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4차혁명시대 ‘콘텐츠 융복합화’로 ‘ICT 문화수도’ 한 발 성큼

[한동숭 전주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 ]

지역은 현재 거의 치유 불가능의 중병에 걸려 있다. 불길한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전체적인 인구 감소로 신생아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무분별한 신도시 건설로 소규모 시군들은 2030년 이후 소멸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도시들의 구도심들은 상권이 괴멸(壞滅)되고 있다. 최근 군산의 대우 조선소, GM 등의 사태가 대표적이다.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피해들이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지역 대학은 구조조정의 여파에 문을 닫으면서 젊은 인재들을 모으고 키울 수 있는 공간마저도 없어지고 있다.

지난 수십년 간의 신자유주의 광풍 속에서 자본의 논리에만 몸을 맡기고 미래에 대한 준비나 함께 공존할 방안을 고민하지 않고 살아온 결과였다.

■ 자치분권과 균형 국정목표 그리고 ‘전북 혁신성장, 미래비전2050’

문재인 정부는 5대 국정 목표 중 하나로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내세웠다. 자치 분권과 균형발전을 내세웠다.

실천방안으로 혁신도시, 세종시, 산업단지, 새만금 등의 지역성장 거점과 각종 클러스터의 활성화와 지역 주민의 삶의 질 개선과 도시 활력 제고를 위해 구도심 및 노후 주거지 등을 도시 재생 뉴딜 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 공공 중심의 지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전라북도는 ‘전북 혁신성장, 미래비전 2050’을 새해부터 준비했다. ‘한국 속의 한국, 생동하는 전라북도’라는 비전 아래 새만금, 전북혁신도시, 전북의 동부권을 혁신의 거점으로 하는 3개의 성장축을 제시하였다.

4차산업혁명을 선도할 첨단 기술 개발 및 창업을 선도해 나갈 새만금, 전북혁신도시 전주시를 잇는 ‘창의 혁신 축’, 아시아 스마트 농생명산업을 선도해나갈 고창-정읍-김제-완주-전북혁신도시-익산시를 잇는 ‘농생명 혁신 축’, 백두대간-섬진강-가야문화권을 중심으로 한 청정 자원을 기반으로 힐링 산업 육성을 위한 순창-임실-남원-진안-장수-무주를 잇는 ‘청정 휴양 레저 축’이 바로 그것이다.

[새만금, 전북혁신도시, 전북의 동부권을 혁신의 거점으로 하는 3개의 전북 성장축]

■ 4차혁명시대 성큼...문화콘텐츠산업과 게임산업 진로는?

이렇게 지역과 중앙이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전반적인 흐름 속에서 문화콘텐츠산업, 게임산업은 어떠한가?

게임산업의 부익부빈익빈의 ‘양극화’에 따라 한국에서 중소기업은 점점 생존 기반이 없어지고 있다. 중국 등 국제적인 대기업의 약진에 따라 대기업들도 생존의 기반이 좁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존하는 시장의 크기만을 탓하면서 중국시장이 힘들어지니 동남아시장 특히 베트남시장으로 몰려가면서 생존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는 외생적 발전보다 내생적 발전을, 중앙정부 주도나 지역간의 경쟁보다 지방정부 주도와 지역간의 협력을 중심으로 모든 공공정책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저성장의 시대에는 외형적 발전보다 내생적인 질적 발전이 필요하다. 도시를 재생하고, 국가를 고르게 발전시키는 것 역시 현실을 반영한 적절한 전략인 것이다.

시장 역시 외형적인 발전으로만 커지지는 않는다. 바로 내포적 발전에 의해 심화해 나가는 질적인 발전은 또 다른 시장의 성장을 의미한다. 이러한 질적 성장의 확실한 방안이 콘텐츠 산업 장르간의 융복합화와 타산업과의 융합화다. 특히 3차산업혁명으로 시작된 가상세계는 4차산업혁명에 의하여 현실세계와 결합되어 소통하고 있다.

IoT 기술은 현실의 모든 데이터들을 가상세계로 전송하여 디지털 트윈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세계의 정보들을 가공하고 예측하고 평가해서 현실세계를 제어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콘텐츠 산업, 특히 게임 산업계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가상세계에서의 최고의 덕목이었던 재미에 기초한 자발적 참여 원리를 현실세계에 적용시켜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를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이 아닌 것을 게임처럼 생각하고, 재미있는 요소들을 부여하여 게임처럼 만드는 것’이란 말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 다른 측면은 바로 기능성 콘텐츠 사업 확장이다. 그동안 기능성 게임(serious game)이란 말로 표현되었으나 미미한 지원정책과 수요처 확보의 실패로 그 성과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현재의 4차 산업혁명기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반의 확대 정책, 사회적 경제의 확산 정책기에는 바로 기능성 콘텐츠 산업이 필요하다. 

전라북도 글로벌 게임센터는 기능성게임으로 특성화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지원해 왔다. 최근에 광주에서 열린 호남권 게임쇼인 G2페스타에서는 그동안의 기능성 콘텐츠 결과물들을 선보였다. ‘춘향전’을 모티브로 한 가상현실 콘텐츠, 태권도 격투 시뮬레이션 콘텐츠 등 전라북도의 문화적 유산에 기반한 콘텐츠 들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현재의 기능성 콘텐츠 사업은 어려움이 많이 있다. 가장 큰 부분인 산업적 기반의 약화, 전문인력의 부족 등 모든 지역들이 지닌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 ‘한국 속의 한국’ 전라북도는 ICT 융복합콘텐츠 ‘문화수도’

전라북도는 ‘한국 속의 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장 한국적인 지역이다. 유무형의 문화적 자산이 풍부하다. 한국적 특수성을 많이 보유한 지역이다. 자연 환경과 음식, 주거 등의 삶의 조건이 타지역에 비해 저렴하며 질이 좋다. 이런 환경을 기반으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가고 있다.

‘전북 혁신성장, 미래비전 2050’의 기치 아래 ‘전북의 문화자원 기반의 ICT 융복합 콘텐츠 문화수도 실현’을 실천 목표로 설정하였다.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 3가지의 필수 과제는 뭘까.
 
첫 번째로 게임 개발자들과 같은 크리에이터들을 정주하는 문화적, 창의적, 생태적, 에너지 제로인 ‘친환경적인 스마트 창의 마을’이 조성되어야 한다. 일본의 도쿠시마현 미나미정은 서핑과 낚시를 즐기면서도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크리에이터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원 마을에 기록관, 도서관, 박물관 기능을 융합한 게임 관련 라키비윰 등이 있다면 더욱 더 창의적인 게임을 개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전북 개발사 모아지오(MOAZIO)가 만든 태권도VR]

두 번째로 유럽에 많이 설립되어 있고 현재 도시재생사업 및 사회문제 해결형 국가 R&D사업에 도입된 ‘리빙랩 연구개발 시스템’이다. 이를 지역에 활성화시켜 그동안 등한시했던 수요자들에 기반한 콘텐츠 개발이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지역 수요자 기반의 콘텐츠를 개발한다. 또한 문화관광, 의료, 교육, 농생명, 공공서비스 등을 위한 기능성 콘텐츠를 개발한다. 단발성 사업이 아닌 중 장기적 사업으로 전환하여 실효성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세 번째로 전라북도의 문화와 산업에 기반한 게임 산업으로 특성화하기 위해 교육-의료-농생명-문화관광-사회적 경제 등의 기능성 게임 테스트베드를 조성하는 것이다. 그렇게 창의적인 콘텐츠를 기획하고 항상적인 QA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다면, 지역 내의 수요를 기반으로 스타트업 기업들이 성장, 글로벌로 진출하는 기업이 나타날 것이다.
 
물론 이런 문제는 비단 전북만이 아니라 모든 지역의 과제다. 그리고 모두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상의 삶을 콘텐츠로 즐길 수 있는 생활 문화 환경의 조성한다. 다양한 삶의 현장과 연결된 콘텐츠를 개발한다. 그리고 ‘재미와 흥이 있는 리빙랩 기반의 스마트 시티 개발’로 나아간다면, 이것이 바로 내생적 발전에 의한 게임산업, 콘텐츠 산업의 발전 방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역에 있는 많은 게임업체, 콘텐츠 업체들이 이런 장기적인 계획 하에 지역과 함께 대박의 꿈을 꾸고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글쓴이 한동숭 전주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  mathhan1@gmail.com

한동숭 교수는?

전주대학교 게임콘텐츠 학과 교수
전주대학교 스마트공간 문화기술연구센터장
한국 문화콘텐츠기술학회 회장
전북 ICT 발전협의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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