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판타지14’ 총괄, 요시다 나오키 스퀘어에닉스 PD 인터뷰

“파이널판타지14의 수장으로서 단언컨대, 우리는 정치적으로 중립이다. 파이널판타지14의 개발팀 및 글로벌 운영팀 전원은 절대로 특정 사상이나 세력에 편향적인 입장을 취하거나 옹호한 적이 없다.”

요시다 나오키 스퀘어에닉스 ‘파이널판타지14’ 총괄 PD가 방한해 지난달 게임에서 불거진 페미니즘 편파 운영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19일 아이덴티티 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운영팀의 초동 대처와 입장 표명이 미흡해서 오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며 “우리는 유저를 차별한 적이 없으며, 파이널판타지14 유저들은 게임에 로그인한 순간부터 빈부격차, 나이, 성별과 관계 없이 모두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고 강조했다.

원래 이 자리는 21일 열리는 ‘파이널판타지14’의 한국 첫 팬페스티벌을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한국에서 불거진 편파 운영 이슈가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은 만큼, 나오키 PD는 인터뷰 시간 절반 가까이를 해당 이슈에 관련된 오해를 푸는데 할애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현재 오해가 많이 퍼진 상황”이라며 “가능하다면 되도록 사실 그대로를 전달해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 사소한 오해가 일파만파… 운영팀 잘못도 있어

그가 설명한 사건의 자초지종은 이렇다. 9월 23일 초코보 서버에서 유저 A와 B가 젠더와 관련된 특정 사상을 주제로 폭언을 주고받는 싸움을 벌였다. 여기에 다른 사람들이 가세하면서 싸움은 과열되었고, 상황을 지켜보던 GM이 싸움에 관련된 17개 계정에 급하게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후 운영팀은 로그를 꼼꼼히 조사한 후 17개 계정 중 2개 계정에 대해서는 정지 처분이 가혹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원래 폭언에 대한 규정은 운영팀의 경고가 1차적으로 진행된 후 정지 처분으로 넘어가는 게 원칙인데, 이 중 한명은 사전에 경고를 받은 적이 없었던 것. 그리고 또 한명은 폭언을 하지 않았으나 캐릭터 이름이 외설적이었기에, 정지 처분을 해제하고 이름을 바꾸는 조치를 취했다.

문제는 정지에서 해제된 유저가 SNS에 남긴 글에서 불거졌다. 해당 유저는 “계정 정지가 풀렸다”며 “이는 운영팀이 우리가 옳다는 걸 인정해준 것이며, 우리가 승리했다”고 자축했다. 이에 ‘파이널판타지14’ 한국 운영팀이 특정 사상을 옹호한다는 소문이 일파만파 확대됐다. 운영팀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장문의 해명글을 올렸으나, 유저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나오키 PD는 한국 운영팀에 대해 “두가지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첫번째는 싸움이 과열됐을 당시 제대로 로그를 조사하지 않고 17명 모두를 무더기로 정지시켰다는 점이다. 나오키 PD는 “조금 더 신중하게 조사하고 하나씩 개별적으로 대처해야 했다”며 “다만 일반 유저들이 불쾌감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사건을 어떻게든 빠르게 처리하려고 했던 GM의 행동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두번째 실수는 입장 표명 과정이 너무 번잡했다는 점이다. 해명글은 의도를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간결하게 작성해야 하는데, 오해를 풀고 싶은 마음에 읽기 어려운 글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공지를 올리기 전에 스퀘어에닉스에 의견을 물어왔다면 깔끔하게 쓰라고 조언했을 것”이라며  “공지글 일부분만 따로 픽업되어 전파되는 바람에 오해가 계속 커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이후 벌어진 필터링 문제에 대해서는 “앞서 발생한 사건과는 별개의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당시 특정 사상과 관련된 단어가 들어간 이름은 제재를 받은 반면, 반대 사상과 관련된 이름은 제대로 제재를 받지 않아 편파 운영 논란이 재점화됐다. 유저들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필터링 시스템에 불만을 터트렸다.

요시다 PD는 “한국 운영팀으로부터 필터링을 강화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는데, 우리가 거절했다”고 말했다. 급하게 만든 필터링 시스템은 또다른 오해를 살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필터링을 급하게 만들면) 필터링을 할 때 관계 없는 단어까지 걸리거나, 충분히 제재를 받을만한 단어가 빠지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며 “개발팀과 운영팀 간에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며, 어느 수위까지 제재한다는 방침을 정한 다음에 대응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 정치적 분쟁은 한국이 처음… 앙금 근본 원인 궁금해

이번 사건으로 최초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GM은 인사 징계 조치(감봉)를 받았다. 당사자로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는 처사다. 요시다 PD는 “온라인게임 운영이라는 게 사소한 잘못으로 큰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업무”라며 “개인적으로는 안타깝지만, 한국 운영팀이 잘못한 부분도 분명히 있는 만큼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방한 때 해당 운영팀을 만나 격려해 드렸다”고 덧붙였다.

일본, 북미 등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발생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으며 “한 번도 없었다”고 답했다. 개인간의 사소한 싸움은 종종 발생하지만, 이처럼 정치적으로 적대적인 세력간의 분쟁은 드물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그는 한국의 이번 논란을 처음 접했을 때 적지 않게 놀랐다고 했다.

북미 ‘파이널판타지14’ 포럼에서는 용기사의 성별간 차이점을 놓고 활발한 토론이 벌어진 적이 있다. 남자 용기사의 갑주는 몸 전체를 덮는데, 여자 용기사의 갑주는 배가 드러나는 탱크탑 형태였기 때문이다. 당시 포럼에서는 “게임이니까 아무래도 상관 없다”, “섹시한 옷이 보기 좋다”, “여자라는 이유로 방어가 허술해보이는 옷을 입는 건 부당하다”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요시다 PD는 ‘파이널판타지14’ 개발팀에게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후 게임에서 여성 캐릭터의 이유 없는 노출 의상은 사라졌다.

요시다 PD는 한국 유저들이 유독 성별과 관련해 이렇게 뿌리깊은 앙금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 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직접 이야기를 듣고 (갈등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전했다.

■ 한국 서비스 만 2년… MMORPG 사라지지 않을 것

‘파이널판타지14’는 2015년 9월 한국에서 정식 론칭해 서비스 만 2년을 돌파했다. 중간에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제법 자리를 잡았다. 론칭 준비부터 쭉 지켜봤던 요시다 PD의 감회는 남다를만 하다. 그는 “론칭을 처음 준비할 때 한국의 온라인 MMORPG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한 때 게임시장을 장악했던 온라인 MMORPG는 모바일게임의 득세 이후 자취를 감췄고, 유저들은 MOBA게임이나 FPS게임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MMORPG의 잠재 수요는 남아 있었다. 요시다 PD는 “파이널판타지14 개발팀과 운영팀이 포기하지 않는 이상 MMORPG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시장 위축이 그렇게 걱정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MMORPG를 즐기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어서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그 결실 중 하나가 바로 팬페스티벌이다. 이 행사는 ‘파이널판타지14’ 팬들을 위한 오프라인 축제로 일본, 영국,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한국에서는 21일 일산 킨텍스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이미 수천명의 팬들이 참가 등록을 마쳤다.

요시다 PD는 “지금도 많은 유저들이 게임 안에서 만나 교류하며 놀고 있지만, 오프라인에서 실제 존재하는 인간과 인간으로 만나는 느낌은 굉장히 다르다”고 했다. 같은 게임,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첫 팬페스티벌이기 때문에 뭘 하고 놀아야할지 모르거나 긴장할 수도 있다”며 “라스베가스나 일본에서 열린 첫 팬페스티벌도 그랬는데, 일단 몇시간 놀다 보면 금세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운영팀의 준비에 만족을 표했다. 운영팀은 지난 몇 년간 전세계 각지의 팬페스티벌을 빠짐 없이 답사했고, 그 노하우가 한국 팬페스티벌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그는 “팬페스티벌을 열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며  “한국 운영팀이 피땀흘려 준비한 이번 팬페스티벌에 많이 참석해서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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