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게임 모두다 꿀잼 상태 몰입 경험...이제 설날 스마트폰 전통게임

평창에서 동계 올림픽이 한창이다. 올림픽 기간에는 전쟁도 멈추는 전통이 있었기에 평화의 제전으로 알려져 있다. 평화는 올림픽이라서가 아니라 게임의 속성이 그렇기 때문이다.

올림픽(Olympic games)의 정식 명칭에 게임이 자리잡고 있다. 게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의미는 같은 규칙을 공유하는 우리 편이라는 의미다. 그렇기에 전세계가 같은 장소에서 같은 규칙으로 경쟁하는 게임은 세계인을 한 마음으로 묶어주는 연대의식을 만들어 준다.

이런 게임으로 맺어진 연대의식은 전철에서 쉽게 확인된다. 나와 똑같은 게임을 즐기는 사람을 보면 무언가 친근감이 들지 않던가? 옆에서 막 거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던가? 생면부지의 남인데도 말이다.

게임이 만들어 내는 연대의식은 재미의 속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쟁에서 승리가 재미있으려면 압도적이어서는 안 된다. 아슬아슬하게 이겨야 꿀재미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고수와 하수가 게임을 할 때, 하수가 압도되지 않도록 접어준다. 어디 그뿐인가? 게임을 구경하는 관중들도 약자를 응원하여 게임이 잘 어우러지도록 돕는다. 재미있는 게임이 되도록 말이다.

그렇게 시작된 게임이 팽팽하게 흘러가면, 선수와 관중 구분없이 꿀잼의 상태인 몰입을 경험한다. 몰입을 하게 되면 자의식(self-consciousness)이 사라진다. 참고로 자의식은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의식하는 상태’다. 자의식이 사라진다는 의미는 진솔한 내면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런 내면을 공유한 상대와는 그래서 평생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어렸을 적에 친구가 평생가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 올림픽기간 동안 설날 연휴도 함께 들어있다. 설날 각지에 흩어져 살던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유대감을 확인하는 전통적인 의례다. 당연히 전통놀이라 불리는 윷놀이, 널뛰기, 제기차기 같은 게임이 빠질 수 없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가족 올림픽이라고나 할까? 이런 놀이를 통해 그 동안 떨어져 지내오면서 느끼지 못했던 속 깊은 유대감을 통해 가족의 일원임을 확인하는 기능이 명절의 심리학적 기능이리라.

요즘 명절의 의미가 퇴색되어간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로를 느끼는 게임이 생략된 채로, 그냥 떡국 한 그릇 뚝딱 먹고 헤어져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나는 진단한다. 아니지, 손마다 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다들 게임을 하긴 하는데 가족끼리가 아니라 각자의 게임 서버에 있는 낯선 이들과 유대를 맺느라 정작 가족들과 맺은 유대감이 남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하겠다.

전통놀이인 윷놀이를 원형대로 고수하는 것은 전통에 대한 잘못된 이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전통은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시대에 맞게 변화해온 역사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전통음식이라 여기는 ‘배추김치’는 1800년대 중국에서 수입된 속이 꽉찬 ‘호배추’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해방 후 충청도, 전라도의 김장거리가 수송되면서 현재의 김장김치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문화와 기술의 변동은 전통의 변동과 밀접하다. 전통 놀이도 이런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유치원생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요즘 이제 전통놀이도 스마트폰을 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왔다. 윷놀이를 하더라도 스마트 폰으로 하는 것이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방식이리라.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게임이 있다면 금상첨화이리라.

설날을 준비하면서 음식만 준비할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게임도 장만하는 전통을 만들어간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액션게임? 퍼즐게임? 요즘 대세 모바일 RPG는 어떨까나? 당장 마켓을 둘러봐야겠다.

이장주 zzazanlee@gmail.com

이장주 박사 프로필
- 중앙대 문화사회심리학 박사(2002)
-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여가경영학과 겸임교수(2004~2008)
- 중앙대 사회과학대학 심리학과 강의전담교수(2015~2016)
- 현)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논문)
   '초연결 사회 속 피로감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인 탐색'. 스트레스硏究, Vol.25 No.2, 128-137.
   '돈의 심리학: 교양교육을 위한 심리학적 탐색'. 교양학연구 5(6), 67-92.
   '온라인 게임에 대한 인식 유형과 그 특성에 대한 연구' 한국게임학회지, 13(4), 91-104

저서)
   '사회심리학' 학지사.
   '청소년에게 게임을 허하라' 에피스테메.
   '여자와 남자는 왜 늘 평행선인 걸까?' 소울메이트

보고서)
한국아동·청소년패널조사Ⅶ: 청소년 매체이용 추이 및 코호트 간 비교분석.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14 대한민국 이스포츠 실태조사.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다수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