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경찰 짐 월스와 대릴 게이츠가 만들어낸 진짜같은 게임이야기

게임별곡 시즌2 [시에라온라인 번외편2]

시에라온라인의 간판 게임인 ‘킹스퀘스트’ 시리즈는 마치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들을 소재로 하고 있는 반면, 이번 편에 소개할 ‘폴리스퀘스트’라는 게임은 지극히 현실적인 세계를 다루고 있는 게임이다. 아름답고 밝은 이야기라기보다는 암울하고 으스스한 뒷골목의 무서운 범죄에 관련된 이야기다. 주인공은 경찰(형사)로 설정되어 있다.
 

[Police Quest]
(이미지: Police Quest: In Pursuit of the Death Angel (US, 1987))


게임의 패키지 디자인도 몹시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를 띠고 있는데, 마치 이 게임의 분위기를 대변해 주는 듯하다. 게임 개발에는 실제로 경찰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경찰 짐 월스 (Jim Walls)가 참여했는데, 이 때문에 초기에 그가 참여한 시리즈 1, 2, 3편을 ‘짐 월스’ 시리즈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후 4편부터는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장 대릴 F. 게이츠(Daryl F. Gates)가 게임 개발에 참여해서 후기 4, 5, 6편은 ‘대릴’ 시리즈로 분류한다. 두 사람 모두 전직 경찰관 출신으로 게임의 생생한 느낌을 전달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Police Quest - 미국판 급발진?]
(이미지: https://www.youtube.com/watch?v=mkC2qSGFoTw)

 
‘짐 월스’ 시리즈의 주인공은 ‘써니 본즈(Sonny Bonds)’라는 이름의 강력계 형사다. 써니 본즈는 짐 월스의 아들 써니 월스(Sonny Walls)에서 따왔다. 짐 월스는 게임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는 않고, 게임에서 안내하는 장면에 잠깐씩 카메오 같은 개념으로 등장한다. 게임의 배경은 캘리포니아 주의 립튼(Lytton)이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범죄에 관련된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그래픽의 수준은 30년 전임을 감안했을 때 비교적 무난한 수준으로, 이는 비슷한 시기에 회사에서 출시한 ‘래리’ 시리즈나 ‘킹스퀘스트’ 시리즈 등과 비교를 해봐도 떨어지지 않는다. 당시 시에라온라인은 회사의 자체 게임 엔진인 ‘파서 엔진(Adventure Game Interpreter, AGI)’을 활용하여 여러 가지 게임을 개발했는데, 시에라온라인이 출시한 게임 중에 가장 현실 세계에 근접하여 현실감 있고 생생한 느낌을 전달해 주는 게임이 ‘폴리스퀘스트’다.

1987년 ‘폴리스퀘스트’ 시리즈의 1편이 발매됐고, 이듬해인 1988년 2편이 도스(MS-DOS), 애플2(Apple II), 매킨토시(Macintosh), 아미가(Amiga), 아타리ST(Atari ST) 및 애플2 GS(Apple II GS) 버전으로 발매될만큼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Police Quest - 짐 월스 (Jim Walls)]
(이미지: http://thedoteaters.com/?cat=782)

 
전직 경찰관이 게임 디자인에 참여한 '폴리스퀘스트' 의 차별화된 특징이라면 경찰들의 업무를 세세하게 잘 표현해 냈다는 것이다. 미국 경찰 관련 기관들에서 신입 경찰 교육용으로 썼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실제 경찰관들의 일상의 업무를 아주 상세하게 재현해놨다. 하지만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한다. 때로는 지루한 반복행동을 되풀이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마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장면을 기대한 사람들이라면 별로 재미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리얼한 부분을 최대한으로 재현해 내겠다는 게 시에라온라인의 방침이기도 했고, 경찰들의 일상을 이 정도로 자세하게 그려낸 다른 작품이 그 당시에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폴리스퀘스트’는 많은 경찰 지망생 및 애호가들에게 큰 호응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다만 짐 월스는 강력계 형사가 아닌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였기 때문에, 1, 2, 3편인 ‘짐 월스’ 시리즈의 경우 아무래도 형사의 깊은 업무를 재현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다음 작품인 4편부터는 전직 LA 경찰서장이자 SWAT 창설에 관여한 대릴 게이츠를 영입해서 시리즈를 개발했는데, 짐 월스의 시리즈와 선을 긋고 싶었던지 '폴리스퀘스트4'가 아닌 '폴리스퀘스트: 오픈 시즌'으로 게임의 타이틀을 바꿔 출시됐다(하지만 국내에서는 ‘폴리스퀘스트4’로 발매함).

[Police Quest – 대릴 F. 게이츠(Daryl F. Gates)]
(이미지: http://www.nndb.com/people/190/000023121/)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완성된 ‘폴리스퀘스트4’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어드벤처 게임의 새로운 면모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존의 게임들이 환상적인 세계나 SF 세계를 배경으로 삼은 것과 달리, 현실 세계를 다루며 리얼한 현실감과 함께 재미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4편에서는 전작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써니 본즈도 등장하지 않는다. 짐 월스와 관련 있던 것이 맘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4편 주인공은 ‘존 캐리(John Carey)’라는 전혀 다른 인물이며, 게임의 배경도 가상의 도시가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캘리포니아 주의 LA다. 아마 대릴 게이츠 자신이 LA 경찰이었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4편은 정통 ‘폴리스퀘스트’ 시리즈로는 마지막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5편부터는 정통 ‘폴리스퀘스트’ 시리즈라기보다는 스핀오프격의 ‘SWAT’ 버전으로 분류되고, 게임의 장르 역시 본격적인 어드벤처 게임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졌다. 지나치게 과도한 욕심 때문이었는지 5편은 시리즈 최악의 작품으로 비난받았고, 결국 6편에 가서는 어드벤처 게임의 본질에서 멀어지며 결국 ‘폴리스퀘스트’ 정규 시리즈는 아쉽게도 끝이 났다. 그 이후 ‘SWAT’ 시리즈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등장하면서 일종의 가지치기 버전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Police Quest – SWAT 시리즈]
(이미지: http://www.juegomania.org/galeria/pc/4232/59829)


‘폴리스퀘스트5’부터 ‘SWAT’시리즈로 따로 분류하는 이유는 ‘폴리스퀘스트5’의 정식 명칭이 ‘대릴 F. 게이츠의 폴리스퀘스트: SWAT(Daryl F. Gates’ Police Quest: SWAT)’였기 때문이다. 다음 작품인 ‘폴리스퀘스트 6’는 ‘폴리스퀘스트: SWAT2(Police Quest: SWAT 2)’라는 이름으로 출시됐고, 그 이후는 ‘SWAT’ 시리즈로 이어졌다.
 

[Police Quest – SWAT 시리즈]
(이미지: http://www.jeuxvideo.com/screenshots/730-700-0)


5편에서는 아예 ‘V’라는 숫자 타이틀을 빼버리고 ‘SWAT’ 시리즈의 첫 출발로 시작됨을 알리고 있다. ‘SWAT’ 시리즈 2편까지만 해도 ‘PLOICE QUEST’라는 문구를 달아서 ‘폴리스 퀘스트’ 시리즈의 명맥을 유지했지만, ‘SWAT’시리즈 3편에 가서는 ‘POLICE QUEST’라는 문구를 아예 빼버리고 본격적으로 ‘SWAT’시리즈로 나아가고자 함을 알리고 있다.

[SWAT 3 – 아예 Police Quest라는 문구를 뺐다.]
(이미지: http://www.moddb.com/games/swat-3/addons/swat-3-custom-scenarios)

 
아마도 이런 시리즈의 변화는 처음 1, 2, 3편이 단순 경찰 업무나 형사 업무와 같이 수사와 검거 등에 초점이 맞춰진 ‘경찰’의 게임이라면 시리즈 4편부터 게임 개발에 참여한 대릴 F. 게이츠가 ‘SWAT(경찰특공대, 특수기동대)’의 창설자 중에 한 명이자 주요 인물의 신변경호나 인질구조 및 무장용의자의 무력화 등의 특수임무를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게임의 무대가 일상적인 주변에서 발생하는 범죄에서 경찰력으로 진행하기 힘든 특수 상황에서 지원을 요청하게 되는 ‘S.W.A.T’의 현장으로 바뀐 셈이다.


■ 필자의 잡소리

시민의 안전을 위해 험한 일과 수고로움을 마다 않는 노고에도 불구하고, 간혹 불거지는 몇 몇 사건으로 인해 전체가 다 매도당하는 수모를 겪는 경찰의 일상이라는 것이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쉽게 와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수사반장 – 대한민국 전설의 형사 콘텐츠]
(이미지: http://www.imbc.com/broad/tv/drama/olddetective/)

 
비록 게임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우리나라의 실정과는 다소 다른 부분도 많이 있지만 게임으로나마 경찰관들의 일상을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찰(형사)과 관련된 드라마 또는 영화가 많이 제작된 것에 비해, 본격적인 경찰을 소재로 한 게임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다양한 업무와 다양한 직종이 게임 안에서도 발현되는 다른 나라의 게임들을 보며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만 게임 개발자로서 그 일에 앞장서지 못하고 있음에 필자 본인 스스로가 부끄럽기도 하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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