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용재 원이멀스 대표, 세스 거슨 서비오스 CBO 인터뷰

VR도 영화처럼 접근… 여성, 가족 캐주얼 유저 공략해야

한국 가상현실(VR) 분야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와이제이엠게임즈가 미국의 유명 VR게임 개발사 서비오스(SURVIOS)와 손을 잡았다. 와이제이엠게임즈의 관계사인 VR게임 개발사 원이멀스(oneIMMERS)와 서비오스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양사가 개발한 VR콘텐츠를 활용해 국내외 오프라인 사업을 공동 진행하기로 한 것.

이 합작법인은 한국에서 와이제이엠게임즈의 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해 서비오스의 VR게임을 독점 공급하고, 해외에서 서비오스의 유통망을 통해 원이멀스가 확보한 콘텐츠를 배급할 계획이다.

국내외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양 개발사가 힘을 합쳐서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가 업계의 관심사다.

원이멀스는 한국 VR게임 개발사로서는 가장 빠른 시기인 2017년 1월 글로벌 VR게임 플랫폼 스팀에 진출한 회사다. ‘카트체이서’ ‘스매싱더배틀VR’ ‘카지노피아: 더블랙잭’ ‘오버턴’ 등 다수의 VR게임을 개발하거나 개발에 참여했다.

서비오스는 액션VR게임 ‘로우데이타(RAW DATA’로 출시 첫달 매출 100만달러(약 11억원)를 돌파하며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개발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 성과에 힘입어 할리우드 영화제작 및 배급사 MGM그룹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MGM그룹의 IP를 확보했다. 멀미를 대폭 줄여주는 ‘플루이드 로코모션(Fluid Locomotion)’ 등 VR과 관련된 원천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 6월 미국 게임쇼 E3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원이멀스는 VR 하드웨어 판매에 기여할 수 있는 최고의 킬러콘텐츠 개발사를 찾고 있었고, VR게임으로서는 최초로 스팀 전체게임 1위를 기록한 ‘로우데이타’의 서비오스가 제격이라고 판단했다.

서비오스는 평소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컸던 차에 “힘을 합쳐 e스포츠처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원이멀스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두 회사의 파트너십은 착착 진행됐고, 마침내 10월 5대5 지분의 합작법인이 출범하게 됐다.

지난 9월 계약서에 최종 사인을 하기 위해 서비오스의 세스 거슨 CBO(최고사업책임자)와 임원들이 한국을 찾았다. 서울 강남구 차움 회의실에서 민용재 원이멀스 대표 및 서비오스 임원들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해 서비오스는 두개의 펀드를 통해 총 5000만달러(약 568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펀드 중 하나는 세계 최대 규모 영화사 중 하나인 MGM그룹이 주도했으며, 이와 함께 MGM의 CEO는 서비오스의 이사회에 전격 합류했다.

할리우드 영화산업이 VR에 뛰어드는 사례는 MGM그룹 뿐만이 아니다. 타임워너, 21세기폭스, 아이맥스, AMC도 VR기업 드림스케이프에 수천만달러를 투자했다. VR콘텐츠를 영화 홍보수단으로 사용하는 단계를 넘어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차세대 엔터테인먼트로 주목하기 시작한 것.

세스 거슨 서비오스 CBO는 “VR게임을 하드코어하게 즐기는 마니아 뿐만 아니라 캐주얼 유저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VR산업이 성장하려면 일부 남성들의 전유물인 게임 영역에서 벗어나 쉽고 대중적인 콘텐츠로 여성과 가족 단위 유저를 공략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세스 CBO는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VR에 뛰어드는 것은 이 때문”이라며 “앞으로 VR은 게임과 영화 사이의 중간 영역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서비오스는 MGM그룹의 영화 IP를 활용해 VR콘텐츠를 개발중이다. 그는 “어떤 IP인지 지금은 밝힐 수 없지만, 조만간 서비오스를 통해 관련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내년께 게임이 출시된다”고 말했다. MGM그룹은 ‘벤허’, ‘오즈의마법사’, ‘바람과함께사라지다’, ‘톰과제리’ 등의 영화 IP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서비오스와 원이멀스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세스 CBO는 “와이제이엠게임즈가 운영하는 VR방에 가봤는데, 우리의 접근 방식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인테리어나 동선에서 캐주얼 유저들을 고려했다는 게 느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방문객의 60% 가량이 여성이라는 점과 가족 단위로 VR방을 찾는 모습이 인상깊었다”며 “원이멀스와 서비오스의 VR콘텐츠가 합쳐지면 (캐주얼 유저들로부터)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스 CBO는 사업적인 면에서는 VR 아케이드가 영화관보다 더 우세하다고 내다봤다. 북미 지역에서 VR 아케이드는 프리미엄 콘텐츠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관에서 사람들이 쓰는 비용은 시간당 6달러(약 6800원)인 반면, VR 아케이드에서 쓰는 비용은 시간당 약 35달러(4만원)”라며 “그만큼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는 웰메이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용재 원이멀스 대표는 이번 합작법인의 성공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가정용 VR 시장은 스탠드얼론(소형 PC를 내장해 단독으로 동작하는 장치) HMD가 나올 때까지 더딘 성장세를 보이겠지만, VR 아케이드 시장은 초기부터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민 대표는 “집에 PC를 보유한 사람도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듯, VR방이 주는 경험을 위해 VR방을 찾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며 “합작법인이 출범하면 곧바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합작법인의 목표는 영화관이나 PC방에 종속되지 않는 제 3의 영역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민 대표는 “세스 CBO가 한국의 게임문화를 많이 존중해준다”며 “한국이 전에 없던 문화인 e스포츠를 만들어낸 것처럼, 우리가 힘을 합치면 새로운 VR 문화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스 CEO도 “플랫폼에 따라 고객들의 성향이 다른데, 새로운 부분유료화모델을 만들어낸 민 대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합작법인을 통해 북미 이외 지역의 고객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정책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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