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산업공학과 교수, 초연결 지능화 인프라 구축...스팀잇 좋은 모델

2018년 1월, 과기정통부는 I-Korea 4.0 업무보고를 통해, 정부의 ICT(정보통신기술,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혁신 컨트롤 타워 역할을 책임지는 부처로서 ‘사람중심의 4차 산업혁명’ 을 추진해 나가기 위한 전략을 밝혔다.

 지능(Intelligence), 혁신(Innovation), 통합조정(Inclusiveness), 소통(Interaction)의 의미를 담은 ‘I-KOREA 4.0’ 정책을 통해, 정부는 ▲초연결 지능화 인프라 구축 ▲국가 R&D 시스템 혁신 ▲국민 삶의 질 제고 등 3대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필자는 여기에서 '초연결 지능화 인프라 구축'이라는 과제의 전략적 방향성이 주는 의미를 좀 더 들여다 보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의 결과물로 기대되는 미래형 기술제품 및 서비스들로 무인자동차, 지능형 로봇 및 드론, 스마트팩토리, 만물인터넷 등이 언급되고 있으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필수적인 핵심적인 기술로 우리는 초연결을 위한 5G 및 IoT 기술을, 지능화를 위한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및 그 관련 기술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중에서, 인공지능의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더 많은 정보 및 데이터들의 확보와 이의 반복 학습(머신러닝 및 딥러닝)이 필수적 임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글로벌 선도기업들인 구글이나 아마존, 혹은 한국의 네이버나 카카오 등을 비롯한 수많은 사업자들이 그토록 데이터 확보에 목을 매고, 데이터의 관리와 활용에 지나칠 정도의 노력을 투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 번째는, 선도기업들에 의해 주도되는 ICT기반 제품과 서비스의 패러다임이 '데이터'로 인해 점점 더 공고해질 가능성이다. 기본적으로 하이테크 기반의 제품과 서비스 시장에서는, 시장 선도사업자에 의해 시장독점이나 비정상적인 편중이 생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수확체증의 경제학적 법칙(Brian Arthur, 1996, HBR)으로 설명이 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다. 이로 인해 시장 선도자와 후발자 간의 격차는 급속도로 벌어지고, 시장은 선도자의 온리원 구조로 고착화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앞으로 이러한 시장 불균형과 불안정의 크기를 더욱 크게 확대하게 될 핵심요소가 ‘정보 및 데이터의 독점과 쏠림’ 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정보 및 데이터’가 자유로운 사용이 가능하도록 개방되고 활용될 수 있게 하기 위한 정책적, 기술적 장치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생산되고 유통되는 정보와 데이터의 소유권 및 보상에 대한 문제이다. 특정 분야의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의 프로파일이, 특정 SNS 플랫폼을 통해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 고객 마케팅을 위한 타게팅 풀(Targeting Pool)로 활용이 된다면, 혹은 나의 콘텐츠 포스팅으로 인해 그 SNS 플랫폼의 트래픽이 늘어나고, 그를 통한 간접적 광고 매출의 효과가 생긴다면, 그러한 데이터와 콘텐츠에 대한 권리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 두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안되고 있는 것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기 위해 우리에게는 ‘데이터 혁명’이 필요하다. 이 ‘데이터 혁명’을 위한 생육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블록체인’이다.

 탈 중앙화 기반의 블록체인 기술이 트리거링 하는 이러한 ‘데이터 혁명’ 및 ‘콘텐츠 혁명’이 ‘집단 지성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적절한 보상 메커니즘을 통해 이러한 ‘혁신’이 반복되고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마치 촛불혁명처럼, 다수의 참여와 기여가 가능한 여건을 만들어냄으로써, 본격적인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의 불꽃을 타오르게 하는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제공하는 데이터의 정확성, 보안성, 손쉬운 작업 입증과 소유권 입증, 높은 수익분배 등은 데이터 및 콘텐츠의 안전한 개방 및 공유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는 핵심적인 장점이다.
     
2016년 1월 시작된 ‘스팀잇’ 서비스는 이러한 혁신의 좋은 모델이다. 이것은 글쓴이가 돈을 번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개념을 제시하는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로, 스팀잇을 사용하는 사람(스티머)이 포스팅한 콘텐츠를 블록체인기술을 통해 기록하고,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같은 '업보트(upvote)'를 받으면 가상통화(스팀, 스팀달러, 스팀파워)를 지급함으로써 참여자에게 보상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기존의 중앙형 서비스 사업자(페이스북, 트위터 등)들이 개인의 정보나 동향은 물론이고, 개인들이 올린 콘텐츠들로 인해 발생되는 트래픽 혹은 광고에 대한 수익을 불공평하게 갖게 되는 현재의 불합리함들을 블록체인 기술로 해결하는 방안이다.

 음악 콘텐츠 제공자(작곡 작사자 등)의 부정확하고 열악한 수익분배 문제도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글로벌 음악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인 ‘스포티파이’는 2017년 4월 ‘미디어체인’을 인수하여 음악콘텐츠 사용에 대한 로열티 정산 업무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개시하기 시작하였다.

한편, 광고시장에서의 거래투명성을 위한 대표적 블록체인기반 프로젝트로 ‘파피루스’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다. 기존의 광고대행사를 배제하고 광고주와 광고타겟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직접 연결하려는 노력 또한 진행되고 있다. 이 경우, 개인들이 적극적으로 개인 데이터를 잠재 광고주에게 공유하고, 반대급부로 그 동안 광고 대행사에게 할당되었던 예산의 일정 부분을 데이터 제공자에게 보상함으로써, 광고주의 광고효과 최적화 및 참여개인의 보상문제까지 해결할 수가 있다. 

또한, 게임 내에서 통용되는 가상 화폐 및 게임 아이템의 게임 외 거래 및 가치보전 방안에 관한 연구도 블록체인 본연의 안전성과 신뢰성에 기반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이라고 말하는 '크립토키티'의 초기 성공에 힘입어 탈중앙화 앱(DAPP, Decentralized Application)들의 가능성과 그 플랫폼이 되는 코인 생태계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은, 블록체인 기술을 콘텐츠 산업에 적용하여 산업 부가가치를 극대화 하려는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도출 및 접목을 위해활용 가능한 데이터의 전향적인 개방과 이의 보안성 확보노력,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데이터 및 콘텐츠 제공자들에 대한 정교한 보상체계를 잘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야흐로 인터넷에 버금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되었다. 블록체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콘텐츠에의 창의적인 접목을 통해 한국 콘텐츠 산업이 글로벌 리더의 자리를 탈환할 수 있도록 모두의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글쓴이=김정수 명지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김정수 교수는?

현 명지대 교수, 마크애니 부사장, JC엔터테인먼트(현 조이시티) 부사장, 조이맥스 이사, KIPA 콘텐츠수출팀장, SK글로벌 마케팅 매니저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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