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3rd’는 ‘소녀전선’의 성공신화를 이을 수 있을까
최근 게임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중국발 모바일게임을 꼽으라면 단연 ‘붕괴3rd’다. 중국 개발사 미호요(MiHoYo)가 만든 이 미소녀 액션게임은 지난해 중국, 일본, 대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고품질 작화와 화려한 연출은 중국발 모바일게임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여기에 수준 높은 더빙이 더해져 미소녀 게임 팬들의 취향을 완벽 저격하는데 성공했다.
‘붕괴3rd’는 뒤늦게 상륙한 한국에서도 큰 관심을 끄는 중이다. 입소문에 힘입어 사전예약자 수는 한달 여만에 33만명을 넘어섰고, 정식 서비스에 돌입한 10월 17일에는 몰려든 사람들로 서버가 마비됐다.
뚜껑을 열어보니, 과연 그래픽은 기대 이상이었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말하면 콘솔게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캐릭터는 유려하고, 움직임은 끊김 없이 부드러웠다. 일취월장한 중국 게임의 그래픽 수준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게다가 최적화도 꽤 잘 됐다. ‘갤럭시S5’ 정도면 무난하게 구동이 된다.
그러나 그래픽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는 특별한 인상을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붕괴3rd’는 카툰 렌더링 기반의 3D 액션RPG다. 액션RPG는 한국 주류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장르로, ‘붕괴3rd’는 그간 보아왔던 모바일 액션RPG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3개의 캐릭터를 교대로 사용해서 스테이지를 반복 클리어한다. 이 과정에서 얻은 전리품으로 캐릭터(발키리)와 장비를 수집하고 강화시킨다. 게임 방식에서 새로운 부분은 없다.
오히려 기존 게임들보다 더 심한 파밍(노가다)과 과금을 요구한다. 발키리가 제 역할을 발휘하려면 상위 등급까지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이에 필요한 조각을 모으려면 리세마라(좋은 캐릭터가 뽑힐 때까지 프롤로그를 반복하는 작업)와 상당히 고되고 지루한 파밍이 필요하다.
게다가 의무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발키리는 총 3개. 유료 아이템 없이는 엄두가 나질 않는다. ‘소녀전선’처럼 착한 BM(비즈니스모델)을 기대했던 사람들이라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모바일게임 치고는 꽤 까다로운 조작법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각종 콤보와 회피 기술로 콘트롤의 재미를 살리려고 한 의도는 알겠으나, 초심자들이 모바일 환경에서 구사하기는 버거워 보인다. 더욱이 자동사냥도 없다. 가상패드를 붙들고 한참 낑낑거리다보면 내가 왜 굳이 이러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그냥 콘솔이나 PC로 하면 안될까 싶다.
정리하자면, ‘붕괴3rd’는 모바일게임의 수준을 넘어섰다. 그래픽도 그렇고, 조작법도 그렇다. 지하철에서 짬이 날 때 잠깐 즐기는 모바일게임보다 작정하고 앉아서 하는 PC게임과 콘솔게임에 더 적합하다는 말이다.
이 게임은 미소녀 하드코어 유저를 타깃으로 하는데, 하드코어 유저들은 대부분 PC나 콘솔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콘솔게임의 손맛은 콘솔로 즐기면 된다. 아마 이 게임이 PC나 콘솔 플랫폼으로 나왔다면 더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붕괴3rd’에서 유일하게 모바일게임답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BM이다. 노가다가 싫으면 상점에서 가챠를 질러야 한다. 하지만 다른 수많은 모바일게임들이 그렇듯, 꽤 많은 금액을 결제하지 않는 이상 효과를 보기 어렵다. 서민 유저들은 노가다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몇가지 우려되는 부분에도 불구하고, ‘붕괴3rd’는 중국에서 ‘소녀전선’보다 훨씬 큰 성공을 거뒀다. 과연 한국에서도 그럴 수 있을까. 일단 한국에서 초반 성적은 나쁘지 않다. ‘소녀전선’으로 한국 유저들에게 호평받았던 X.D. 글로벌(구 룽청)의 운영 능력에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