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게임에서 시작해 눈부신 성장 거듭한 에픽게임즈

게임별곡 시즌2 [에픽게임즈 1편]

■ 전 세계 게임 개발자들의 필수 도구를 만들다

게임을 만드는 수많은 도구가 있지만 그 중 제일 유명한 것 중 하나가 ‘언리얼 엔진’이라는 게임 엔진이다. 언리얼 엔진을 개발한 에픽게임즈는 ‘언리얼 토너먼트’,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 ‘포트나이트’ 등의 게임으로도 유명한 회사이다. 1991년 미국의 매릴랜드 주에서 창업해 현재는 미국 동부 노스캐롤라이나주 랠리(Raleigh) 지역의 ‘캐리’로 본사를 옮겼다. 현재 ‘로보리콜’, ‘스파이징크스’, 새로운 ‘언리얼 토너먼트’ 등의 게임을 개발하고 게임 외에도 언리얼 엔진이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게임 엔진을 개발한 회사로 유명하다. 언리얼 엔진은 PC, 콘솔, 모바일, 웹 게임, 그리고 VR까지 플랫폼의 경계 없이 게임을 제작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임엔진이다.

언리얼 토너먼트
(이미지 – https://www.epicgames.com/unrealtournament/)

에픽게임즈는 1998년 출시한 게임 ‘언리얼’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FPS게임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이후 출시한 ‘언리얼 토너먼트’가 크게 성공하자 자사의 ‘언리얼’이라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만든 툴을 정리하여 게임 엔진으로 공개하였는데 그것이 언리얼 엔진이다.

언리얼 엔진 로고

애초에 만들어진 배경이 자사의 FPS게임 ‘언리얼’을 개발하기 위한 도구였기 때문에 게임 엔진 공개 초기에는 FPS게임 장르 외엔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언리얼 엔진 1으로 FPS게임 외에 3인칭 액션게임이 다수 출시되었으며, 언리얼 엔진 2로는 MMORPG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온라인 게임들이 제작되기도 했다. 언리얼 엔진 3에 가서는 여러 가지 형태의 변형이 쉽게 가능하도록 지원하면서부터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생각하는 모든 게임을 개발 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추게 되었다. 언리얼 엔진 4 역시 애초부터 범용성을 목적으로 개발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지속적인 단일 엔진으로서의 범용화를 추구하고 있다.

전 세계 게임 개발 회사 중 상당수가 언리얼 엔진을 사용할 정도로 시장 점유율은 논할 가치가 없을 정도다. 작년 2016년 기준으로 언리얼 엔진으로 개발 된 게임들의 매출이 11조원을 넘었다는 뉴스만 보더라도 이 엔진이 얼마나 많은 회사와 많은 게임에서 사용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화려한 현재와 달랐던 과거의 수수한 모습

에픽게임즈 로고

하지만 현재의 화려한 실적이 있기까지 에픽게임즈 역시 다른 장수한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숱한 고비를 넘기면서 성장해 왔다. 1991년 팀 스위니가 창업한 당시 회사 이름도 에픽 게임즈가 아니라 ‘에픽 메가 게임즈(Epic Mega Games)’라는 MB(Mega Byte)단위에 머물러 있는 회사였다. 아마도 최근에 회사를 만들었다면 ‘에픽 테라 게임즈’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회사 창업 초기에는 간단한 DOS용 게임을 주로 개발했는데, MS-DOS용 ‘ZZT’나 ‘브릭스’, ‘오버킬’ 같은 게임들이 그것이다. 그리 널리 알려져 있는 게임들은 아닌데, 그 다음해 1992년에 개발한 ‘질 오브 더 정글(Jill of the Jungle)’ 역시 필자는 감명 깊게 했지만 주변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에픽게임즈는 1993년 ‘에픽 핀볼’을 출시하고 나서부터 조금씩 이름이 알려졌는데, 그 이후로도 ‘로보’나 ‘Xargon’ ‘하트라이트’ 같은 간단한 액션, 퍼즐 게임 등을 개발했다.

Xargon (1993)
(이미지 – https://www.dosgamesarchive.com/download/xargon/)

에픽게임즈가 1990년대 초기에 개발했던 게임들을 보면 대부분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나 퍼즐 게임 위주다. 지금의 회사를 생각하면 참으로 수수한 시절도 있었구나 하고 감상에 젖는다. ‘Xargon’은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되었는데, 당시에 비슷한 류의 게임들이 워낙 많아서 아마도 이 게임을 즐겨 본 분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이 게임은 사실 먼저 출시했던 ‘질 오브 더 정글’이라는 게임의 엔진을 활용하여 보다 더 확장된 맵 구성과 레벨 시스템, 아이템 등 횡스크롤 액션게임으로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했다.

이 게임의 그래픽은 조 히친스(Joe Hitchens)가 작업했다. 조 히친스는 이미 그 전에 ‘질 오브 더 정글(Jill of the Jungle)’의 그래픽을 작업했었다. 그래서 전체적인 게임의 느낌이 비슷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데, 그래픽적인 부분은 더욱 보강되었다. 게임은 총 3부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전편 ‘질 오브 더 정글(Jill of the Jungle)’ 역시 3부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존 게임의 엔진을 활용하여 새로운 게임을 제작하는 에픽게임즈의 풍토는 아마 이 때부터 시작됐었던 것 같다. 결국엔 엔진만 따로 상용화된 지금의 언리얼 엔진의 역사적인 유래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시작됐던 것이다.

하트라이트 (Heartlight, 1993)
(이미지 – https://www.dosgamesarchive.com/download/heartlight/)

본격적으로 회사가 알려지기 시작했던 1998년 ‘언리얼’ 이전까지 여러 게임들이 개발되었지만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대작 게임들은 많지 않았다. ‘하트라이트’ 같이 타회사에서 개발한 게임을 유통하는 일을 하기도 하면서 그 이전에도 여러 회사의 게임들의 유통을 맡았다.

트래픽 디파트먼트 2192 (Traffic Department 2192, 1994)
(이미지 – http://earok.net/sections/projects/games/garbage-collection/garbage-collection-3-traffic-department-2192-remake)

‘트래픽 디파트먼트 2192’, ‘캐슬 오브 더 윈드’, ‘일렉트로 맨’, ‘로보’ 등 에픽게임즈가 유통한 게임들 역시 에픽 메가 게임즈 자체 개발이 아니라 다른 회사의 게임들이다.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았고 ‘데어 투 드림(Dare to Dream)’과 같은 자체 개발 게임도 그 당시에는 별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었다.

SaadaSoft - Castle of the Winds (1993)
(이미지 – https://www.youtube.com/watch?v=nctuV4ib0tg)

‘캐슬 오브 더 윈드’는 당시 기준으로도 조악한 그래픽으로, 애초에 1989년에 개발된 게임을 4년이나 뒤늦은 1993년에 배포하게 된 이유가 뭔지 궁금할 정도다. 그러다보니 게임의 그래픽부터 전체적인 완성도까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 의외의 한 방 - 토끼가 회사를 구했다

Jazz Jackrabbit (1994)
(이미지 – http://www.duiops.net/juegos/clubs/plataformas/jazz2pre.html)

그래도 꾸준히 노력하면 하늘이 돕는다 했던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하던 중 제대로 한 방이 터졌는데 그 게임이 바로 ‘재즈 잭래빗’이라는 미치광이 토끼 게임이다. 1994년 1편이 출시되고 4년이 지난 1998년 2편이 출시되었는데, 저 놈의 토끼만 봐도 이가 갈린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이 게임은 국내에서도 꽤 많은 분들이 즐겼던 명작 게임이다. 저 게임을 즐기던 당시 에픽 메가 게임즈라는 회사 이름은 몰라도 ‘재즈 잭래빗’이라는 게임 이름은 알 정도로 유명했던 게임이다. 

이 게임은 이미 기존에 나온 여러 게임들을 참고로 하여 각 게임의 장점만 따온 게임이다. ‘슈퍼 마리오’ 시리즈나 ‘록맨’ 시리즈, ‘소닉 더 헤지호그’ 시리즈 등 고전 명작 횡스크롤 게임들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보니 처음 하는 사람들도 금방 익숙해질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시리즈 1편은 정식 발매 되지 않았고 시리즈 2편이 정식 발매되어 2편부터 즐긴 분들이 많다. 하지만 당시 PC 통신이나 지하 상가를 통해 1편을 접해 본 분들도 많다. 정말로 토끼라는 동물이 그런지 모르겠지만, 뭔가 정신이 나갈 듯 미칠듯한 콘셉트가 이 게임의 특징인데 등장하는 무기도 다양한 종류를 지원한다. 또한 게임의 배경음악도 게임 콘셉트에 맞게 상당히 경쾌하다. 여러 가지 게임의 장점들을 모아 한데 어우러진 종합판이라 봐도 좋을 정도다. 게임의 주인공 역시 상황에 따라 골라서 할 수 있게 주인공 ‘재즈’와 동생 ‘스패즈’ 등이 등장한다. 처음엔 쉽게 생각하고 덤볐다가 정신이 나갈 듯한 난이도에 이를 갈면서 했던 기억이 나는 고전 명작 게임이다.

에픽게임즈의 1990년대 초중반 게임들을 살펴보면 사실 몇 개의 게임을 빼놓고 나머지는 거의 기억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망했거나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사라진 게임들이 많다. 에픽게임즈는 1998년을 기준으로 회사의 유명세와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할 정도로 1998년은 중요한 한 해였다. 일단 ‘언리얼’이 출시되었고 ‘재즈 잭래빗 2’가 출시되어 이 두 게임만으로도 회사는 향후 나아갈 길을 정할 수 있었다. 

다음 편에서는 에픽게임즈의 1990년 초기 작품 중 ‘Xargon’ 게임을 탄생할 수 있게 한 엔진 테스트용 작품 ‘질 오브 더 정글’과 1998년 이전의 다른 게임들에 대해서 다룰 예정이다.

■ 필자의 잡소리

Dare to Dream (1993)
(이미지 – https://www.youtube.com/watch?v=nctuV4ib0tg)

1990년대 초 중반까지의 에픽게임즈의 게임들을 보고 있노라면 간혹 무슨 정신으로 이런 게임을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과 정말 지금의 언리얼을 만든 회사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해하기 힘든 게임들이 많은데, 그 중에 하나가 ‘데어 투 드림’이다. 당시 필자가 영어라는 언어적 장벽을 넘지 못해서인지 게임이 알리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보여지는 이미지만으로 너무 섣부른 판단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오랜만에 어렵게 다시 구해서 해보았지만 역시나 필자의 성향과는 맞지 않는 게임이다.

그래도 언리얼’ 시리즈, ‘기어스 오브 워’ 등을 디자인한 에픽 게임즈의 원년 멤버이자 수석 디자이너인 클리프 블레진스키(Cliff Bleszinski)의 작품이다. 3편까지 나왔으면 뭔가는 있겠지 하는 생각에 다시 해봤지만, 클리프 블레진스키의 명성에는 못미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품 출시일이 25년 전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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