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건설, 설계, 자동차, 항공 등 전방위 산업 종횡무진

게임엔진 유니티(Unity)가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주무대인 게임 영역 이외에도 다양한 산업에 진출해 종합 콘텐츠 제작 툴로 활약하는 중이다. 영화와 영상 산업은 물론이고 건축, 자동차, 항공 등 3D 기반의 설계 및 개발 역량이 필요한 산업에서도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게임업계가 아닌 다른 산업에서도 유니티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는 유니티 엔진이 지속적인 엔진 업그레이드를 통해 그래픽 퀄리티를 높여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기업들과 적극적인 제휴를 통해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고 범용성을 극대화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유니티 관계자는 “올해 공개될 유니티 2018 엔진에서는 비(非)게임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들이 추가될 예정”이라며 “개발자,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 다양한 업계 종사자들이 유니티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영상, 영화에서 실시간 렌더링 적용…시간과 비용 대폭 절감

유니티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야는 영상 및 영화 제작 분야다. 그 중에서도 일본의 마자 애니메이션 플래닛(Marza Animaition Planet)이 대표적이다. 마자 애니메이션 플래닛은 세가사미 그룹 소속으로, 일본에서도 손에 꼽히는 CG 제작 스튜디오다. 이 회사는 2016년 유니티만 사용해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더 기프트(The Gift)’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더 기프트(The Gift)’]

원래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전통적으로 1프레임의 영상을 만들 때 수십 분에서 수 시간이 소모되는 오프라인 렌더링 방식을 사용해왔다. 이 방식에서는 제작 시간과 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실시간 렌더링 엔진인 유니티를 사용하면서 애니메이션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추세다. 라이팅(lighting)이나 텍스쳐에 수정을 가하더라도 실시간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감된 것이다.

특히 VR(가상현실) 애니메이션 분야에서의 유니티 활용도는 더 높다. 2017 선댄스 영화제의 뉴프론티어 VR 부문에 선정된 작품 중 절반 이상이 유니티로 제작됐다. 이 중에는 ‘인베이전!’으로 유명세를 떨친 바오밥 스튜디오의 신작 ‘아스테로이드!’도 포함되어 있다. 바오밥 스튜디오의 레리 커틀러 최고기술책임자는 “유니티 엔진을 통해 생생한 캐릭터와 눈길을 사로잡는 배경 렌더링이 가능했다”며 “덕분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스테로이드!’]

유니티는 자사의 실시간 렌더링 기술을 알리기 위해 2016년부터 오리지널 영상 ‘아담(Adam)’ 시리즈를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시리즈 2편부터는 영화 ‘디스트릭트9’으로 유명한 닐 블롬캠프 감독과 그가 설립한 오츠 스튜디오가 맡아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편과 3편은 유니티 2017 엔진으로 제작되어 뛰어난 그래픽 퀄리티와 영상미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담Adam)’ 3편]

닐 블롬캠프 감독은 “일반적인 영상 제작에 드는 절반의 시간으로 사실에 가까운 비주얼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오츠 스튜디오의 크리스 하비 시각효과 감독도 “지금껏 유니티보다 더 강력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툴킷을 본 적이 없다”며 “유니티 2017 엔진을 사용해서 실시간으로 작업한 결과, 재촬영을 하지 않고도 중요한 장면을 변경할 수 있었다”고 극찬했다.

지난 3월 5일 진행된 ‘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및 시각효과상을 수상한 ‘블레이드 러너 2049(Blade Runner 2049)’ 역시 유니티의 버추얼 프로덕션 기법을 활용해 사전 시각화, 연출, 촬영, 반복 테스트 및 후반작업을 하나의 작업공간에서 완료, 제작 비용과 기간을 최소화했다. 이외에도 디즈니의 ‘정글북(The Jungle Book)’,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등에도 유니티가 활용됐다.

유니티, 픽시즈(PiXYZ) 소프트웨어와 제휴… CAD 데이터 활용하는 산업으로 확대

유니티는 3월 초 대규모 CAD 데이터 불러들이기 및 프렙(정리 및 가공) 분야의 선두주자인 픽시즈(PiXYZ) 소프트웨어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이번 파트너십으로 개발자들은 동급 최고 수준의 솔루션을 통해 CAD 데이터를 가져와 최적화함으로써 유니티에서 실시간 개발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제휴의 의미가 남다른 이유는 CAD 데이터가 건설, 설계, 제조 등 수많은 산업계에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PiXYZ 소프트웨어와의 협업을 통한 엔터프라이즈급 솔루션이 개발되면 다양한 업계에 종사하는 개발자들이 CAD 데이터를 유니티에서 불러와 더욱 쉽고 빠르게 실시간 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 이는 게임 엔진업계뿐만 아니라 CAD를 활용하는 전 산업계에 영향을 미치며, 개발 패러다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니티는 지난해 10월에도 3D 디자인, 엔지니어링 및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분야 선두 기업인 오토데스크와의 제휴를 발표한 바 있다. 유니티는 오토데스크 FBX SDK 소스코드에 접근 가능한 최초의 엔진으로, 오토데스크 3ds Max 및 Maya와 유니티를 오가는 작업의 능률을 크게 향상시켜 많은 아티스트들의 호응을 얻었다.

인테리어, 통신,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서 각광

유니티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또다른 분야는 바로 차세대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는 AR/VR 분야다. 유니티에 따르면 전세계 VR 콘텐츠의 75%가 유니티로 제작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테리어 업계에서 가상 공간을 실제 인테리어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VR/AR 콘텐츠를 유니티 엔진으로 제작하고 있는 추세다. 웨스트 피어 스튜디오(West Pier Studio)에서는 VR로 가상 공간 내부를 돌아다니며 꾸밀 수 있는 모바일 앱을 개발했다. 휴대폰에서 모바일 앱을 실행한 뒤 VR 헤드셋에 장착하면 마치 진짜 집 안을 둘러보는 등 가상으로 인테리어를 꾸며볼 수 있다.

또한 글로벌 홈퍼니싱 기업 이케아에서는 프린트된 카탈로그의 마킹 도구를 사용해, 스마트폰으로 실제 공간을 비춰주며 가상의 가구를 배치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AR 기술 기반의 앱을 유니티로 제작했다. 국내 사례로는 홈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이 실제 고객거주 공간 DB를 기반으로 VR을 통해 가상으로 홈 인테리어 가구를 상담-배치-견적-발주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유니티로 개발해 실제 사용하고 있다.

국내 주요 통신 기업들은 유니티 엔진과 AI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MWC 2018에서 사람 모습의 아바타와 마주보며 대화할 수 있는 '홀로박스(HoloBox)'를 선보여 관심을 받았으며, KT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5G 이동형 체험관'을 선보였다.

자동차/항공업계 기업들은 실제 차량 및 항공기를 체험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을 위해 유니티 기반의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아우디 웹사이트에서는 ‘Web Configurator’ 페이지를 제공, 누구나 자사 차량의 색상, 옵션 등을 선택해 꾸미고 360도로 돌려보며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제네시스는 차량 조작법을 AR 기능으로 안내하는 ‘AR 매뉴얼’을 제공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차량 내부를 촬영하며 응급 상황 대처법, 기본 매뉴얼, 차량 버튼 조작법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한항공에서는 보잉 787 기종 출항을 기념해 웹사이트에서 787기 외관을 디자인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항공기 디자인 기능을 유니티 엔진을 활용해 구현해, 누구나 쉽게 자신만의 항공기를 만들어볼 수 있도록 했다.

유니티를 활용해 도시 교통 안전을 꾀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미국 워싱턴 주 벨뷰 시에서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카메라로 도로 교통 상황을 촬영한 뒤 해당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에서 유니티를 활용했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해야 했던 데이터 분석 부분도 유니티를 통해 차량, 차도, 거리 등 각 요소와 대상들을 효과적이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유니티는 더욱 폭넓은 분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3D 렌더링과 AI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어 최근 각광받는 자율주행차 개발 시에도 활용될 수 있다. 또한 e커머스, 패션 및 액세서리 등 분야에서도 유니티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이 논의되고 있다. 또 코딩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니티를 활용한 실시간 콘텐츠 활용 코딩 교육도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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