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영 COO, 하석호 PM, 이호준 PM 펄어비스 사업담당 3人 인터뷰

2018년 새해 모바일게임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검은사막 모바일’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펄어비스가 개발하고 서비스까지 맡은 이 모바일 MMORPG는 사전예약에 돌입한지 20일만에 신청자수 200만명을 모집했다. 원작 온라인게임 ‘검은사막’의 특장점을 계승한데다, 가혹한 비즈니스모델(BM)을 채택하지 않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유저들의 기대는 날로 커지고 있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검은사막’의 모바일 버전이다. PC 온라인게임 ‘검은사막’에서 호평받은 뛰어난 그래픽, 호쾌한 액션, 방대한 콘텐츠를 계승했다. 채집, 채광, 낚시, 벌목 등 다양한 생활콘텐츠도 들어갔으며 점령점, 거점전도 구현했다. 론칭 기준 5종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시스템, 7종의 전투 콘텐츠가 준비된다.

‘검은사막 모바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또다른 이유는 펄어비스가 “매출 1위를 하지 못하더라도 별뽑기 BM을 넣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유저들이 확률형 아이템(랜덤박스) 판매에 대해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이로 인해 한국 모바일게임에 대해 불신하는 모습을 목격한 펄어비스는 “편의성 아이템과 보조제 위주로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매출보다 재미있는 게임이 되는 것이 우선”이라는 개발사의 태도는 유저들 사이에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펄어비스는 2018년 1월 클로즈베타테스트(CBT)를 거쳐 곧바로 ‘검은사막 모바일’의 정식 서비스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막바지 론칭 준비에 여념이 없는 허진영 COO, 하석호 PM, 이호준 PM을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펄어비스 본사에서 만났다.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원작 경험 유무와 관계 없이, 일단 해보면 재미있다는 느낌을 분명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의 매력을 자랑해달라는 질문에 하석호 PM은 이렇게 대답했다. 조작감, 타격감, 그래픽, 시스템 등 모든 면에서 자신있다는 이야기다. 원작을 해보지 않은 유저에게는 최고 수준의 그래픽으로 어필하고, 원작을 경험한 유저에게는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모바일만의 매력으로 승부한다는 계획이다.

이호준 PM은 김대일 펄어비스 의장의 표현을 빌려 “모든 면에서 모바일게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다른 게임은 다 안해도 검은사막 모바일만은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했다.

게임 완성도에는 자신 있지만,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효과)은 여전히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검은사막 모바일’이 한창 성장중인 원작 ‘검은사막’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펄어비스는 원작 유저들이 쉽게 게임을 갈아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진영 COO는 “검은사막을 오래 이용해온 유저들은 검은사막 모바일을 병행해서 할 수는 있겠지만 쉽사리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원작과 모바일 버전이 함께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히려 ‘검은사막 모바일’이 화제가 되면서 ‘검은사막’의 신규 유입율도 올라갔다고 했다.

BM은 아직도 치열하게 논의중이다. 결제한 유저들에게는 지불한만큼의 만족감을 줘야 하고, 결제하지 않는 유저들은 차별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않아야 하니 밸런스를 맞추기 쉽지 않다. 하지만 원작 ‘검은사막’이 그렇듯 지켜야 할 적정선은 절대로 넘지 않는다는게 원칙이다.

하석호 PM은 “BM을 여러 개 만들어놓았는데 이들 중 절반 가량은 편의성을 올려주는 것들”이라며 “별뽑기 시스템을 최대한 배제하는 등 페이투윈(pay to win)을 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진영 COO도 “확률형 아이템이 있긴 하지만 주요 시스템에서는 제공하지 않겠다는 말”이라며 “검은사막의 기조를 검은사막 모바일에서도 유지하겠다는 맥락으로 봐달라”고 거들었다.

확률형 아이템을 최대한 배제하는 판단은 해외 시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내린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국가들도 많기 때문이다. 허진영 COO는 “글로벌 원빌드로 나가는만큼 어느 국가에서도 두루 통용될 수 있는 서비스를 고민해야 했다”고 말했다.

하석호 PM은 “확률형 아이템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출을 항상 고민해야 하는 사업담당자로서 확률형 아이템은 옳고 그름을 구분짓기 어려운 BM이라는 것. 다만 지나치게 확률형 아이템에 편향되는 추세는 바뀌어야 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며 “결제 문턱을 낮추려면 다른 BM이 필요하며, 언젠가 확률형 아이템이 아닌 새로운 BM이 대세가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 어려운 길을 선택한 펄어비스가 그 때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하석호 PM, 허진영 COO, 이호준 PM]

자동사냥 시스템도 뜨거운 감자다. 한국 시장에서는 빠져서는 안될 요소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결국 자동사냥 시스템은 탑재하되, 게임의 특장점인 액션과 조작감은 해치지 않도록 합의를 봤다. 이호준 PM은 “스킬을 직접 커스텀하고 장착하는 등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 부분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식 서비스를 시작으로 연내에 대만, 북미, 유럽, 일본 등 다른 국가에도 모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원작 ‘검은사막’의 인지도가 높고, 대만에서는 원작 ‘검은사막’을 성공적으로 자체서비스중인 펄어비스 지사가 있다는 강점이 있다. 우선은 1월 대만에서 열리는 국제게임쇼에 참가해 게임을 조금씩 알릴 생각이다.

한국 출시 예상 성적에 대해서는 “매출 1위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매출 상위권을 노리고는 있지만 그보다 롱런하는 게임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하석호 PM은 “사업팀 입장에서는 원작 검은사막이 거둔 성과 이상을 내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며 “하지만 좋은 게임을 서비스하고 싶다는 개발팀의 의견과 절충해서 오래 서비스하는 게임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허진영 COO도 “펄어비스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일념을 가진 직원들이 모인 회사”라며 “많이 응원해줬으면 좋겠고, 그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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