 침묵을 깨고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한국 VR콘텐츠 전문 개발사 이브이알스튜디오는 1일 홈페이지를 통해 ‘프로젝트M’의 여주인공 ‘하나’와 ‘이비’의 가상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카메라를 든 주인공과 마주 앉은 여주인공들이 인터뷰를 하듯 자신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언리얼엔진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캐릭터지만,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웃고 떠들고 움직인다. 그동안 이브알스튜디오가 티저 영상 ‘프로젝트M: 드림’과 스핀오프 외전 영상 ‘프로젝트M: 데이드림’을 통해 선보였던 독보적인 표정 연출은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본편 여주인공 ‘하나’]

여기에 더해서 캐릭터의 아름다움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2년 전 외전 영상 ‘프로젝트M: 데이드림’의 주인공 ‘승아’가 현실에서도 만나볼 법한 미인이었다면, 이번에 공개된 ‘하나’와 ‘이비’는 과연 저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할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한다. 전세계의 다양한 미적 기준을 두루 만족시킬만한 미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하나’와 ‘이비’의 미모에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도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이브이알스튜디오의 티저 영상을 보고 “지금까지 본 인간 캐릭터 중 최고였다”고 극찬한 바 있던 팀 스위니 대표는 이번 영상을 본 후 “이브이알스튜디오에서 만든 캐릭터는 정말 사실적이면서도 예쁜 것 같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동안 사실성과 아름다움을 모두 잡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온 이브이알스튜디오로서는 최고의 칭찬을 들은 셈이다.

이번 영상 공개 이후 ‘프로젝트M’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감은 한층 높아지는 모양새다. 서울 서초구 이브이알스튜디오를 찾아가 김재환 대표, 민동준 총괄PD, 박재욱 테크니컬 AD, 구범석 AD와 만나 ‘프로젝트M’의 개발 근황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본편 여주인공 ‘이비’]

새로 공개된 것들 중 가장 놀라웠던 점은 ‘프로젝트M’의 장르다. 그동안 연애시뮬레이션게임이라고 알려졌던 세간의 평가와는 달리, 뚜껑을 열어보니 ‘프로젝트M’은 미스터리 스릴러 어드벤처게임에 가까웠다. 이는 이브이알스튜디오가 이번 영상과 함께 공개한 시놉시스에서 잘 드러난다. 주인공 ‘이안’은 레지스탕스의 비밀요원으로 활동하던 중 폭발사고에 휘말려 죽게 되는데, 다시 눈을 떠보니 10년 전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 있다. 졸업식 외의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그는 자신을 죽게 만든 사고가 고등학생 시절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실마리를 하나씩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친구들은 각각 자신만의 소원을 갖고 있는데, 이것을 이루는 것을 도와주면 실마리 하나씩을 얻을 수 있다.

이 친구들 중에 ‘하나’와 ‘이비’도 있다. ‘하나’는 고교생 밴드의 보컬로, 큰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또 ‘이비’는 연예기획사에 들어가기를 원한다. 유저들은 ‘이안’이 되어 ‘하나’와 함께 공연을 하거나 ‘이비’의 프로필 사진을 찍어줘야 한다. 이 각각의 에피소드를 완성해서 실마리를 모으고, 궁극적으로 게임의 큰 줄기인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게 게임의 목표다.

[본편 여주인공 ‘이비’]

그동안 이브이알스튜디오는 이 흥미진진한 본편의 시놉시스를 극비에 부쳐왔다. 대신 본편의 내용과는 무관한 외전인 ‘프로젝트M: 데이드림’만 공개했다. 이 ‘프로젝트M: 데이드림’은 주인공과 여주인공이 데이트를 하고, 스카이다이빙과 물놀이를 함께 즐기는 상상을 하는 즐거운 에피소드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M’은 ‘서머레슨’과 비슷한 연애시뮬레이션게임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시놉시스를 2년 전 일찌감치 완성하고 게임 개발에 들어갔던 이브이알스튜디오로서는 다소 억울할 만 하다.

김재환 대표에 따르면 외전 ‘프로젝트M: 데이드림’은 내부 확인용으로 만든 프로토타입에 불과했다. 그래서 본편과 아무 상관 없는 내용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원래 공개할 예정도 없었는데, 해외 관계자들로부터 다시 보고 싶다는 요청이 계속 들어와서 스팀에 공개하게 된 것”이라며 “하지만 티저 영상인 프로젝트M: 드림은 본편과 관련이 있다”고 귀띔했다. ‘프로젝트M: 드림’은 몽환적인 공간에서 한 여성이 뒤를 돌아보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연출한 짧은 영상이다. 김 대표는 “본편을 플레이하고 나면 티저 영상의 분위기와 여성의 표정이 뜻하는 바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전 여주인공이었던 ‘승아’]

외전과 본편의 서사는 서로 무관하기에 아쉽게도 외전 영상의 여주인공 ‘승아’는 본편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 대신 다른 이름의 다른 인물로 등장할 가능성은 있다. 이브이알스튜디오는 비중 있는 NPC 하나를 만들 때 얼굴 만드는 과정에만 두달이 소요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다. 이대로 ‘승아’를 폐기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박재욱 테크니컬 AD는 “NPC 한명이 우리에게는 한명의 디지털 배우와 같다”며 “승아도 공들여 만든 캐릭터인만큼 나중에 다시 선보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승아’에 비해 ‘하나’와 ‘이비’가 훨씬 아름다워지게 된 이유를 물었다.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들인 결과라는 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승아’가 공개됐을 때 한국 유저들 사이에서는 “옆집 동생처럼 너무 현실적으로 생긴 것 아니냐. 그래도 게임인만큼 좀 더 판타지를 충족하고 싶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이 때문에 본편 여주인공들을 만들 때는 더 공을 들여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당시에 비해 아티스트들의 숙련도가 훨씬 업그레이드됐다는 점도 한 몫 했다. 구범석 AD는 “사실 외모에 대한 의견을 준 곳은 한국이 유일했다”며 “한국과 해외의 기준이 많이 다른 것 같다”고 웃었다.

[본편 여주인공 ‘하나’]

박재욱 테크니컬 AD는 여주인공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생동감 있는 표정을 만들기 위해 실제 배우의 얼굴 움직임을 따는 페이셜 캡처 기술을 사용하는데, 해당 캐릭터의 이미지와 맞는 배우를 찾는 일부터 힘들었다는 것이다. SNS에서 이거다 싶어 찾아낸 사람을 만났더니 사진과는 다른 얼굴로 나타나 당황하기도 했다.  또 천신만고 끝에 적합한 사람을 찾아냈더니 연기력이 부족한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어떤 캐릭터는 얼굴 따로 연기 따로 역할을 나눠야 했다. 민동준 총괄PD는 “우리가 직접 배우를 찾기도 하고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며 “이브이알스튜디오가 디지털 캐릭터를 잘 만든다는 평가가 계속 이어진다면 이후에는 좋은 분들과 작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난제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100여개 이상의 표정을 스캔해야 한다. 그리고 얼굴 근육을 하나씩 분리해서 블록화(化)한다. 박 테크니컬 AD는 “표정을 지을 때의 잔주름과 같은 디테일이 유기적으로 섞일 수 있도록 큰 공정을 만드는 일이 정말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이브알스튜디오가 자신 있게 공개한 ‘하나’와 ‘이비’는 조만간 아이폰X 앱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아이폰의 트루뎁스 카메라가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하고, 화면의 ‘하나’와 ‘이비’가 사용자의 표정을 따라 한다. 아이폰X의 ‘애니모지’와 비슷한 앱이다. ‘프로젝트M AR 이모지’라는 이름의 이 앱에는 ‘프로젝트M’의 홍보 영상도 탑재된다.

[본편 여주인공 ‘이비’]

‘프로젝트M’ 본편 출시 시점은 2019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상 플레이타임은 20시간 정도다. 플레이타임을 더 늘릴 수도 있지만 무거운 HMD를 쓰고 즐기는 VR게임 특성상 마냥 오래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게다가 아직 유저들이 VR게임을 하루에 얼마나 플레이하는지 알 수 있는 데이터도 부족한 상황이다. 민동준 총괄PD는 “데이터를 확인하는대로 플레이타임에도 변동이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인터뷰와 함께 ‘프로젝트M’의 일부 에피소드를 직접 시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사진사가 되어 ‘이비’의 프로필 사진을 찍어주는 내용이다. HMD를 썼더니 ‘이비’가 나타나 사진을 찍어 달라며 여러가지 포즈를 취한다. 사진 촬영이 끝난 후에는 바로 옆에 서서 결과물을 품평하기도 한다. 사실적으로 표현된 여고생 캐릭터가 바로 옆에 있으니 설레면서도 왠지 모를 죄책감이 느껴진다. VR이 아니었다면 느낄 수 없었을 경험이다. 앞으로 ‘프로젝트M’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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