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서 인공지능 석박사, 알파고 리포트 이어 '블록체인 펼쳐보기' 출간

요즘 IT업계나 경제계나 글로벌을 강타한 것 중 하나가 ‘암호화폐’다. 암호화폐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blockchain)은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새 경제 시스템으로 핫 이슈의 주인공이다.

특히 2016년 초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4차산업혁명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블록체인’을 꼽았다. 왜 비트코인이 아닌 블록체인이었을까.

최근 출간된 ‘블록체인 펼쳐보기’는 비트코인의 성공과 블록체인의 궁금증을 인공지능 박사가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인 김석원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 박사는 경제적인 관점보다는 기술 차원에서 접근한다. 김 박사의 인터뷰는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의 AIRI에서 이뤄졌다.

■ AI 전공 후 벤처에서 제품 개발...SW정책연구소 합류 후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에 흥미

인공지능(AI)으로 석박사를 전공한 김석원 박사가 ‘블록체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팔자에 없는’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로 옮긴 이후다. 2014년 한 세미나에서 ‘블록체인’이란  말을 들었고 낯설고 어색했다. 새로 나온 ‘거품이구나’고 생각했다.

2009년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형태 ‘비트코인’의 정체를 설명해야 하는데 “이게 돈이라는데 왜 돈이냐” “이중 거래를 피하는 방법은?”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리고 속시원한 대답을 하는 이가 없었다.     

“모든 사용자가 동일한 원장을 한 벌씩 가지고 있고, 거래가 일어나면 한쪽에서 고친 내용이 네트워크를 타고 전체에 전파되며, 이중 거래가 일어나면 다수결로 결정한다”는 말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 의문은 우선 덮어두었다. 1년 후인 2015년 12월 집중해서 공부하면서 실마리가 풀렸고 ‘비트코인, 블록체인과 금융의 혁신’을 접하면서 책에서처럼 비트코인 추종자가 되는 단계를 밟았다.

“난 관심없어. 곧 없어질 거야”에서 “이게 뭔데 자꾸 얘기하는거지?” 그러다가 기술을 자세히 알아가면서 갑자기 머릿속에 불이 켜지듯 “아하, 기발하다”라고 깨닫는 순간이 찾아왔다. 이것을 정리해서 다음해 1월에 세미나 시간에 발표했다.

블록체인은 그에게 “컴퓨터과학이기도 하고 경제학 같기도”했다. “세미나 발표 몇 달 뒤 슬라이드쉐어에 내용을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다. 비트코인 가격이 1만불 아래일 때는 구글링하면 첫 페이지에 나올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이후 “내부 세미나 직후부터 이세돌과 알파고 대결에 대한 보고서를 쓰고 인공지능에 대한 여러가지 일로 바빴는데, 마침 출판사에서 세미나 내용을 업데이트한 책 출간을 요청해왔다. 그동안 슬라이드 내용에 대해 미진한 점을 발견하기도 했고 이 내용을 고등학생이나 컴퓨터 세계를 모르는 문과 수준에 맞춰 설명하고 싶었다. 그렇게 지난해 12월 시작해 올 6월 초안이 나왔는데 드디어 출간이 되니 기쁘다.”

■ 화폐로서의 비트코인, 해시와 비대칭키 암호는 인터넷보안의 핵심기술

김 박사는 “비트코인은 암호화폐다. 핵심을 이루는 해시와 비대칭키 암호는 인터넷 보안의 핵심기술이고 검증된 기술이다. 그러므로 애매한 ‘가상화폐’란 말보다 ‘암호화폐’라는 용어가 적확하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초기 확산에 큰 기여를 한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 전 대표 마크 카펠스는 파산했다. 이 때문에 돈세탁 혐의도 받았다. 마약-밀수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았다.

김 박사는 “그런데 월가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사용자들의 거래기록은 원장을 모아두지 않고 분산해서 저장하면서 거래의 기록이 위조되지 않도록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처리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거래 청산 문제나 스마트 계약을 해결할 방법으로 주목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금융거래가 즉시 처리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시간이 걸리는 거래가 많다. 상장된 주식거래도 3일 걸리고 장외거래는 더하다. 각종 계약을 할 때는 몇 주 몇 달이 걸리는 경우도 많다. 금융권에서는 블록체인 기반의 공통원장을 이용해서 이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러니한 건 금융권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JP모건 컨소시엄(골드만삭스는 나중에 빠짐)등 메이저에서 ‘블록체인’을 띄워주면서 전파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 신기술을 기술업계에서 열심히 홍보하고 사용자측인 금융권에서는 긴가민가 시간을 끌던 과거 사례와는 대조적이었다.

오히려 기술업계는 초기의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관심이 적었다. 금융권의 적극적 관심에 이어서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산업혁명의 중요 요소라고 인정한 것이 그동안의 불법-범죄 이미지를 벗고 부활하는데 큰 기여했다.

■ 암호화폐는 “그냥 하나의 긴 숫자다”

그가 설명하는 암호화폐는 “그냥 하나의 긴 숫자이다.”

설명을 더 들어가보자. “근데 누구나 이걸 보면 이 숫자를 만든 사람이 정당한 노력을 해서 만들어냈구나라는 걸 알 수 있다. 다른 제3자에게 물어본 것이 아니다. 해시라는 함수의 특성에 의해 누구나 보면 ‘아 고생해서 계산해냈구나’라고 인정하게 된다. 이것이 신뢰를 만들어낸다.”

그는 “모든 사람이 믿는다면 가치가 생긴다. 싸이월드 도토리나 게임업체의 게임머니 등도 많은 사람이 이용하면 가치가 생기고 거래가 일어난다. 다른 점은 게임머니처럼 발행자가 따로 있고 거기서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각 사용자가 가진 신뢰가 모여서 가치가 생겼기 때문에 제3자의 신용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화폐에 대한 설명을 추가했다. “화폐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우리는 비교적 안정된 국가에서 살기 때문에 와닿지 않지만 화폐도 그걸 발행한 정부의 신뢰도에 따라 가치가 매겨지죠. 불안정한 정부가 발행한 화폐는 신뢰가 떨어져서 가치도 떨어집니다. 짐바브웨에서 빵 하나 사려면 지폐 뭉치를 들고가야 했다는 사례도 있구요. 다음 날엔 아마 한 뭉치 더 들고 가야했을겁니다. 비트코인이 가진 화폐로서의 신뢰도는 우리나라와 짐바브웨 사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요? “

재미있는 것은 실물 거래는 피자 두 판에서 시작했다는 점. 그는 “누군가 피자를 사주면 비트코인을 주겠다고 게시판에 올렸는데 실제 피자 두 판과 1만 비트코인의 거래가 일어났고 그것이 실물거래 출발이었다. 이후 비트코인 거래를 중개하는 거래소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거래가 일어난 5월22일을 비트코인 피자데이라고 부르며 기념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P2P 네트워크를 통해 사용자 간 거래만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는 시장이 형성된다. 이용자의 하드디스크에 비트코인 거래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저장되어 보안과 신뢰를 보장받는다.

2017년 비트코인은 코인당 2만달러에 육박하는 무서운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저장하는 블록체인지갑의 총합도  2000만개를 넘어섰다.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르는 ‘암호화폐 열풍’에 온-오프라인 상에서는 ‘비트코인 학(學)’ ‘가상화폐강좌’은 물론 동아리까지 우후죽순격으로 뻗어가고 있다.

미국 증시를 감시 감독하는 기관 SEC 제이 클레이튼 위원장은 12월 12일(미국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암호화폐와 가상화폐공개(ICO)는 자본 형성과정이 될 수 있다. 핀테크의 발전이 자본 형성과정이 될 수 있다. 기관투자자와 실물경제의 투자에게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18일 (미국 시간) 데뷔했다.

■ ‘4차혁명’ 용어 임팩트 크지만, 인공지능 분야는 전체에 영향

‘블록체인 펼쳐보기’ 표지에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또 하나의 기술’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김 박사는 “4차산업혁명이란 말은 2016년 다보스 포럼 이후 정부나 기관에서 임팩트있는 용어를 찾다보니 선택한 것 같다. 사회적으로 많이 회자되니 출판사에서도 책 제목 강조한 듯하다. 하지만 이제는 몇 차 산업혁명인지가 중요한 것 같지 않다. 웹이나 모바일이나 인터넷이나 모든 변화가 빨라졌고 일상 생활과 산업에 혁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앞으로도 더 빨라지면 빨라졌지 느려지진 않을 것 같다 ”고 말했다.

블록체인만이 아니라 딥러닝-음성인식 등 인공지능 분야에서 지난 몇 년간 곳곳에서 기술 발전이 눈부시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교류와 공유가 발전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

역시 인공지능 전문가답게 술술 풀어냈다. “블록체인을 접하고 한번 놀라고 AI에서 딥러닝의 발전을 보고 더 놀라고 있다. AI 분야에서 딥러닝, 음성인식 등이 엄청난 발전을 이루고 있다. AI의 급성장에 대해 우려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도움이 되는 부분이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가령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말은 ‘도태’와 ‘파괴’ 뉘앙스를 풍긴다. 자극적이다. 하지만 일의 성격이 바뀌는 문제지 줄어든다 늘어난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안일하게 앉아있다가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생기겠지만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더 좋은 일을 얻는 사람도 많이 생길 것이다. 명백한 것은 단순반복적인 일은 차츰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경기 판교의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 사무실 입구]

그는 과거의 인공지능은 발전도 더디고 실용적으로 쓰기에는 제약이 많았지만 최신 인공지능은 재밌다고 했다. “딥러닝 기술이 큰 파도를 일으키면서 인공지능분야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운좋게 이런 시기에 인공지능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어 흥분된다. 그 결과 어떤 형태로든 세상에 흔적을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이 블록체인과 인공지능을 함께 이용하는 것이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다시 물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의 방향은? 김석원 박사는 “비트코인이 기존 화폐의 위치를 위협할 것인지 그냥 스쳐가는 것인지는 두고 볼 것이지만, 블록체인은 이미 기술의 혁신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살아남아서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고 말했다.

김석원 박사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해 KAIST서 인공지능으로 석박사를 받았다. 동양SHL을 거쳐 1999년부터는 벤처기업에서 제품개발을 해왔다. 2014년부터 근무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시절에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경기에 앞서 알파고의 알고리즘을 분석한 보고서를 냈다. 최근에는 AIRI에서 다시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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