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벽람항로’에서 일러스트가 삭제된 나르닥(Nardack) 작가가 퍼블리셔인 X.D. 글로벌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X.D. 글로벌은 유저들 사이에서 ‘메갈 논란’이 벌어지자 작가에게 직접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언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나르닥 작가는 29일 에버노트를 통해 ‘벽람항로의 일러스트 삭제에 관한 입장문’을 공개했다. 나르닥 작가는 모바일게임 ‘확산성 밀리언아서’ ‘괴리성 밀리언아서’ ‘큐라레: 마법 도서관’ 등은 물론 여러 라이트노벨 작업에도 참여해온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다. 그녀는 최근 ‘벽람항로’의 한국 퍼블리셔인 X.D. Global에서 의뢰를 받아 일러스트를 작업했고, 해당 그림은 27일 ‘벽람항로’ 한국 서비스의 게임 내 로그인 화면으로 사용됐다.

나르닥 작가는 “업데이트 직후 일부 네티즌들이 ‘Nardack은 반사회적 단체에 동조하고 있는 작가다. 그런 작가의 그림을 게임에 사용 할 것인가?’라는 항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서 “그들이 주장하는 반사회적 단체(메갈/메갈리아)에 제가 동조하고 있다는 이유란, 그들은 페미니즘이 반사회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 페미니즘을 지지하거나 조금이라도 동의하는 의견을 가진 다른 작가님의 트위터 계정을 제가 팔로우하거나 좋아요를 눌렀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논란이 벌어지자 X.D. 글로벌은 카카오 메신저를 통해 나르닥 작가에게 연락했다. 나르닥 작가는 “벽람항로 측은 저에게 메신저를 통해 정말 그런 반사회적 단체에 소속되어 있느냐는 질문을 했고 저는 아니라고 답변을 드렸지만, 벽람항로 측에서는 그렇다면 ‘난 메갈리아와 관련이 없고,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저의 SNS에 공식적으로 써달라는 요구를 해왔다”고 밝혔다.

나르닥 작가는 이 요구를 거절했고, 결국 그녀의 일러스트는 게임 로그인 화면에서 삭제 됐다. 지난 27일 그녀는 당시 X.D. 글로벌 직원과 나눈 카카오 채팅 내역을 트위터에 공개한 바 있다. 

나르닥 작가는 “그 결과로, 저는 항의를 한 네티즌들에게 회사가 그림을 삭제했으니 역시 Nardack은 반사회적 단체의 인물이 맞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며 “그리고 벽람항로측은 지금이라도 위에서 요구한 입장을 SNS에 쓴다면 공식적으로 Nardack은 반사회적 단체와 상관이 없다고 공지를 쓰고 제 그림을 다시 사용해주겠다고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저는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 정말 크게 경악했고 지금이 21세기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며 “벽람항로 측의 대응에 강력하게 반발을 표하고, 저를 반사회적 단체에 소속된 사람으로 만든 대응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나르닥 작가는 “회사가 저에게 질문한 반사회적 단체인 메갈의 소속 여부와 별개로, 일부 네티즌들이 주장하는 ‘페미니즘은 반사회적이다’라는 주장이 법적, 사회적으로 모두가 합의한 내용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아니라면 그것은 회사 측의 입장일 뿐이고 저는 표현의 자유를 가진 개인으로 회사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저는 그 어떠한 반사회적인 집단, 사상에도 동조하고 있지 않으며, 작업자에 대한 강압적이고 근거 없는 사상 검증을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발표한 입장문을 일본어로 번역, 일본 유저와 관계자들에게도 이 같은 사실이 있었음을 알렸다.

이에 대해 ‘벽람항로’ 측은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나르닥 작가에게 답변을 전했다. 트위터 글자수 제한에 막히자 캡처한 이미지를 보냈다.

‘벽람항로’ 측은 “논란이 된 부분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상당히 민감한 문제라는 걸 저희도 인식하고 있기에, 이와 같은 일이 생길 시 ‘벽람항로’를 사랑해주시는 ‘유저’ 분들을 더 우선시하는 방향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저희는 나르닥님을 존중하며, 권익을 지켜드리고자 당시 저희가 ‘논란이 된 부분을 부정하는 공지’를 올려도 될지 여쭤본 것”이라며 “커뮤니케이션 과정 중에 생긴 일련의 문제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X.D. 글로벌은 중국 게임사 심동네트워크(X.D. 네트워크)의 자회사로, ‘벽람항로’ 외에도 ‘소녀전선’, ‘붕괴3rd’를 한국에 서비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