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톰슨 아트 디렉터, 스티븐 창 부 디자이너 인터뷰

블리자드가 디지털 카드게임 ‘하스스톤’의 신규 확장팩을 4월 13일(한국 시각) 출시한다. 이번 확장팩의 이름은 ‘마녀숲(Witchwood)’으로, 아제로스에 위치한 늑대인간의 수도 길니아스를 배경으로 삼았다. 유저들이 길니아스에서 괴물 사냥꾼을 도와 마녀숲에 저주를 내린 ‘마녀 하가사’의 흔적을 쫓는다는 스토리다.

이와 함께 새로운 정규력인 ‘까마귀의 해’가 시작되고, 기존의 ‘고대 신의 속삭임’, ‘한여름 밤의 카라잔’, ‘비열한 거리의 가젯잔’ 카드들은 야생전 모드 전용으로 전환된다.

이번 확장팩에는 새로운 키워드인 ‘잔상’과 ‘속공’이 추가됐다. ‘잔상’을 보유한 카드를 필드에 내면 유저의 손에도 복사되는데, 마나만 충분하다면 해당 턴에 반복해서 같은 카드를 낼 수 있다. 또 ‘속공’ 하수인은 내는 즉시 다른 하수인을 공격할 수 있지만, 다음 턴이 될 때까지 영웅은 공격할 수 없다.

‘마녀숲’ 출시 2주 후에는 싱글 PvE 모드인 ‘괴물사냥’ 콘텐츠도 추가된다. 이는 전 확장팩 ‘코볼트와 지하미궁’의 ‘미궁탐험’과 비슷한 콘텐츠로, 우두머리 몬스터를 무찌르고 전리품을 획득해 카드 덱을 만들어가는 구조다.

블리자드코리아는 ‘마녀숲’ 출시에 앞서 ‘하스스톤’ 개발팀을 초청해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인터뷰에는 ‘하스스톤’의 아트를 총괄하는 벤 톰슨 아트 디렉터와 카드의 최종 디자인을 맡은 스티븐 창 부 디자이너가 참석했다.

[스티븐 창 부 디자이너(왼쪽)와 벤 톰슨 아트 디렉터(오른쪽)]

블리자드 개발팀에 따르면 원래 기획했던 확장팩은 ‘마녀숲’이 아니라 ‘길니아스 특급 살인사건’이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이 확장팩은 유저가 탐정이 되어 달리는 기차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내용을 다룰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발팀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담아내기에는 어려운 콘셉트기도 했다. 고민하던 차에 아티스트 한 명이 그린 ‘마녀 하가사’를 보게 됐고,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으스스한 숲에서 괴물을 쓰러뜨리는 ‘마녀숲’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벤 톰슨 AD는 “길니아스 특급 살인사건에서는 기차로 이곳저곳을 다니다보니까 배경이 나누어지는 등 산만했다”며 “그러다가 마녀 하가사를 중심축으로 마녀숲 스토리를 다시 짰고, 길니아스라는 배경이 고정되면서 늑대인간이라는 주제를 잘 나타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확장팩에서 ‘잔상’은 메타를 크게 흔들 수 있는 핵심 키워드다. 실력보다 운에 상당부분을 기댔던 기존 카드들과는 달리, ‘잔상’을 사용할 때는 유저의 실력이 중요시된다. 마나가 적은 초반에 한 번만 사용해서 필드를 장악할 것인가, 아니면 아껴 뒀다가 후반에 여러 번 사용할 것인가는 유저의 판단에 달렸다. ‘잔상’ 카드가 대부분 2~3마나를 필요로 하는 것에도 이유가 있다. 1~2마나로 구성하면 너무 강력해질 우려가 있었고, 4~5마나로 구성하면 최대 2번밖에 쓸 수 없어서 전략에 큰 영향을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벤 톰슨 AD가 이번 확장팩에서 가장 재미있는 카드로 꼽은 것은 ‘두억시니’다. 주술사 전설 하수인 ‘두억시니’는 이번 게임에서 자신이 낸 다른 ‘전투의 함성’ 카드의 효과를 반복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전투의 함성’을 많이 사용했다면 그만큼 필드는 화려한 이펙트가 연속해서 펼쳐지게 된다. 아티스트의 역량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벤 톰슨은 “맨처음 디자이너가 두억시니의 콘셉트를 보여줬을 때 아티스트와 엔지니어 모두가 벙쪘다”며 “고민 끝에 어떤 효과가 발동됐는지 유저들이 인식할 수 있으면서도 시간을 너무 소요하지 않는 방향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가령 화려한 이펙트를 보유한 것으로 유명한 ‘데스윙’은 ‘두억시니’ 버전에서는 원래 이펙트보다 훨씬 간소하게 바뀌었다.

반면 스티븐 창 부 디자이너는 재미있는 카드로 ‘테스 그레이메인’을 지목했다. 이 카드는 도적 전용 전설 하수인으로, 이번 게임에서 자신이 낸 다른 직업의 카드들을 한꺼번에 다시 사용한다. 다른 직업 카드를 훔칠 수 있는 도적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카드다. 스티븐 창은 “테스 그레이메인이 덱에 있으면 다른 직업 카드를 손에 넣었을 때 고민할 것이 많아진다”며 “당장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중에 (테스 그레이메인을 냈을 때) 어떻게 발동될지 생각해놓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컴퓨터 인공지능을 상대로 싸우는 PvE 콘텐츠 ‘괴물사냥’은 지난 ‘코볼트와 지하미궁’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미궁탐험’의 연장선에 놓여 있는 모험모드다. 전투 방식도 거의 비슷하다. 벤 톰슨 AD는 “예전에는 확장팩과 모험모드가 번갈아 나오는 바람에 많은 부분을 놓쳤다”며 “얼어붙은 왕좌의 기사들부터 현재의 모험모드와 확장팩이 동시에 선보이는 방식이 정착됐고, 이를 통해 확장팩의 스토리를 수월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확장팩과 모험모드가 동시에 나오는 방식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스스톤’의 확장팩이 출시될 때마다 메타는 대격변을 맞는다. 최강의 승률을 자랑하던 직업이 밑바닥으로 추락하거나, 그 반대의 상황도 자주 일어난다. 이로 인해 혼란을 겪은 유저들은 다음에 나올 확장팩 소식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다. “안그래도 강한 직업에 이렇게 좋은 카드를 추가하면 어떡하냐” 또는 “이번에도 특정 직업은 변화가 없느냐” 등의 불만이 빗발친다.

하지만 개발팀은 지난 확장팩에서 성행했던 메타가 다음 확장팩 디자인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티븐 창 부 디자이너는 “이번 마녀숲 확장팩에서 만든 카드 중 지난 메타에서 영향을 받은 카드는 거의 없다”며 “기존 정규력의 카드들이 대거 야생 모드로 넘어가기 때문에, 이전 카드 메타를 고려하는 게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벤 톰슨 AD도 “카드 한두장으로 메타 변화를 꾀할 수는 없다”며 “메타는 여러장의 카드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팀은 ‘하스스톤’ 팬들의 다양한 의견을 늘 경청한다고 강조했다. 벤 톰슨 AD는 “팬들의 의견이 개발팀에게 매우 소중하다”며 “앞으로도 많은 의견 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스티브 창 부 디자이너도 “이번 확장팩이 커뮤니티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기대된다”며 “한국 팬들의 의견도 귀기울여 듣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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