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방 사업 선두주자 VR플러스 황명중 대표, 1년을 되돌아보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 VR방 VR플러스 쇼룸이 오픈한지 1년 남짓의 시간이 흘렀다. VR플러스가 대중에 모습을 드러낸 지난해 7월은 VR(가상현실)산업이 미래의 먹거리로 한참 주목받을 시기였고, 당시 한국 최초의 VR방이 문을 연다는 소식은 큰 관심사였다. 오픈 첫날 쇼룸은 방문객들과 취재하러 온 기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일각에는 걱정도 많았다. VR산업이 무르익으려면 최소 몇 년이 필요한데,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지금 비전만 보고 섣불리 뛰어드는 건 부나방과 같다는 이야기다. 좀 더 사업성을 따져 봐도 늦지 않는다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었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우려 속에 VR플러스는 첫 삽을 떴다. 그리고 보란듯이 살아남았다. 1년여 뒤인 2017년 9월, VR플러스 쇼룸은 오픈 첫날만큼 북적이진 않았지만 여전히 활기가 넘쳤다. 그 사이 강남 쇼룸 이외에도 부산 남포동, 강원도 원주, 전남 광주 등 주요 거점 도시에 수십개 지점이 생겼다. 콘텐츠 개발사와 소프트웨어 개발사도 자회사로 맞아들였다. VR플러스의 VR방 프랜차이즈 사업은 1년간 꾸준히 성장했고, 지금도 성장하는 중이다.

황 대표는 지난 1년이 참 빨리 지나갔다고 했다. 전에 없던 시장을 맨땅에서 만들어내려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시장 파이는 직접 키워야했고, 참고할만한 롤모델도 없었다. 먼저 사업 방향을 명확하게 잡는 것부터 필요했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우리 나름대로 열심히 진행해왔다고 자부한다”는 황명중 VR플러스 대표를 만나 1년을 보낸 소회와 앞으로의 각오를 들어봤다.

■ 우여곡절 1년… 자체평가는 ‘만족’

황 대표가 사업 초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유통망이었다. 킬러콘텐츠 확보는 그 다음이었다. 유통망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콘텐츠도 선보일 수 없고, 데이터를 활용한 R&D를 할 수도 없다는 판단이 섰다. 런처 및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인수한 것도 콘텐츠 플랫폼을 갖추기 위해 서다. 그는 “처음에 유통망을 제대로 확장해놓아야 앞으로 추진할 관련 비즈니스들도 순조로워진다”며 “자체평가를 하자면, 지금까지는 잘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통망을 확보한 후에는 VR방 사업의 시장성을 알아보기 위해 전국을 다섯번이나 돌았다. 그리고 가맹점을 신중하게 늘려나갔다. 8월 기준 VR플러스의 전국 지점 수는 약 25여개. 그는 “지점을 더 많이 오픈할 수 있었지만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며 “가맹점주들의 수익구조를 만드는 게 우선순위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맹점들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부분이 완벽하게 해결되어야 했다. 하지만 한국에는 VR방과 관련된 법조항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기존의 청소년게임 제공업과 복합유통게임 제공업으로 절차를 밟았다. 이 과정에서 파티션이나 소방법 등 일부분에서 해석이 분분했는데, 다행히 얼마전 VR에 맞게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조금 개정됐다. 그는 “이 과정에서 VR플러스가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며 “정말 많이 노력했다”고 웃었다.

글로벌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1년간 북미, 중동, 두바이, 태국, 베트남 등 20여개국을 바쁘게 뛰어다녔다. 다른 나라의 VR산업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 사업을 잘 다듬은 후에는 글로벌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VR방은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해외쪽에서의 니즈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해외와 관련된)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1년이었지만 지나고나니 감사한 것이 많다고 했다. “한국 최초로 VR 공간 비즈니스를 진행하다보니 VR관련 하드웨어와 콘텐츠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자의반타의반 맡게 됐다. 그래서 많은 관련 업체들이 응원을 보내주신다. 또 광고 마케팅을 크게 집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알아봐 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정말 감사하다.”

 

■ 재방문율 30% 유지 비결은 경쟁심 자극

1년 전에 비해 강남의 VR플러스 쇼룸도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가장 큰 변화는 방송인 장동민의 합류다. 지난 7월 VR플러스 본사의 마케팅 담당 이사로 영입된 장동민은 강남 쇼룸 운영도 도맡았다. 그 덕분에 쇼룸이 방송에 노출되는 횟수가 많아졌다. 장동민의 소개로 온 많은 연예인들이 VR방 체험담을 SNS에 올리고, 이를 보고 팬들이 찾아오면서 VR플러스는 기대 이상의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인터뷰 내내 황 대표는 장동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게임 전반에 대한 관심도가 굉장히 높고, 방송에서 비춰진 모습처럼 실제로도 매우 똑똑하다는 것. 그는 “장동민 이사가 한국 VR산업을 확장하는데 일조하고 싶다며 우리쪽에 먼저 연락을 해왔다”며 “PC방 사업을 해 본 경험도 많고, VR에 대한 비전도 갖고 있어서 쇼룸 운영을 직접 맡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VR방 구조도 바뀌었다. 휴게공간은 줄어들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은 늘어났다. 원래 유통업에서는 고객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많이 확보하는 편이 좋지만, VR방 사업은 초기인만큼 최대한 많은 콘텐츠를 보여주는 쪽이 낫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특히 공간이 협소한 지방 가맹점의 경우 콘텐츠 공간을 촘촘히 배치했다.

일반적으로 VR방은 재방문율이 현저하게 낮다는 고질적인 문제점에 시달리고 있다. 처음에는 신기하다며 찾는 사람이 많지만, 같은 콘텐츠를 두번 세번 즐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 그러나 VR플러스의 재방문율은 약 30%로,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재방문율을 높게 유지하는 비결을 물었다. 그러자 황 대표는 고객들의 경쟁심을 자극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예를 들어 레이싱게임의 경우 둘이 나란히 앉아서 승부를 펼칠 수 있도록 어트랙션 두대를 배치한다고 했다. 또 하나는 높은 기록을 세운 고객에게 포인트나 선물을 증정하는 이벤트다. 실제로 강남 쇼룸에는 게임마다 1등부터 5등까지 순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황 대표는 “각종 동기부여를 통해 고객들의 재방문을 유도하고 있다”며 “올해 목표는 재방문율 30%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오픈한 강원도 원주점은 VR플러스 가맹점을 통틀어 가장 핫플레이스 중 하나로 꼽힌다. 60평 미만의 소규모 공간이지만 주중 일매출이 130만~150만원, 주말 일매출은 200만~300만원 가량 나온다. 황 대표는 “저도 의외였다”며 “놀이문화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의 매출이 더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수도권 상권은 층수에 민감해서 3층 미만에 가맹점을 잡지만, 지방 상권에서는 4층, 5층, 6층에 자리잡아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고객층은 20대에서 40대까지 고른 편이다. 20대는 데이트 코스로, 40대는 가족 나들이로 많이 찾는다. 특히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자 하는 욕망이 큰 30대 남성들이 강세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 연말까지 60호점 오픈… 교육 콘텐츠로 글로벌 진출

황 대표는 VR방 사업을 쉽게 생각하고 뛰어드는 일부 후발주자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을 무시하고 당장의 이익만 생각해서 문어발식으로 가맹점을 늘리다가는 산업 전체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지금은 경쟁할 때가 아니라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경쟁사보다는 상생하는 파트너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VR플러스는 올해 연말까지 60호점을 오픈하고, 콘텐츠 영역을 게임에서 교육으로 확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교육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서 글로벌에 배급한다는 계획이다. 교육 콘텐츠는 관광,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 다른 영역과도 맞닿아 있어 가능성이 높다는 것. 황 대표는 “VR플러스 덕분에 VR산업에 희망이 보인다는 말을 들을 때 힘이 난다”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우리의 갈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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