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체험기] KGC 시연된 가상현실 체험기 '둠3' 시연

“이걸로 공포게임하면 진짜 기절하는 사람 나오겠는걸?”

가상체험게임기 오큘러스리스트를 시연하면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다. 아니나 다를까 시연 게임이 무섭기로 소문난 ‘둠3’란다. 기자는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투박한 모양의 해드셋을 머리에 썼다. 그 시간 이후, 기자는 새로운 게임의 미래를 보았다.

▲ '오큘러스리프트'직접 시연해 보았다. 우측 노트북에 비친 영상이 '오큘러스 리프트'를 통해 전달된다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는 기존의 그 어떤 기기보다도 뛰어난 가상현실 헤드셋이다.” 팔머 럭키(Palmer Luckey) 오큘러스 창립자의 어조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가 가리키고 있는 ‘오큘러스 헤드셋’은 두껍고 검은 스폰지로 된 안대 속에 렌즈가 달린 간단한 구조였다. 겉보기에 이렇게 간단해 보이는 기기가 최첨단 기술인 가상현실을 구현한다니 믿기지 않았다.

자신의 기기를 보고 의아해 하는 표정을 읽었는지 팔머 럭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기기는 개발자와 언론에 ‘오큘러스 리프트’의 작동 원리를 선보이기 위한 데모시연 버전이다. 모양은 투박하지만 오큘러스 리프트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직접 체험해 보기에는 충분하다. 실제 판매용 제품은 전혀 다른 디자인으로 발매될 것이다."

그가 권하는 대로 ‘오큘러스 리프트’를 직접 들어 보았다. 투박해 보이는 외양과는 달리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안경이나 선글라스보다는 무겁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헤드셋’의 무게와는 큰 차이가 날 정도로 가벼웠다. 무게로만 따지면 항상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더 무거울 것 같았다.

팔머 럭키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소니가 도쿄 게임쇼에 출품했던 헤드셋(HMZ-T2를 말한다)과는 전혀 다른 물건이다. 소니의 헤드셋은 화면을 눈앞에 구현한다는 점에서는 훌륭하다. 증강현실도 어느 정도 구현할 수 있다는 점도 괜찮은 부분이다. 그러나 소니의 헤드셋은 단점도 많다. 스크린 사이즈도 작고, 볼 수 있는 시계도 좁고, 헤드 트래킹(사용자가 머리를 움직이는 대로 시선을 이동하는 기술) 범위도 제한적이다. 무게도 무겁다.”

▲ 좌측부터 오큘리스 개발 총괄 네이트 미첼(Nate Mitchell) 부사장, 창립자 팔머 럭키(Palmer Luckey), 한국사업총괄 서동일 이사

가상현실의 충격, ‘오큘리스 리프트’
‘오큘러스 리프트’를 직접 머리에 써 봤다. 팔머 럭키 창립자가 직접 나서 헤드셋에 달린 머리 끈을 조여 줬다. 처음에는 약간 흘러내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일단 헤드셋을 머리에 단단히 고정시키고 나니 움직임이 생각보다 자유로웠다. 이런 종류의 헤드셋을 쓰면 으레 느껴지기 마련인 목의 뻐근함도 없었다. 그냥 안경 두 개를 겹쳐 쓴 정도의 무게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 ‘오큘러스 리프트’의 화면을 켜지 않아 시야는 깜깜했다. 마치 극장에서 영화가 시작하기 직전 잠깐 주변이 어두운 분위기라고나 할까. 그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단순히 화면을 보여주는 기기가 아니다. 사용자가 게임 속에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주도록 개발되었고, 화면을 켜면 사용자의 모든 시야에 게임 화면이 들어오기 때문에 별도의 화면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것이다.”

눈앞에 ‘둠3’ 데모 화면이 펼쳐졌다. 팔머 럭키의 설명 그대로 시야 전체가 게임 화면이었다. 눈앞, 옆, 뒤 모두가 게임 속 공간 그대로였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90도까지 헤드 트래킹을 지원하기 때문에 상하좌우 어디로 고개를 돌려도 게임 화면이 보인다. 게임 속에서 ‘손에 들고 있는’ 무기도 시선을 따라 이동했다. ‘게임 속에 들어가고 싶다’는 게이머들의 농담이 현실로 실현된 순간이다.

‘오큘러스 리프트’에 연동될 모션 센서는 아직 개발 중이기 때문에, 일단 게임 진행을 위해 ‘엑스박스360’ 게임 패드가 주어졌다. 처음에는 다소 행동하기가 어색했지만, 익숙해지고 나니 정말 환상적이었다.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으면 고개를 그 방향으로 돌리고 패드의 이동 버튼을 누르면 된다. 적이 나타나면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다음 쏘면 된다.

게임 속 파이프에서 새고 있는 증기를 향해 다가가 보았다. 눈앞에서 증기가 생생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팔머 럭키는 노트북으로 그 장면을 체크하다 이렇게 권했다. “자, 조금만 더 앞으로 다가가 보세요. 어때요? 진짜 내가 증기 속에 있는 것 같죠?” 과연 그의 말 대로였다. ‘오큘러스 리프트’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다.

▲ 개발버전인 '오큘러스 리프트'의 안쪽 모습. 상용 모델은 이것과 디자인이 전혀 다르단다.

안방에서 즐기는 가상현실
정말 짧게 느껴진 ‘오큘러스 리프트’의 시연을 마친 후 창립자 팔머 럭키, 개발 담당인 네이트 미첼 부사장, 그리고 오큘러스 한국사업총괄을 맡고 있는 서동일 이사와 마주 앉아 ‘오큘러스 리프트’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나눌 수 있었다.

네이트 미첼 부사장은 ‘오큘러스 리프트’를 이렇게 설명했다. “오큘러스 리프트 프로젝트의 발표 이후 ‘킥스타터’와 여러 게임 업체의 후원을 통해 2백50만 달러 상당의 금액을 투자 받았다. 그만큼 게임 업계와 게이머들이 오큘러스 리프트의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현재 언리얼 엔진과 유니티 엔진 모두 ‘오큘러스 리프트’를 지원하고 있으며, 개발자들이 이들 엔진을 사용해 오큘러스 리프트를 자신의 게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올해 12월에 개발자 버전을 공개하고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모든 개발이 완료되었고, 양산 준비만 남았다고 밝혔다. ‘오큘러스 리프트’ 초기형의 투박한 모양을 깔끔하게 개선했고, 가상현실 기기임에도 불구하고 300달러라는 낮은 가격에 판매할 생각이다. (한국에서는 배송비를 포함해 345달러 정도가 될 것이라 한다.)

사실 이 300달러라는 가격도 개발자 버전의 경우고, 최종 소비자를 위한 버전은 이보다 더 낮은 가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오큘러스 리프트’를 200달러 내외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예정이다. ‘오큘러스 리프트’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누구나 저렴한 가격에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 문제는 선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이다. 무선을 도입하면 기기의 가격이 비싸진다고 한다

‘오큘러스 리프트’가 넘어야 할 난제들
저렴한 비용으로 느낄 수 있는 가상현실(그것도 게임에 특화된)이라는 부분은 매력적이지만, ‘오큘러스 리프트’가 개선해야 할 난제도 몇 가지 보였다. 구조상 안경과 겹쳐 끼긴 어려워 보였고, 실제로 시연 버전의 ‘오큘러스 리프트’를 즐기려면 안경을 반드시 벗어야 했다. ‘오큘러스 리프트’를 끼더라도 소리는 별도의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통해 들어야 한다는 점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네이트 미첼 부사장은 이 부분에 대해 묻자 이렇게 밝혔다. “현재 시연한 기기는 초기 버전이기 때문에 안경 착용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개발자 버전 기기부터는 렌즈의 위치를 조절해 눈이 나쁜 사람도 화면을 충분히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소리의 경우, 개인이 선호하는 특성이 다르다고 판단해 별도의 기기를 사용하도록 했다. 대신 오큘리스 리프트의 어플리케이션으로 입체감 있는 소리 지원을 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소리 역시 기기에 통합될 것이다.”

‘오큘러스 리프트’가 넘어야 할 난제는 또 있다. 바로 선이다. 현재 ‘오큘러스 리프트’는 기기와 유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앉아서 패드나 키보드로 게임을 즐긴다면 큰 상관이 없겠지만, ‘키넥트’ 등의 모션 센서와 연계해 사용한다면 ‘오큘러스 리프트’에 달려있는 선은 게이머의 행동에 큰 제약을 가하게 될 것이다.

팔머 럭키 역시 이런 단점을 알고 있었다. “오큘러스 리프트가 무선이라면 물론 더 좋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기술로는 오큘러스 리프트에 필요한 데이터를 무선으로 전송하는 것이 어렵다.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무선으로 구현하면 비용과 무게가 크게 증가한다. 향후 연구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무선으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는 유선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또 있다. 가상현실 기기의 숙명적인 '멀미'다. 이것은 3D 착시를 구현하는 모든 기기의 공통적인 난제다. 3D 멀미의 역설적인 면은, 사용자가 느끼는 3D가 사실과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멀미가 심해진다는 것이다. 눈으로 받아들이는 정보와 몸이 느끼는 정보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위화감이 심해지고 이것이 더 심한 멀미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오큘러스 리프트’ 역시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멀미를 유발한다. 기자는 그런 경우가 없었지만 다른 시연자의 경우 ‘오큘러스 리프트’를 시연하고 속이 좋지 않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시연에 사용된 게임이 하필(?) ‘둠3’ 데모 버전이어서 더 심하지 않았나 한다. 물론 멀미는 커녕 약간의 불쾌감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내성 강한 사람들도 많지만.

네이트 미첼 부사장은 3D 멀미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전 세계 인구 중 대략 5~10%가 심각한 3D 멀미를 일으킨다. ‘오큘러스 리프트’가 이런 사람들에게 멀미를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오큘러스 리프트’를 통해 최대한 사실과 가깝게 구현하려 하고 있기 때문에, 멀미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여러 연구를 통해 멀미 없이 편안하게 가상 현실을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가상현실 구현의 숙적인 멀미 만큼은 ‘오큘러스 리프트’도 당분간 해결하기 어려울 듯 보였다.

아직 ‘오큘러스 리프트’의 개발자 기기도 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오큘러스 리프트’를 지원하는 게임이 당분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겠다. ‘오큘러스 리프트’가 ‘언리얼 엔진’과 ‘유니티 엔진’의 후원을 받고 있지만, 이들 엔진을 사용하는 게임이라고 해서 바로 가상현실로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발자가 ‘오큘러스 리프트’에 맞게 게임을 수정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현재 ‘오큘러스 리프트’를 제대로 지원하는 게임은 ‘둠3 BFG’ 정도다. 실제 둠3를 만든 id소프트의 존 카맥은 자신의 게임을 '오큘러스 리프트'로 해보고 극찬을 했다고 한다. 다른 게임은 아직 개발 중이거나, 향후 지원 예정에 있다. ‘언리얼 엔진’과 ‘유니티 엔진’을 제외한 다른 게임 엔진에서의 지원 역시 아직 협의 중이다. PS3이나 Xbox360등의 콘솔 기기 지원도 콘솔 개발사와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물론 이 부분은 ‘오큘러스 리프트’가 보급되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될 부분으로 보이지만, 개발자 입장에서 ‘오큘러스 리프트’에 맞춰 특별히 게임을 수정해야 한다는 점, 게이머 입장에서 ‘오큘러스 리프트’에 맞춰 수정된 게임만 즐겨야 한다는 점은 다소 부담스럽게 작용할 수도 있다.

가벼운 무게와 부담 없는 가격이 가장 큰 매력
‘오큘러스 리프트’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춘 매력 있는 기기다. 가장 큰 매력은 가벼운 무게와 부담 없을 정도의 가격이다. 현재 상용화 되어 있는 소니의 HMZ-T1이 420g의 무게에 799달러에 달하고 후속작인 HMZ-T2 역시 7만엔이라는 고가의 제품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 절반 정도인 220g의 무게와 300달러의 가격으로 무장한 ‘오큘러스 리프트’는 혁신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 업계는 ‘오큘러스 리프트’의 등장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언리얼 엔진’과 ‘유니티 엔진’에서 ‘오큘러스 리프트’를 지원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게이브 뉴웰 밸브 CEO나 전 에픽게임스 소속 개발자 ‘클리프 블레진스키’, id소프트의 ‘존 카멕’ 등 일류 개발자들이 앞다투어 ‘오큘러스 리프트’의 개발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했다. 게임 업계가 가상현실에 거는 기대감을 알 만 하다.

가상현실과 모션센서의 결합! 게임의 새역사 펼쳐질 듯

가상현실 구현이 ‘키넥트’ 같은 모션 센서와 결합한다면 그 파괴력은 대단할 것이다. ‘더 이상 컨트롤러가 필요 없는 실감나는 가상현실’이 등장한다. 수십 년에 걸쳐 인류가 상상하던 미래 기술을 바로 가정집 안방에서 즐기는 셈이다. ‘오큘러스’사 역시 이러한 점을 잘 인식하고 있었고, 콘솔 모션 센서 지원 및 자체 모션 센서 개발에도 상당한 연구 비중을 할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큘러스 리프트’의 계획에 관심을 갖는 곳은 게임 업체만이 아니다. 가상 현실로 군사 훈련이나 실험을 하려는 정부 기관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기관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국방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소와 함께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고 네이트 미첼 부사장은 밝혔다. 사우스 캘리포니아 대학에서도 ‘오큘러스 리프트’를 이용한 가상현실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인류의 꿈으로 여겨지던 가상현실 기술이, 채 300g도 안 되는 조그만 기기에 담겨 모두의 안방까지 배달될 그 날을 이제 ‘오큘러스 리프트’가 막 실현하려 하고 있었다.

한경닷컴 게임톡 이덕규 기자 ldkg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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