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주 심리학 박사 ‘게임으로 세상읽기’ 게임톡 새 연재 ‘좋아요’ 기대

게임톡 무술년 새 연재: 이장주 심리학 박사 ‘게임으로 세상읽기’

언제부터인가 ‘워라밸’이란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말은 워크라이프밸런스(woke-life balance), 즉 일과 삶의 균형을 축약한 말이다. 높은 연봉보다 삶의 여유를 더 중요시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이런 태도는 ‘개미와 베짱이’ 우화에서 개미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반영하기도 한다. 개미가 필요한 영역은 죄다 컴퓨터와 로봇이 대체했으니 그나마 있는 베짱이의 삶이라도 제대로 즐겨보자는 시대적 각성이 담겨있다고 나는 믿는다.

이런 유행어가 나올 무렵 게임에서도 비슷한 트렌드가 감지되었다. 게임머니나 아이템을 얻기 위해 반복적이고 지루한 파밍(farming, 아이템 맞춰가는 과정)을 대신해주는 자동 사냥이 대표적이다.

또 방치형게임이란 신생장르는 사람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줄여 흡사 동영상을 감상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의 게임도 나타났다. 가만 보니 ‘1인미디어’ 주요 콘텐츠로서 게임도 이런 트렌드와 맥을 같이 하는 듯싶다. 세상 사는 것도 피곤한 마당에 게임속마저도 피곤해지고 싶지 않다는 욕구의 반영으로 해석된다. 게임과 세상이 서로 분리된 듯하지만 게임은 이런 방식으로 사회와 연결되고, 사회가 반영된다.

사회만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게임도 세상을 시나브로 바꾸어왔다. 30년 전 컴퓨터나 10년 전 스마트폰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들은 게임이라는 킬러콘텐츠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빨리 세상에 퍼져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새로운 것들은 불안감을 일으킨다. 200년전 영국에서 일자리를 잃은 직조공들이 기계를 파괴한 ‘러다이트운동’이나, 자동차라는 기술에 공포를 느낀 마부들을 달래기 위해 자동차의 속도를 제한한 ‘적기조례(Red Flag Act)가 대표적이다. 컴퓨터와 스마트 폰은 직조기계나 자동차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자리를 줄였지만 저항은 이전의 기술들과 비교해 미미했다. 재미있는 게임이 낯선 기술을 친숙하게 만든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기술의 진보는 게임이 이끌어왔다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컴퓨터의 업그레이드는 사무용 콘텐츠 때문이 아니라 게임의 고사양화가 이끌어왔다. 뿐만 아니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AI)과 3D 디자인의 핵심 부품인 그래픽처리장치(GPU)도 게임이 기반이 되어 발전한 산물이다. 시도 때도 없이 놀기만 하는 아이가 어느새 유능한 청년으로 자라는 것처럼 게임은 세상에 소리없이 널리 퍼져 놀랍게 변화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2018년 무술년, 나의 삶을 진정으로 바꾸고 싶다면, 작심삼일로 그치는 신년결심만 할 것이 아니라 게임을 바꾸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고 현명한 방법이라 나는 믿는다.

결단력과 순발력, 민첩성이 부족하다면 FPS게임을 열심히 해보는 것이 자기계발서를 보는 삶을 더 크게 바꾸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창의성을 계발하고 싶다면 시뮬레이션게임이 제격이리라. 또 흔들림 없는 멘탈과 불굴의 인내심을 강화하려면 일명 ‘항아리 게임’같은 종류도 괜찮은 수련법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게임의 묘미라는 것 역시 잊으면 곤란하다.

게임은 문화와 산업을 선도하는 핵심 엔진의 역할을 이미 오래전부터 수행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교육, 세대갈등, 고령화문제 같은 여러 가지 사회문제들은 게임의 역할을 과소평가한데서 오지 않았나 싶다.

게임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하지 않아서 문제가 이 지경에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게임이 세상을 바꾼 역사들을 봤을 때 그렇다.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잡은 게임의 재발견이 요구된다.

이런 취지로 나는 올 한해동안 이 지면을 빌려 게임이 사회와 게이머들에게 주고받는 심리학적 영향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많은 독자들의 ‘좋아요’와 ‘공유’의 응원 당부드린다.

이장주 zzazanlee@gmail.com

이장주 박사 프로필
- 중앙대 문화사회심리학 박사(2002)
-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여가경영학과 겸임교수(2004~2008)
- 중앙대 사회과학대학 심리학과 강의전담교수(2015~2016)
- 현)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논문)
 '초연결 사회 속 피로감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인 탐색'. 스트레스硏究, Vol.25 No.2, 128-137.
 '돈의 심리학: 교양교육을 위한 심리학적 탐색'. 교양학연구 5(6), 67-92.
 '온라인 게임에 대한 인식 유형과 그 특성에 대한 연구' 한국게임학회지, 13(4), 91-104

저서)
 '사회심리학' 학지사.
 '청소년에게 게임을 허하라' 에피스테메.
 '여자와 남자는 왜 늘 평행선인 걸까?' 소울메이트

보고서)
한국아동·청소년패널조사Ⅶ: 청소년 매체이용 추이 및 코호트 간 비교분석.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14 대한민국 이스포츠 실태조사.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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