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상반기 서비스 목표 ‘카이저’ 개발 총괄한 채기병 패스파인더 PD 인터뷰

패스파인더에이트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를 맡은 모바일 MMORPG ‘카이저’는 수없이 쏟아지는 MMORPG 사이에서 유달리 정통성을 강조하는 게임이다. 모바일게임에 족보가 어디 있고 혈통이 어디 있겠냐만, 십수년전 한국이 온라인게임 강국으로 위세를 떨치던 시절의 재미와 감성을 고스란히 담았다. 내세운 슬로건도 ‘한국형 정통 모바일 MMORPG’다.

이미 많은 MMORPG들이 시장에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후발주자가 정통성을 논하는 것은 다소 공격적인 행보다. 그만큼 차별화에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다. 과연 ‘카이저’는 고착화된 MMORPG 시장을 뒤흔들 수 있을까. ‘카이저’의 첫 CBT(클로즈베타테스트)가 끝난 직후인 1월 중순, 패스파인더에이트 사옥에서 ‘카이저’ 개발을 총괄한 채기병 PD를 만났다.    

‘카이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심리스(seamless, 맵을 구역별로 쪼개지 않고 거대한 하나의 월드로 구현)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다. 채널 방식을 사용하는 기존 모바일게임들과는 다르다. 채널 방식에서는 하나의 맵이 동시에 여러 개 존재하며 채널 수만큼 몬스터나 자원도 복제된다. 해당 채널에 자원이 없다면 다른 채널로 넘어가면 된다. 하지만 심리스 방식에서는 몬스터나 자원이 동시에 하나만 존재한다.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유저간 상호작용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채 PD는 “채널링 방식이 (운영하기) 쉽긴 하지만, 너무 풍요로워진다”며 “온라인게임처럼 하나의 월드로 만들어야 자원의 제약이 생기고 경쟁과 협력도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유저간 경제 활동이 없는 게임은 우리가 지향하는 게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게임 이름이 ‘카이저’인 이유도 이와 연관되어 있다.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는 ‘카이저(Kaiser, 황제)’가 되는 것이다. 하나의 월드에서 사람들이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다른 게임들과 다른 점이 또 있다. 유저간 아이템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 게임들의 경우 유저간 거래를 막고 거래소 시스템을 통해서만 거래를 진행하도록 해놓았다. 하지만 ‘카이저’는 유저간 거래를 허용하고 첫 CBT에서 이 기능을 선보였다. 유저간 거래가 없으면 경제가 순환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물론 유저간 거래의 불편함을 보완하기 위해 거래소 시스템을 추가할 계획도 있다.

채 PD는 “유저간 1대1 거래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며 “유저끼리 아이템을 주고받을 수 없다면 함께 게임을 하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유저간 거래가 없으면 진정한 MMORPG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퀘스트 아이템 등 일부를 제외한 아이템 대부분은 거래가 가능하도록 만들 방침이다. 채 PD는 “모든 아이템은 게임 안에서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가급적이면 거래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저’는 초창기 온라인 MMORPG들이 그랬듯 샌드박스형 게임을 추구한다. 유저들에게 다 만들어진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능들을 제공함으로써 유저들이 스스로 놀이감을 찾을 수 있게끔 한다는 생각이다. 채PD는 “우리 게임은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일종의 플랫폼”이라며 “물론 정기 업데이트는 진행하겠지만, 개발사가 콘텐츠를 넣어주고 유저들이 이를 클리어하는 방식은 정통 MMORPG가 갈 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행히 최근 진행한 CBT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일주일의 테스트 기간이 지나면 데이터가 모두 사라짐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새벽까지 게임을 즐겼다는 것. 또 서버가 한번도 다운되지 않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점도 고무적이었다.

채 PD는 “필드 사냥이나 아이템 제작 시스템 등에서 옛날 온라인 MMORPG의 향취를 느낄 수 있었다는 피드백이 많았다”며 “짧은 기간에도 열심히 즐겨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만 “캐릭터들이 서로의 진로를 방해하는 길막기 현상이나 초보 지역에서의 무차별한 PK에 대해서는 보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장원’의 소유권을 놓고 길드원들이 50대 50으로 싸우는 ‘장원전’을 선보였다. 이는 일종의 미니 공성전으로, ‘카이저’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인 ‘공성전’의 전 단계다. 채 PD는 “공성전은 길드들이 연합해서 성의 소유권을 놓고 싸우는 대규모 콘텐츠”라며 “CBT에서는 선보이지 않았지만 개발은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공성전’을 언제 선보일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넥슨과 패스파인더에이트는 올해 상반기 ‘카이저’를 정식 출시한다는 목표다. 한번의 CBT를 진행한 후 바로 정식 출시에 돌입하는 것이 통상적인 모바일 MMORPG의 일정이지만, ‘카이저’의 경우 2차 CBT를 진행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카이저’의 목표에 대해 물어봤다. 채 PD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1등을 해보고 싶다”고 속내를 드러내면서도 이내 “순위 싸움보다는 오랫동안 사랑받는 게임이 되고 싶다”는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그는 “요즘 모바일 MMORPG들의 수명도 짧아지는 추세”라며 “많은 시간을 투입해서 키운 유저들의 게임 캐릭터가 쉽게 사라지지 않도록 오래 서비스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소위 말해 ‘인생게임’으로 남고 싶다는 설명이다.

또한 “카이저는 기존 모바일게임에서 보기 힘들었던 정통 MMORPG”라며 “유명 IP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 IP로 게임을 만들었는데, 우리 게임이 새로운 유명 IP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고 웃었다.

채기병 PD는?

1999년 엔씨소프트 빌링개발팀 입사

2005년 ‘L2’ 개발실 프로그래밍팀장 임명

2007년 ‘리니지2’ 개발실 실장 임명

2015년 패스파인더에이트 입사, ‘카이저’ 개발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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