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 2차 CBT 체험기… 화려한 연출에 압도

“가장 자신없는 부분부터 차례로 공개하겠다.”

지난해 ‘로스트아크’ 1차 CBT를 앞두고 기자간담회에서 지원길 스마일게이트 알피지 대표가 한 말이다. ‘로스트아크’의 CBT는 총 4번에 걸쳐 이뤄지는데, 후반부 CBT에 추가되는 콘텐츠들이 더 재미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화제몰이를 위해 맛있는 것부터 먼저 내놓는 여타 온라인게임과는 다른 행보다. 온라인게임 유저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로스트아크’기에 할 수 있는 자신감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어진 1차 CBT에서 ‘로스트아크’는 갓겜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게임 초반 몰입감 넘치는 스토리텔링과 그것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화려한 연출은 지금껏 나온 온라인 MMORPG 중 최고였다. 여기에 수려한 그래픽, 수준급의 타격감, 촘촘한 레벨 디자인이 더해지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가장 자신없는 부분이 이 정도라니, 도대체 자신있는 부분은 얼마나 대단하다는 말일까. 1차 CBT를 체험하고 나서 2차 CBT에 대한 기대감은 수직상승했다.

그로부터 약 1년, 오랜 기다림 끝에 지난 9월 15일 ‘로스트아크’의 2차 CBT가 진행됐다. 생각보다 많이 늦어진 일정이었지만 불평보다는 기대가 더 컸다. 그만큼 더 완성도가 높아졌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신규 클래스, 신규 던전, 신규 지역이 추가됐으며, 특히 ‘항해’라는 새로운 콘텐츠가 모습을 드러냈다. 설레는 마음으로 2차 CBT에 참여해봤다.

스토리텔링과 연출은 명불허전

1차 CBT의 백미는 1인 시나리오 인스턴스 던전인 ‘영광의벽’이었다. 이 던전에서 유저들은 왕에 반기를 든 실리안 왕자를 도와 루테란 성을 공격하게 된다. 수많은 병사들과 공성무기들이 등장하고, 적을 쓰러트리며 조금씩 왕궁을 향해 전진하는 과정에서 개발진들이 영혼을 갈아넣어 만든 것 같은 화려한 연출이 숨가쁘게 이어진다. 마치 드라마 ‘왕좌의게임’을 보는 것 같아 감탄을 자아낸다.

‘영광의벽’은 1차 CBT에서 이미 공개된 콘텐츠지만, 2차 CBT에서도 여전히 환상적이다. 또 해도 재미있다. 사실 세번 네번 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1차 CBT에서 탈락한 탓에 이번에 ‘영광의벽’을 처음 경험한 유저들은 여기서 일단 넋을 잃는다. 매일 채팅창에 올라오는 ‘영광의벽’ 체험담은 호평 일색이었다.

‘영광의벽’이 워낙 압도적인 연출을 보여줬기에, 솔직히 말해서 그 이후 ‘로스트아크’가 더 보여줄 수 있는 연출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영광의벽’ 이후에 이어지는 인스턴스 던전 ‘왕의무덤’은 던전 연출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특히 최종보스인 ‘자간’과의 전투는 연출의 끝판왕이다. ‘자간’이 유저들이 서 있는 성벽을 차례로 무너트리며 쫓아올 때는 긴장감에 심장이 쫄깃해지고, 압도적인 덩치로 브레스를 뿜을 때는 그 위엄에 압도된다.

이후 이어지는 시나리오 ‘광기의축제’도 ‘영광의벽’을 넘어서는 연출을 보여준다. ‘영광의벽’이 ‘왕좌의게임’이라면 ‘광기의축제’는 ‘반지의제왕’에 비견할만 하다. 이토록 멋진 연출의 연속이라니, 개발진들이 미친 것 같다.

‘광기의축제’를 마무리하면 그동안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맹활약했던 NPC인 아만 사제와도 당분간 작별하게 된다. 자세한 스토리를 스포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얄미웠던 아만이 조금 달리 보이는 전개가 이어진다. 꽤 오글거릴법한 스토리인데 개발진의 미친 연출 덕에 감동까지 느껴진다. 그동안 아만은 유저들이 보스몬스터를 다 쓰러트리고 나서야 등장해 숟가락을 얹는 행태를 반복해왔는데, 유저들 사이에서는 ‘막타충’이라는 비난(?)에 시달려온 바 있다.

가능성 보여준 ‘항해’, 후반 지역은 더 다듬어야

루테란 지역에서의 대장정이 끝나면 주무대는 새로운 지역인 토토이크 지역과 창천 지역으로 넘어간다. 이 과정에서 2차 CBT의 새로운 콘텐츠인 ‘항해’가 베일을 벗는다. 메인스토리를 진행하다보면 미모의 여해적을 돕게 되는데, 퀘스트를 마치면 여해적이 정말 쿨하게 배 한척을 선물로 준다. 유저는 선장이 되고, 각종 강화효과를 주는 선원을 수집해 배를 타고 망망대해로 나가게 된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항해’는 아직까지는 미완성이라는 느낌을 준다. 유저들이 해양콘텐츠에서 으레 기대하는 무역이나 해상전은 아쉽게도 구현되지 않았다. 바다에서 보물을 인양하거나 미지의 섬을 탐험하는 정도다. 콘텐츠 확장 가능성에서는 높이 평가할만 하지만, ‘항해’가 메인콘텐츠 중 하나가 되려면 좀 더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 다음 CBT를 기대한다.

토토이크 지역과 창천 지역의 레벨 디자인은 아쉽다. 루테란 지역은 촘촘한 퀘스트로 유저들을 초반에 꽉 붙잡았는데, 이 지역들의 퀘스트 라인은 다소 늘어진다. 동선은 지나치게 불편하고, 퀘스트 내용은 단순 반복 작업이다. 레벨업을 위해 참고 넘겨야 하는 구간이다. 루테란 지역에서 줄곧 갓겜을 외쳐온 유저들도 새 지역에서는 지루하다며 조금씩 불평을 터트리기도 한다.

신규 인스턴스 던전인 ‘크라테르의 심장’은 아쉽게도 체험하지 못했다. 그러나 유저들 사이에서는 화려한 연출과 더불어 이전 던전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패턴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새로운 시스템 추가로 더욱 풍부해진 콘텐츠

2차 CBT에는 ‘항해’ 이외에도 다른 게임에 등장해 호평받았던 콘텐츠들이 대거 추가됐다. 필드에서 갑자기 시작되는 돌발 퀘스트와 NPC들의 호감도를 올리는 시스템이 그것이다. 돌발 퀘스트의 경우 제법 짭짤한 경험치를 주기 때문에 레벨업 과정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또 NPC 호감도 시스템의 경우 아직 완전히 구현되지는 않았지만, 향후에 어떤 NPC의 호감도를 올리느냐에 따라 아이템을 추가로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CBT를 진행하면서 만난 한 NPC는 유달리 화려한 미모를 자랑했는데, 선물과 노래 공세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비호감으로 찍혀 괜히 서운했다.

필드나 던전의 주요 몬스터를 잡으면 얻을 수 있는 카드도 추가됐다. 다만 용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최근 모바일 MMORPG들에서 카드를 수집하고 덱을 구성해 강화효과를 얻는 시스템이 비즈니스모델(BM)로 각광받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것이 아닐지 짐작해본다.

1차 CBT에서 많은 사람들이 요청했던 스킬캔슬 시스템은 이번에도 추가되지 않았다. 일단 스킬을 시전하기 시작하면 모든 동작이 끝날 때까지 멈출 수 없다. 이 때문에 보스몬스터의 공격 패턴을 파악하고도 피하지 못하거나, 콘트롤을 포기하고 맞으면서 물약의 힘으로만 때려잡는 플레이가 자주 발생한다.

일각에서는 자유도가 지나치게 낮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퀘스트 라인은 선형적으로 진행되며, 유저들은 개발진이 정해놓은 가이드 라인 안에서만 놀게 된다. 초기 온라인 MMO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성인데, 자유도 높은 샌드박스형 게임에 익숙한 요즘 유저들한테도 통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열흘간 진행된 ‘로스트아크’ 2차 CBT는 유저들의 폭발적인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1차 CBT와 마찬가지로 게임방송 스트리머들과 테스트에 참가한 유저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특히 ‘로스트아크’의 최대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과 연출은 만점을 받아도 아깝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항해’와 신규 지역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로스트아크’는 앞으로 두번의 CBT를 남겨두고 있다. 이정도면 충분하니 빨리 정식서비스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좀 더 다듬어서 완벽한 갓겜으로 나왔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어찌됐든 ‘로스트아크’가 현재 개발중인 온라인게임 중 가장 기대되는 작품이라는 생각만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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