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게임들 게진법 테두리 벗어나며 활개…국내 게임사 이중고

[유료 재화 거래소가 포함된 모바일게임 ‘반지’]

최근 일부 중국 모바일 게임들이 국내에서 게임 규제를 교묘히 벗어나 서비스를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드(THAAD) 배치 영향으로 한국 게임의 중국 신규 진출이 막힌 가운데, 한국 게임사들은 국내 시장에서도 중국 게임에 밀리는 처지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중국산 모바일 게임들은 지난 2월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을 받았으나, 7개월 이상 아무런 제약 없이 서비스가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게임들은 구글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등 앱 마켓에서 12세 이용가로 버젓이 등록돼 있다.

그에 앞선 사례도 있다. 특정 중국산 게임은 유혈이 낭자하고, 거래소 콘텐츠 때문에 폭력성, 사행성 등의 사유로 청소년이용불가 결정을 게임위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청불 등급분류 결정을 받고도 애플 앱스토어에서 12세 이용가로 1년 이상 서비스를 지속해왔다.

이는 등급분류를 받은 해외 게임에 대한 사후관리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위는 한국 게임사들에게는 철저한 등급분류 준수를 요구해, 일각에서는 한국 게임사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게임위는 청소년 유해매체물인 아이템 거래 중개사이트를 모사했다는 이유로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을 비롯해 13종을 청소년이용불가로 분류했다. 이로 인해 당시 출시를 앞뒀던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도 거래소 콘텐츠 때문에 혼란을 겪었다.

당시 여명숙 게임위 위원장은 “어떤 경우에도 사행성은 비즈니스모델이 될 수 없다”며 “사후관리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여 사행성 등 유해콘텐츠로부터 청소년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넷마블은 ‘리니지2 레볼루션’의 거래소 콘텐츠를 닫고, 새로운 버전으로 시장에 내놓았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을 12세 이용가와 성인용 버전이라는 형태로 게임을 내놨다. 웹젠의 ‘뮤오리진’ 역시 거래소가 포함된 성인용 버전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중국산 게임은 거래소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어도 12세 이용가로 서비스됐다. 지난 4월에 출시한 이엔피게임즈의 모바일게임 ‘반지’의 경우 게임 내 유료 재화를 사용하는 거래소가 포함돼 있고, 일정한 레벨에 도달해야 거래소가 노출된다. 얼핏 보아서는 게임 내 거래소 콘텐츠가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

덕분에 ‘반지’는 거래소 콘텐츠가 있음에도 12세 이용가로 5개월이 넘도록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다. 한때 구글플레이 최고매출 5위에까지 올랐다. 이런 사례는 중국산 MMORPG 장르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하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지’를 서비스하는 이엔피게임즈는 “이 게임은 게임위로부터 등급분류를 받지 않았다”며 “등급분류 문제의 소지가 있는 거래소 콘텐츠를 수정하고 있다. 개발사가 중국에 존재해 시간적으로 지체되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은 사드 배치가 한중간 외교적 사태로 비화되자, 한국산 게임에 대해 신규 판호를 내주지 않고 있다. 상반기 광전총국이 비준한 판호는 총 5145건이며, 한국산 게임은 불과 6종(0.11%)에 그쳤다. 사실상 한국 신작 게임의 중국 수출은 잠정 중단 상태다.

그에 비해 중국에서 개발된 게임들은 아무런 제약 없이 한국으로 쏟아지는 실정이다. 10일 기준 구글플레이 최고매출 20위권 이내 7종(35%)이 중국산이다. 한 중소 게임사 대표는 “중국 게임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쿼터제와 같은 방법을 시행해서 한국 중소 게임사를 보호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의 ‘큐라레: 마법도서관’에 대한 등급분류 논란이 벌어지면서, 개발자들이 게임물관리위원회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진석 문화체육관광부 사무관은 “등급분류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독립성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심의 규정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가 제기되면 관련 법안 개정 시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연간 등급분류 되는 게임물이 56만 건에 달한다. 문체부에서도 사후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 추경에서도 사후관리 예산을 배정했으며, 내년 예산에서도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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