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게임서 현금 구매 가능한 랜덤박스 잇따라 도입…북미서 뜨거운 논란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게임 내 전리품상자(랜덤박스)가 북미 유저들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북미 게임등급분류기관 ESRB(Entertainment Software Rating Board)가 “랜덤박스는 도박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SRB는 최근 북미매체 코타쿠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랜덤박스는 운에 기대는 요소를 갖고 있지만, (유저가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항상 제공한다”고 말했다. 무언가를 잃을 수 있는 위험이 없기에 도박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다.
또한 “랜덤박스는 CCG(카드수집게임)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며 “가끔은 팩 안에서 새로운 홀로그램 카드를 얻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미 갖고 있는 카드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ESRB는 게임 내 도박을 ‘실제 도박(Real Gambling)’과 ‘가상 도박(Simulated Gambling)’으로 분류하고 있다. 현금과 관련돼 있는 경우가 ‘실제 도박’이며, 현금이나 게임 재화를 베팅하지 않는 경우는 ‘가상 도박’이다. ESRB는 “실제 도박 게임은 성인 등급으로 분류되는데, 북미의 대형 할인 소매점들은 대부분 성인 게임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몇달간 패키지게임의 랜덤박스는 북미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올해 가을부터 출시되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는 ‘섀도우오브워(Shadow of War)’, ‘데스티니2(Destiny2)’,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Star Wars Battlefront2’ 등 기대작 상당수가 잇따라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랜덤박스를 도입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액션RPG ‘섀도우오브워’의 개발사 모노리스는 10월 10일 콘솔 및 PC용으로 출시한 ‘섀도우오브워’에서 랜덤박스를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설계해 유저들의 반발을 샀다. 이 랜덤박스를 개봉하면 캐릭터 능력을 향상시키는 희귀 무기와 방어구가 일정 확률로 등장한다. 랜덤박스는 게임 재화인 ‘골드’로 구매할 수 있는데, 유저들은 게임에서 퀘스트를 수행하고 ‘골드’를 소량 획득하거나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와 엑스박스 스토어에서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턴10스튜디오의 레이싱게임 ‘포르자7(Forza7)’도 게임재화 ‘CR코인’으로 바꿀 수 있는 랜덤박스를 내놓으며 뭇매를 맞았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CR코인’은 현금으로 교환할 수 없지만, 턴10스튜디오는 “게임 경제가 안정화된 후에는 현금을 CR코인처럼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작 패키지게임들이 앞다투어 랜덤박스를 도입하자 북미 유저들과 게임 유튜버들은 레딧과 유튜브 등을 통해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패키지게임 비용을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랜덤박스 비용을 추가로 내야 하는 상황은 부당하다는 것. ESRB에는 “랜덤박스를 도박으로 지정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그러나 ESRB이 “랜덤박스는 도박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북미 패키지게임 가격인 60달러(약 6만8000원)로는 게임 개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며 랜덤박스 시스템을 일부 옹호하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ID ‘iamnotseanclark’는 “게임 업데이트 개발 비용과 서버 유지 비용은 60달러만으로는 보전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상적인 게임플레이에서 전리품상자를 규칙적으로 제공해주는 오버워치의 시스템은 훌륭하지만, 엄청난 유저풀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대부분의 게임들은 (오버워치처럼) 큰 유저풀을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