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이어 모바일에서도 ‘모에’, 핵심 콘텐츠로 급부상

[엘린의 모에가 눈길을 끄는 테라M 트레일러 이미지]

‘모에’ 콘텐츠가 온라인게임을 너머 모바일게임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온라인에 이어 모바일 MMORPG 장르에서도 모에 콘텐츠가 포함된 게임들이 출시를 기다리는 중이다.

모에는 일본어로 ‘싹트다’, ‘불타 오르다’라는 뜻을 지녔다. 하지만 ‘재페니메이션(일본과 애니메이션 합성어)’과 비디오 게임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대한 사랑이나 호감을 표현하는 것을 통칭한다. 속칭 오덕(오타쿠)들을 표현할 때, 모에한 캐릭터와 연관 짓기도 했다.

2D 온라인게임에서 모에 콘텐츠는 많은 게이머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받았다. 그런 모에 콘텐츠에 대한 인기는 2D에서 3D 온라인게임 시대로 접어들면서 더욱 심화됐다. 남성 비율이 높은 온라인게임은 모에 콘텐츠가 하나의 베스트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아이온, 블소 등 온라인게임에서 나타난 모에 콘텐츠

모에 캐릭터는 작고 깜찍한 외형으로 게이머들의 심리를 자극했다. 또 게임 내 PvP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온라인게임에서 모에 콘텐츠의 발달은 엔씨소프트의 ‘아이온(AION)’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천족과 마족으로 나뉘어 혈투를 벌이는 MMORPG ‘아이온’은 커스터마이징에서 캐릭터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초기에는 평범한 스타일의 캐릭터가 다수를 차지했다. 심지어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관심도가 당시에는 높지 않아, 귀찮은 유저들은 디폴트 캐릭터로 플레이 하는 게 비일비재했다.

덕분에 ‘아이온’의 시작 존(zone)은 비슷하게 생긴 캐릭터들이 즐비하게 몰렸다. 마치 영화 ‘A.I’의 한 장면처럼 마구 찍어낸 복제된 캐릭터들이 엎치락 뒤치락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하지만 작고 깜찍한 커스터마이징이 ‘아이온’에 불쑥 나타났고, 모에 콘텐츠가 서서히 각광받기 시작했다.

[모에화를 거친 아이온 캐릭터(이미지=공식 홈페이지)]

‘아이온’을 플레이 하는 유저들은 대부분 캐릭터의 크기를 줄이려 했다. 이는 ‘아이온’이 타기팅 게임이기 때문이다. 클릭이 어려운 작은 캐릭터는 PvP에서 매우 유리했다. 유저들이 직접 체감한 경험의 산물이 빛을 발했다. 덕분에 ‘아이온’의 ‘외형변경권’은 귀엽고 사랑스런 캐릭터로 바꾸려는 유저들에게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모에 콘텐츠는 엔씨소프트의 후속 온라인게임 ‘블레이드앤소울’에서도 이어졌다. 평범한 외형의 진족, 미려한 건족, 강대한 기골의 곤족, 작고 귀여운 린족 중 유저들은 린족을 더욱 선호했다. 세 종족이 공유하는 기공사 직업군의 종족 분포를 보면 대부분 린족이다.

이처럼 온라인게임의 모에 콘텐츠는 음지 속에 감춰진 게이머들의 문화를 양지로 끌어냈다. 크게 성공한 게임일수록 모에 콘텐츠는 쉽게 일반화돼, 단지 오타쿠 문화로 치부하기 어렵도록 만들었다.

[블레이드앤소울 모에한 종족인 린족(이미지=공식 홈페이지)]

‘서브컬쳐’ 모바일게임 시장 태풍

모바일게임에서도 모에 콘텐츠는 인기 요소다. 온라인게임은 각국마다 성향이 다르지만, 한국과 중국, 일본 동아시아 3국 빅마켓에서 공통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모에 콘텐츠다.

중국과 아시아권에서 2억 다운로드를 기록한 ‘음양사’와 소문만으로 마켓 상위권에 진입한 ‘소녀전선’이 대표적이다. ‘음양사’와 ‘소녀전선’은 21일 구글플레이 최고매출 각각 3위와 6위다. 두 게임은 게임성, 스토리 등이 판이하게 다르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귀여운 캐릭터를 포함한 모에 콘텐츠가 있다.

모에 콘텐츠는 ‘메인컬쳐(주요문화)’가 되지 못해, ‘서브컬쳐(하위문화)’라고도 불린다. 그런 모바일게임의 모에 콘텐츠는 취향을 가진 게이머들의 욕구를 제대로 저격했다. 대대적인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성공을 거둔 ‘소녀전선’이 대표적인 사례다.

[총기를 모에화로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반향을 불러일으킨 소녀전선]

‘소녀전선’은 총기를 모에화(미소녀화)를 거쳐 유저들에게 수집욕구를 자극, 풍부한 스토리로 높은 몰입감을 제공했다. 특히 과금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팽배한 ‘돈=강함’ 공식을 깨트려 호평을 받았다. 이는 유저들의 높은 충성도로 곧바로 이어졌다. 공식 카페에는 게임 일러스트를 활용한 2차 창작물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중국 넷이즈가 개발한 카카오의 ‘음양사’도 중화권에서 이미 2억 다운로드를 돌파하는 등 대성공을 거뒀다. 국내 시장에서도 ‘리니지M’, ‘리니지2 레볼루션’에 이어 최고매출 3위에 올라, ‘소녀전선’과 함께 모에 콘텐츠 게임으로 10위권 안에 이름을 나란히 올렸다.

‘음양사’는 일본식 문화 색채가 강한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연출과 독특한 음악, 성우 녹음 등으로 게이머들에게 호평을 얻고 있다. 또 ‘for Kakao’에 대한 유저들의 불안한 심리까지 일거에 해소시키며, 현재 카카오의 최고 매출을 올리는 모바일게임으로 이름을 올렸다.

[음양사의 캐릭터 요도히메]

“종족 비율 9대1” 日 유저들 테라 ‘엘린앓이’

블루홀은 2011년 출시한 온라인게임 ‘테라’의 모에 콘텐츠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논타깃팅 액션 MMORPG를 지향한 ‘테라’는 수인족 ‘엘린’을 넣었다. 사실 ‘엘린’은 초기 기획부터 존재한 완성된 종족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린’은 유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테라’에서 ‘엘린’은 나무에서 열매처럼 태어난다는 설정을 지닌 종족으로, 성장을 멈춘 유아 상체에 하반신만 성인처럼 성장한 외형을 갖고 있다. 작은 외형 덕분에 피격 판정이 적어, 원거리 딜러과 힐러로 각광 받았다. 특히나 ‘엘린’ 창기사의 도발은 므흣한 연출이 비춰져 집에서 플레이 하는 유저들에게 필수 감상 코스다.

온라인게임 ‘테라’는 모에류에 관대한 일본에서 더욱 인기를 얻었다. 주요 캐릭터 비율 중 ‘엘린’이 압도적으로 많아, “일본 테라는 엘린”이라는 우스개소리까지 흘러나왔다. 일본에서 출시한 ‘엘린’ 수영복은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블루홀이 한국에서 출시한 수영복 코스튬의 총합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렸다.

[수영복, 부르마, 메이드복 등 전설의 3신기 세트를 보유한 테라의 엘린]

일본 열도의 엘린앓이는 출판 산업으로도 전파됐다. ‘엘린’은 일본에서 2차 창작물 시장으로 흘러들어, 일러스트부터 동인지에 이르기까지 세계관과 결합한 새로운 콘텐츠를 쏟아냈다. 엘린앓이는 게임과 문화가 결합한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테라’의 ‘엘린’은 온라인을 벗어나 모바일 속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블루홀은 테라를 원작으로 한 모바일 MMORPG ‘테라M’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넷마블이 서비스 예정인 ‘테라M’은 엘린이 원작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만큼, 게임 내 주요 캐릭터이자 핵심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모에 콘텐츠 게임은 연초부터 리니지 IP(지식재산권) 모바일게임이 석권한 시장에서 틈새를 노렸다”며 “동아시아 3국에서 공통적인 모에 콘텐츠는 시장의 확장성을 보더라도 더욱 진화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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