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라 온라인의 간판 게임, 어드벤처게임의 명작

게임별곡 시즌2 [시에라온라인 2편]

■ 왕을 찾아라! 끝나지 않은 이야기

전편에 이어 이번 편에서는 어드벤처게임의 명가 시에라 온라인이라는 회사를 있게 하고, 지금도 많은 팬들을 거느린 명작 게임 ‘킹스퀘스트(King’s Ques)’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유명한 게임 회사들은 간판 게임을 하나 정도는 갖고 있다. 예를 들면 닌텐도는 ‘마리오’라는 게임을 빼놓고 얘기를 할 수가 없다. 오리진의 경우 ‘울티마’ 시리즈, 캡콤의 경우 ‘스트리트파이터’가 여기에 해당한다. 시에라 온라인은 ‘킹스퀘스트’가 바로 그런 게임이다.
 


‘킹스퀘스트’는 현재까지 나름대로 인기를 얻고 있는 판타지 장르에 속한 어드벤처 게임이다. 판타지 세계 속 동화 같은 이야기는 지금도 종종 영화로 제작되고 있을 만큼 안정적인 팬층을 거느린 시장이다. 가끔 판타지가 아닌 스팀펑크 세계관을 소재로 한 어드벤처게임들도 등장했는데, 큰 인기를 얻기보다는 작품성만 인정받고 홀연히 사라진 경우가 많다. 누구에게나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익숙하고 이해하기 쉬운 세계관의 설정도 중요한 작품의 요소라고 보여진다면, ‘킹스퀘스트’는 상당히 머리를 잘 쓴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배경뿐만 아니라 ‘킹스퀘스트’만이 갖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데, 그것은 다른 게임들과 차별되는 그래픽이다. 시에라 온라인은 최초의 그래픽 어드벤처게임을 개발한 회사답게 ‘킹스퀘스트’의 그래픽 처리 부분에 상당히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동화와 같은 배경 화면은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타사의 참고자료가 될 정도로 시각적인 요소를 굉장히 중요시했다. 애초에 게임 회사를 처음 세우고 게임을 만들기로 했을 때부터 텍스트 위주의 게임을 시각적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로베르타 윌리엄스의 취지가 상당히 충실하게 반영된 결과이다.

[King’s Quest]
(이미지: YouTube)

 
시에라 온라인은 매년 꾸준하게 ‘킹스퀘스트’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는 매 시리즈마다 꾸준히 어느 정도는 판매량을 보였다는 얘기이다. 물론 혹평을 받은 타이틀도 있었지만, 전체 시리즈를 볼 때 ‘킹스퀘스트’는 전세계 어드벤처게임의 명작으로 손꼽기에 부족함이 없는 게임이다. 역대 ‘킹스 퀘스트’시리즈를 보면 다음과 같다.

킹스 퀘스트 1 (1984)
킹스 퀘스트 2 (1985)
킹스 퀘스트 3 (1986)
킹스 퀘스트 4 (1988)
킹스 퀘스트 5 (1990)
킹스 퀘스트 6 (1992)
킹스 퀘스트 7 (1994)
킹스 퀘스트 8 (1998) 
킹스 퀘스트: 유어 레거시 어웨이츠(King’s Quest: Your Legacy Awaits, 2015)

팬들의 시리즈 개발에 대한 요청이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지만, ‘킹스퀘스트’는 1998년을 정점을 찍은 후 시에라 온라인이 해체되면서 한동안 명맥이 끊겼다. 그러다가 16년이나 지난 비교적 최근(2015년)에서야 새로운 시리즈를 내놓았다. 

이미 출시된 초기의 고전 게임들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도 했는데, 출시한지 거의 40년이 다 되가는 고전게임이다보니 아무리 세월의 흐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그래픽 수준에서 실망을 안길 수 밖에 없었다. 반가운 소식은 새로운 스타일의 그래픽을 입힌 최신 고전게임(?)으로 부활을 했다는 점이다. 새로운 그래픽을 입히는 작업은 AGD Interactive라는 회사에서 진행했다.

[King’s Quest I (AGD Interactive))]
(이미지: http://www.agdinteractive.com/games/kq1/about/about.html)

 
‘킹스퀘스트’ 시리즈 1, 2, 3편 리뉴얼을 맡은 AGD Interactive는 주로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 어드벤처게임들의 복원 작업을 한다. 시에라 온라인은 자사 게임들의 리뉴얼 작업에 대해 팬 라이선스를 부여하는데, AGD Interactive는 복원 작업에 대한 팬 라이선스를 부여받은 비영리 회사로서 ‘킹스 퀘스트’ 초기 시리즈를 멋지게 리뉴얼했다. 

AGD Interactive 홈페이지에 가보면 ‘킹스퀘스트’ 1편부터 3편까지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현재 기준으로는 상당히 떨어지는 그래픽으로 보일지 몰라도, 4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훌륭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그래픽만 리뉴얼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상당 분량의 음성이나 음악도 추가돼 있다.
 

[King’s Quest I (AGD Interactive)]
(이미지: http://www.agdinteractive.com/games/kq1/download/download.html)


2001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고전 게임의 복각(리메이크)으로 유명하지만, 그 중에서도 ‘킹스퀘스트’ 시리즈의 복원으로 유명해졌다. 아직도 이 게임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팬들이 많아서 앞으로 또 다른 이야기가 진행 될 가능성도 있을 법 한데, 그전에 아직 한 번도 이 게임을 해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리뉴얼된 AGD Interactive 버전으로 즐겨도 좋을 듯 하다. 아마도 고전 명작 어드벤처게임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될 듯 하다.

[King’s Quest III 복원 작업 전]

 

[King’s Quest III 복원 작업 후]

  
 
■ 왕을 찾아라! 이야기의 시작

‘킹스퀘스트’ 1편에서 주인공 ‘그라함’은 다벤트리 왕국에서 가장 용맹한 기사로 설정돼 있다. 그라함은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왕국의 에드워드 왕의 부름을 받고, 난데없이 오래 전에 잃어버린 보물을 찾아오라는 명령을 받는다. 보물을 찾아 떠나는 여정 중에 엘프도 만나고, 트롤도 만나고, 마녀도 만나고, 용도 만나고, 드워프도 만나고, 거인도 만나고, 가난한 농부도 만나고, 커다란 독수리도 만나고, 거대 생쥐도 만나고, 난쟁이 경비병도 만나게 된다. 

거의 판타지 세계관에 나오는 웬만한 생명체들은 다 만나면서 그렇게 온갖 고초를 다 겪고 왕궁에 돌아와 다시 왕을 만나게 된다. 그라함은 왕에게 잃어버린 보물 세 가지(마법의 거울, 마법의 방패, 마법의 상자)를 보여주지만, 늙고 힘 없는 왕은 기다림에 지쳐 결국 쓰러지고 왕의 자리를 그라함에게 물려준다. 속세인들로부터 ‘왕의 자리를 거저 먹었다’고 비난(?)받는 그라함의 보물 찾기 여행기가 시리즈 1편의 내용이다.

[King’s Quest I (AGD Interactive)]
(내가 왕이라니?)

 
줄거리를 요약하니 참으로 간단한 내용 같지만 실제로 게임 진행은 쉽지 않다. ‘킹스퀘스트’를 하다 보면 처음 시작하자마자 엔딩(죽음의 엔딩)을 볼 수도 있는데,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성문 앞에 있는 늪에 빠지면 독사들이 달려와서 바로 사후세계를 영접할 수 있게 해준다.

원래 죽음이라는 것은 늘 도처에 만연한 것이지만, 루카스아츠의 ‘원숭이섬의비밀’ 같은 게임을 먼저 해본 분들이라면 ‘어? 원래 어드벤처게임에서 주인공이 죽는 거였어?’하고 놀랄 수 있다. ‘원숭이섬의비밀’의 주인공 ‘가이브러시’는 절대 죽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도 ‘킹스퀘스트’를 만만히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성문 앞 늪에 걸어 들어갔다가 바로 죽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영화 ‘구니스’ (1985)]
(이미지: https://www.amazon.com/Goonies-Sean-Astin/dp/B004ADH1RI)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 ‘구니스’나 ‘네버엔딩스토리’를 봐도 주인공들이 죽는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고, 그 당시에 거의 모든 영화는 주인공이 죽는 경우가 별로 없다(최근 영화도 주인공이 죽는 영화 보다는 끝까지 살아있는 영화가 더 많다). 영화와는 달리 이 게임을 하다 보면 실제로 죽을 일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당시에는 영화나 게임에 판타지가 참 많았으나, 최근에는 주로 미래잔혹사 같은 얘기가 더 많은 것 같아서 필자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안타깝다. 물론 SF나 극사실주의의 콘텐츠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상에서도 충분히 겪고 있는 시달림을 굳이 영상으로까지 전달받아야 하나 싶은 생각에 추억의 고전 게임들을 자주 해보곤 한다.

일종의 현실도피 같지만, 확실히 그 시절에는 지금보다 더 평화롭고 즐거움이 가득한 어찌 보면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세상들이 많았다. ‘킹스퀘스트’ 역시 게임의 내용은 고달프고 힘들지만, 결국 큰 줄기는 현실 세계의 막막하고 고달픔을 경험해 보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희망과 환상의 세계에서 꿈을 펼쳐 보이는 이야기다. 아마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영화 ‘네버엔딩스토리’ (1984)]

 
하지만, 그것도 쉽게 주고 싶지는 않았는지 게임 도중에 뭔가 하나 집어 보거나 아무데나 길을 가려고 하다 보면 바로 죽음에 직면하게 된다. 계속되는 죽음에 ‘이거 이렇게 하다가 또 죽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 신중함을 배우게 된다. 그래도 죽음의 장면을 잔인하게 묘사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 게임은 죽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서 왕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이기에,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주어진 이야기를 즐기면 된다.
  
시리즈 2편에 가면 1편의 주인공이자 왕의 자리를 거저 먹은 그라함 왕의 혼인문제를 다룬다. 그라함은 왕이 되어 왕국은 가졌으나, 평생을 같이 할 여자는 없었다. 뭔가 쓸쓸해 보이는 왕을 안타깝게 여긴 ‘가베인(Gervain)’이라는 신하가 혼인을 제의하자, 1편에서 구한 마법의 거울로 결혼 대상자를 슬쩍 엿보고 바로 배를 준비해서 그녀를 맞이하러 떠난다. 

그렇게 또 빨간 망토도 만나고, 도둑놈 드워프도 만나고, 호박도 만나고, 백조도 만나고, 큰 바위 얼굴도 만나고, 인어공주도 만나고, 해마를 타고 용왕도 만나고, 해골도 만나고, 또 마녀를 만나고, 페가수스 같은 말도 만나고, 만나다 만나다 구름의 영혼까지 만나고, 늑대(늑대인간)도 만나고, 뱀파이어도 만난다. 왕이 되고 좀 편하게 사나 했더니 그렇게 또 온갖 고생을 해서 왕비가 될 미래의 부인 ‘밸라니스’를 찾아가게 되는 본격 왕의 결혼 여정기가 시리즈 2편의 내용이다. 여기서도 온갖 곳에 죽음이 도사리고 있으니 함부로 물건을 만지거나 아무데나 발을 들여놓으면 안된다.

시리즈 3편은 주인공 가족들의 상봉기를 다루고 있는데, 그 눈물나는 스토리는 여러분이 직접 경험해 보기를 바란다. 1편 2편에 비해 퍼즐 같은 요소의 난이도가 높아진 느낌이 있지만, 어찌됐든 죽다 살다 죽다 살다를 반복하다 보면 세상의 이치를 깨우치게 될 것이다.

■ 필자의 잡소리

[Industry Icon Award: Ken & Roberta Williams – Sierra Online Games]
(이미지: https://geeksleeprinserepeat.com/)

 
시에라 온라인은 역사에 남을 명작 게임들을 만들어 냈지만, 결국 지금은 큰 힘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지만, 이것은 급박하게 변하는 세상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한 기업들이 겪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시에라 온라인은 명작 어드벤처게임들을 만들어냈지만, 너무 한 장르에 몰두하다 보니 게이머들의 취향과 여러 가지 상황이 변한 시점에서 맥을 못 추고 그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최근에는 다시 한 번 힘을 쓰려는 것 같지만,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그 뚝심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아직까지도 다음 시리즈를 기다리는 많은 팬들을 위해 꿈 같은 판타지 세계의 동화 이야기를 계속 들려주었으면 한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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