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소프트웨어의 프로그래머 존 카멕, 레벨 디자이너 존 로메로

■ 두 명의 ‘존’ – 수수한 ‘존’

지난 편에서 ‘둠’ 하나로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던 이드 소프트웨어(ID SOFWARE)를 이끄는 두 명의 ‘존’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이들을 굳이 애플의 두 명의 ‘스티브’와 비교한다면 존 카멕은 스티브 워즈니악과 같은 엔지니어 성향이 강한 인물이었다. 회사가 유명해지고 돈을 벌기 시작할 때도, 정작 그는 그 돈을 어디에 쓸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즐기기보다는 새로운 기능의 프로그램(엔진)을 개발하기 위해 늘 컴퓨터 앞에 앉아 밤을 새는 일이 허다했다.

[존 카멕]
(이미지 – https://apptractor.ru/info/articles/)

그는 애마 ‘페라리’를 개조하는데 들이는 비용 빼고는 거의 돈을 쓰는 일이 없었다.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프로그램을 짜는 일이었다. 심지어 신혼여행 당시에도 자신의 컴퓨터를 여행지로 배달시켜서 일을 했다고 한다. 어릴 적 학교에서 하루 종일 책만 들여다 보고, 점심 시간에도 밥 숟가락은 입에 들어가도 눈은 책에서 떨어지지 않던 안경 낀 모범생과 같은 타입의 천상 개발자였다.

[존 카멕과 그의 애마]
(이미지 – http://www.longbowgames.com/contact/tribute/SeumasCarmack.jpg)

비록 그의 애마가 일반인들은 넘보기 힘든 페라리라고 해도 ‘둠’이 벌어들인 돈에 비교한다면 그렇게 큰 지출도 아니었고, 존 카멕은 그 이상의 것을 욕심내지도 않았다. 세계 최고의 프로그래머라는 칭호도 천재라는 평가도 모두 그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었고 오로지 세상에서 제일 빠르게 작동하는 3D 게임 엔진을 만드는 것만이 그의 유일한 관심사였고 목표였다. 결국 최연소로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기록과 함께 지금까지도 많은 개발자 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게임을 만들어 온 회사를 미련 없이 떠나 또 한 번 많은 이들에게 의아함과 경외심을 갖게 했다.

[존 카멕]
(이미지 – http://proyectoidis.org/john-d-carmack/)

그는 2013년부터 오큘러스의 CTO로 활동하며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 이전부터 그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MS(Microsoft)의 빌 게이츠도 무척 놀랐겠지만, 사실 그가 VR의 세계로 건너 간 것은 생각해보면 전혀 신기한 일도 아니다. 애초에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작동하는 3D 프로그래밍에 목숨 걸다시피 살았었고, 2D 화면에서 구현되던 가짜 3D 화면에 늘 아쉬움이 많았던 그였다. 비록 가상이라고는 하지만 VR이라는 세계에 빠져드는 것은 그에게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비록 ‘둠’ 이후에 많은 구설수에 올랐지만 그래도 그는 아직까지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최고의 게임 개발자 중에 한 사람이다. 앞으로 그의 행보에 많은 관심과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과거 ‘둠’과 같은 게임 혁명을 일으키기를 바란다.

■ 두 명의 ‘존’ – 화려한 ‘존’

이드 소프트웨어에는 또 한 명의 ‘존’이 있었는데 바로 존 로메로다. 존 카멕과 존 로메로는 회사 설립 때부터 늘 함께 했던 사이였고 그 둘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FPS게임 장르는 전혀 다른 느낌의 게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존 로메로]
(이미지 – http://www.reaxxion.com/8055/zoe-quinn-whines-about-online-harassment-in-gameloading-rise-of-the-indies)

게임 업계에 큰 공을 세웠지만 결국 둘은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헤어지게 되었다. 지금은 잊혀져 가는 존재가 되었지만, 분명한 것은 두 명의 존이 있었기에 ‘둠’이라는 희대의 명작 게임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두 명의 존이 처음 만나게 된 것은 다른 회사에서였지만, 이내 그 둘은 그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게 되는데 그것이 이드 소프트웨어다. 창업 초기에 존 카멕은 게임 프로그래밍을 전담하며 개발자로서 발휘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했지만, 아무리 실력 있는 개발자라고 해도 단지 그것만으로는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기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 어려움을 풀어준 것이 바로 또 한 명의 존, 존 로메로라는 인물이다. 그 역시 게임 산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게임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일을 했지만, 존 카멕과 다른 점은 게임을 단지 개발자의 입장에서만 본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게임을 사업적으로 성공시키고자 했다는 점이다.

[존 로메로]
(이미지 – https://www.ionlitio.com/historia-id-software-doom/)

다만 다른 사람과의 차이가 있다면 개발에 대한 지식도 없이 입만 살아서 회사를 휘젓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게임 개발에 대한 지식과 경험도 있었다는 점이다. 존 로메로는 ‘울티마’ 시리즈로 유명한 오리진 시스템즈에서 프로그래머로서의 게임 개발자 인생을 시작했다. 그가 이드 소프트웨어에 있으면서 본인이 아닌 존 카멕이 프로그래밍 담당이라고 알린 이유는 굳이 본인이 프로그래밍까지 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프로그래밍이라면 존 카멕이 말도 안되게 월등하게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존 로메로는 프로그래머 출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점점 프로그래밍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프로그래밍에 관련 된 분야도 어느 정도 맡았지만 점점 프로그래밍은 존 카멕에 의해 주도되었고, 그는 레벨 디자인 업무를 맡으면서 게임 개발을 함께 했다. 레벨 디자이너로서 실력도 꽤 좋았던 편으로, 그 뒤 개발되는 게임들에서 주로 레벨 디자인에 관한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점점 본업에서 멀어지고 근무 태만을 일삼다 회사에서 쫓겨나다시피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와 존 카멕이 멀어지게 된 계기에 대해 마치 존 로메로에게 귀책사유가 있었던 듯한 말들이 많지만, 사실 자신보다 더 뛰어난 인물이 핵심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좁아진 자신의 입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었을까? 그래서 어쩌면 그는 회사의 얼굴 마담이 되기로 마음 먹었을지 모른다.

여기저기 부르는 곳이라면 다 달려갔고 나가는 곳이 많다 보니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다. 존 카멕의 프로그래밍 실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여러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에 비해, 존 로메로는 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뛰어난 후배에 밀려 업적에 비해 박한 평가를 받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이 부분이 상당히 아쉽다. ‘둠’이 FPS 게임의 지평을 열었던 것은 단지 프로그래밍 기술이 뛰어났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게임으로서 갖추어야 할 요소들 역시 뛰어났기 때문이다.

■ 필자의 잡소리

 
어쨌든 지금에 와서는 두 사람의 존이 다시 합쳐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두 사람이 합쳐지는 날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원해도 두 명의 존에 달린 일이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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