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폴 온라인’으로 글로벌 겨냥한 넥슨지티 개발팀 인터뷰

지난해 여름 넥슨은 뼈아픈 실패를 맛봤다. 몇 년간 공들여 준비해온 신작 FPS게임을 한국에 출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혹평 일색이었고, 결국 86일만에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수백억원을 쏟아부은 초대형 프로젝트였기에 게임업계의 충격은 컸다. 이 여파로 당분간 한국에서는 신작 FPS게임을 보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넥슨은 움츠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공각기동대 온라인’을 북미와 일본에 출시했고, 올해 8월에는 ‘로브레이커즈’의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있다. 우수한 개발자와 유명 IP로 만든 웰메이드 FPS게임으로 글로벌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타이탄폴 온라인’도 글로벌을 겨냥한 넥슨의 FPS게임 라인업 중 하나다. 이 게임은 리스폰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하고 일렉트로닉아츠(EA)가 출시한 콘솔게임 ‘타이탄폴’의 온라인게임 버전이다. 파일럿이 거대 로봇 ‘타이탄’에 탑승해 싸우는 독특한 하이퍼 FPS게임으로, 시리즈 1편과 2편이 각각 수백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인기 게임 반열에 올랐다.

넥슨은 2015년 리스폰엔터테인먼트 및 EA와 온라인게임 개발 계약을 맺고 ‘타이탄폴 온라인’ 개발에 돌입했다. 넥슨이 아시아 지역 퍼블리싱권을 확보했으며, 개발은 넥슨 자회사인 넥슨지티가 맡았다. 넥슨은 지난 4월 테크니컬 테스트를 통해 게임 콘텐츠를 대중에 공개했고, 원작 팬들로부터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었다.

넥슨은 오는 8월 24일부터 3주간 ‘타이탄폴 온라인’의 클로즈베타테스트(CBT)를 실시한다. 테스트가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올해 안에 정식 출시까지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CBT를 앞둔 8월 초, 넥슨 사옥에서 ‘타이탄폴 온라인’ 개발을 지휘한 황선영 넥슨지티 본부장과 오동수 넥슨지티 디렉터를 만나 게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원작에는 없다, 짝을 이루는 ‘배틀메이트’ 시스템 독특

콘솔게임 원작을 온라인게임으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원작의 독특한 재미를 계승하면서도 온라인게임만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황선영 본부장은 “원작 타이탄폴이 대규모 전쟁에 참전한 일개 병사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타이탄폴 온라인은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세상”이라며 “타이탄 또한 단순 병기가 아닌 파일럿의 분신처럼 느껴지도록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주요 파일럿들과 특정 ‘타이탄’이 짝을 이루는 ‘배틀메이트’ 시스템을 만들었다. 물론 파일럿은 모든 ‘타이탄’에 제한 없이 탑승할 수 있지만, ‘배틀메이트’에 탑승할 경우 전용 도색이 적용된 ‘타이탄’을 만나게 된다. 예를 들어 ‘할로우’가 ‘배틀메이트’인 ‘스트라이더’를 만나면 검정색으로 도색된 ‘블랙맘바 스트라이더’가 되고, ‘스타시커’가 ‘오우거’를 만나면 고양이 스킨이 적용된 ‘와일드캣 오우거’가 된다. 원작에는 없는 온라인 버전만의 독특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배틀메이트’로 짝을 맞춘다고 해서 도색 이외의 이득을 얻지는 않는다. 별다른 전용 특수스킬도 없다. 유저들이 게임에 몰입하고 캐릭터에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스토리 설정을 만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유저들이 원할 경우 나중에 관련 콘텐츠가 추가될 수 있다고 황 본부장은 귀띔했다. 그는 “사실 개발팀들도 배틀메이트마다 독특한 색깔과 능력을 갖게 되길 원한다”며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유저들의 호응이 많아진다면 (전용스킬과 같은) 콘텐츠를 확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탄폴 온라인’만의 신규 게임모드도 추가했다. 2인 1조로 벌어지는 경쟁전으로, RPG 요소를 도입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게임 초반에는 ‘이단 점프’도 못할 정도로 능력치가 낮은 상태로 시작하지만, 파일럿을 어떻게 성장시키느냐에 따라 더 높은 ‘쉴드’를 갖게 되거나 더 빨리 ‘타이탄’을 소환할 수 있게 된다. 황 본부장은 “성장과 파밍 요소가 모두 들어가 있는 게임모드”라며 “정식 출시 시점에서 완성도 높은 게임모드로 선보일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계속 튜닝중”이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제한 시간 내 목표 점수를 먼저 달성하는 소모전, 목표 지점에 폭탄을 설치하거나 저지하는 폭파미션, 종료 시점까지 점수를 겨루는 팀 데스매치 등 여타 FPS게임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게임모드들이 제공된다. 다년간 온라인 FPS게임을 성공적으로 서비스해온 넥슨의 노하우가 십분 발휘됐다. 황 본부장은 “원작의 멀티플레이 모드보다 타이탄폴 온라인의 멀티플레이를 더 재미있게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핵심 재미는 동일하지만, 타이탄폴 온라인도 자기 나름의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독특한 재미로 흥행 정조준… 캐릭터 콜라보 가능성도 열려 있어

황 본부장은 지난 테크니컬 테스트 때의 유저 반응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했다. 그는 “사실 원작 팬들의 온라인게임에 대한 시선이 매우 비판적이라는 것을 알기에 걱정을 많이 했다”며 “테스트에 참여한 유저들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고, 정식 출시를 기다려볼만 하다는 반응을 보여서 안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정도 이야기만 들어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웃었다.

‘타이탄폴 온라인’의 성공 가능성도 비교적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오버워치’나 ‘배틀그라운드’ 등이 높은 인기를 끌면서, 견고했던 시장 구도에 신작들이 비집고 들어갈만한 틈새가 생겼다는 것. 황 본부장은 “다양한 게임을 찾는 니즈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좋은 징조”라며 “타이탄폴 온라인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타이탄폴 온라인만의 독특한 재미가 시장에 어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그 시장을 확실히 가져가겠다”고 강조했다.

완성 단계에 이른 ‘타이탄폴 온라인’을 본 원저작권자의 반응은 어땠을까. 황 본부장은 “상당히 만족해 한다”고 전했다. 리스폰엔터테인먼트 및 EA와 정기적으로 미팅하면서 개발 진행 과정을 공유하는데, 협업 과정에서 자유도를 많이 보장해주는 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여자 캐릭터와 타이탄 스킨에 긍정적”이라며 “내친 김에 헬로키티를 씌운 타이탄까지 보여줬더니 그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그렇게 합의(?)를 본 ‘타이탄’이 ‘와일드캣 오우거’다.

넥슨이 보유한 캐릭터와의 콜라보레이션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 하지만 서비스가 안정화되고 신규 파일럿과 ‘타이탄’들이 추가되기 시작하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예정이다. 황 본부장은 “서비스 초반에는 세계관을 확립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라며 “게임 정체성이 확립되고 나서는 유머스러운 콜라보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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