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 상하이 지사 설립…텐센트 동만서 누적 1억뷰 작품 나와

배틀엔터테인먼트의 배승익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마일게이트의 창업지원프로그램인 오렌지팜 서초 센터에서였다. 당시 배 대표는 10명 남짓한 직원들과 함께 배틀코믹스라는 게임 전문 웹툰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옆 사람의 어깨가 맞닿을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직원들이 다닥다닥 붙어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로부터 2년 뒤, 배틀코믹스는 월 사용자(MAU) 100만 명을 돌파하는 사이트로 성장을 거듭했다. 초창기에는 주로 ‘리그오브레전드(롤)’ 웹툰이 주를 이뤘다면, 현재는 다양한 장르의 웹툰과 일러스트, 커뮤니티를 확보한 사이트로 발전했다.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임단인 ‘팀 배틀코믹스’도 창단했다.

넥슨 출신의 배승익 대표는 4명으로 배틀코믹스를 창업했다. 새로 옮긴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이제는 한국과 중국 직원을 모두 합하면 50여명 정도 된다”며 미소를 지었다.

배틀코믹스는 2016년 4월 중국 상하이에 지사를 설립했다. 지사장을 비롯해 모든 인원들은 100% 중국인이다. 배승익 대표는 “중국 지사에 약 20명 정도가 있는데, 모두 만화와 게임, 영화, 엔터테인먼트에 조예가 깊고 좋은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중국 지사를 만든 이유를 묻자 매우 심플한 대답이 돌아왔다. “중국 비즈니스는 중국인들이 하는 것이 맞다”는 게 그의 말이다. 중국 지사는 배특코믹스의 작품들을 현지화하고, 번역과 운영, 이벤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다. 게임 업계로 따지면 퍼블리셔와 같은 역할이다.

최근 배틀코믹스는 텐센트가 운영하는 웹툰 플랫폼 ‘텐센트 동만’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배틀코믹스에 연재된 웹툰 ‘아주 굉장한 밴드(작가 개호주, 이관용)’가 2개월 만에 누적 조회수 1억을 돌파한 것이다. 단 16회만을 연재한 상황에서 거둔 성과다.

한국의 다른 웹툰들도 중국 ‘텐센트 동만’, ‘콰이칸’ 등에 연재된다. 하지만 ‘아주 굉장한 밴드’처럼 단기간에 중국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은 사례는 없었다. 배승익 대표는 이러한 인기 이유에 대해 “기존 웹툰 서비스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사업자들은 중국 웹툰 플랫폼에 작품을 던져주고, 중국 회사들이 번역 등을 맡았던 구조”라며 “그렇게 되면 현지화를 진행할 때 디테일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틀코믹스는 중국 지사가 있어 번역부터 제목 선정, 이벤트, 운영 등 모든 것을 직접 도맡아 한다. 중국에서는 웹툰의 제목부터 표지 그림, 폰트 하나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워낙 많은 작품들이 연재되기에, 플랫폼이 일일이 개별 작품들을 신경 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배승익 대표는 직접 현지화를 했을 경우 그 결과물에 대해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웹툰 시장은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들은 스토리 작가, 채색작가, 배경작가 등으로 나뉘어져 점점 분업화 되고, 동시에 기업화가 이뤄지면서 콘텐츠 퀄리티가 무서울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텐센트 동만의 최고 인기작품인 ‘호요소홍랑’의 경우 현재 95억 뷰를 기록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틀코믹스의 전략은 웹툰 플랫폼 사업과 콘텐츠 유통, IP 사업이다. 한국의 작품을 중국에 선보이거나, 중국 작품을 한국 시장에 선보일 수도 있다. 그 다음 단계는 영상화다. 이미 ‘아주 굉장한 밴드’는 애니메이션 제작을 결정했다. 이후에는 웹드라마와 방송 프로그램 제작도 기획 중이다.

배승익 대표는 “중국에서 한국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영상물과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작품을 게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근 배틀코믹스는 X.D. 글로벌 리미티드(구 룽청)와 모바일게임 ‘붕괴3rd’의 공식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X.D. 글로벌은 한국에서 ‘소녀전선’ ‘붕괴3rd’ 등을 서비스하는 대만 퍼블리셔다. ‘붕괴3rd’ 만화는 공식 홈페이지와 배틀코믹스에서 매주 한 편씩 연재된다.

    

배승익 대표는 “모바일게임 ‘소녀전선’이 한국에서 낸 성과를 본 X.D. 글로벌이 한국 서브컬처 시장을 잘 이해하는 파트너를 찾다 저희와 함께 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에도 단순히 만화 연재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서비스를 함께 준비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게임 웹툰으로 시작한 배틀코믹스는 유저들이 10대와 20대에 집중돼 있다. 다른 웹툰 플랫폼들보다 그 연령대가 훨씬 낮고, 여성 유저들도 늘어가는 추세다. 배승익 대표는 배틀코믹스, 나아가 배틀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장기적으로 그려놓고 있었다. 그는 “지금의 10~20대는 30~40대와 코드가 전혀 다른 세대들”이라고 말했다.

“현재 10~20대는 TV보다 유튜브나 아프리카TV를 더 자주 보고, 뉴스가 아니라 웹툰을 보기 위해 네이버에 접속하는 이들이다. 과거 ‘리니지’를 하던 아저씨들이 지금 모바일게임 시장의 큰 손이 된 것처럼, 지금의 10대들이 5~10년 후에는 콘텐츠 메인 소비층이 될 때가 올 것이다.”

    

배틀코믹스는 지금의 10대~20대들에게 최고의 콘텐츠를 보여주며 함께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배승익 대표는 “5년만 지나도 엄청난 브랜드와 서비스로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배틀코믹스는 향후에도 중국 등 해외에 한국의 작품들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가장 하고 싶은 것은 한국의 인기 IP를 기획 단계부터 웹툰, 영화, 드라마, 게임 등으로 만들어 해외에 선보이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방송사와 게임사가 협력해 이러한 시도들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배틀코믹스는 직접 IP에 투자를 하기도 한다. 배승익 대표는 “지난해부터 가장 크게 생각한 비즈니스가 중국 지사인데,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어 기쁘다”며 “향후에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넘어 IP 비즈니스까지 확장할 생각이다. 더불어 팀 배틀코믹스도 내년에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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