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코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글로벌 히트작, 아이돌 육성게임 ‘아이돌마스터’

게임별곡 시즌2 [남코의 또하나 간판게임‘아이돌마스터’]

■ 본격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

언제나 쏘고 부수는 걸로 유명한 게임들을 만드는 남코에서 만들었다고는 상상하기 힘든 게임이 나왔다(아니, 나온 지 꽤 되었다). 바로 ‘아이돌마스터(THE IDOLM@STER’)’다. 최근에 나온 ‘서머레슨’까지 본다면 그리 신기한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이 게임 출시 당시에는 조금 의아스러울 정도로 ‘소녀소녀’한 게임이었다. 이 ‘아이돌마스터’는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들과도 맞닿아 있다.
 

[THE iDOLM@STER]


‘아이돌마스터’는 현재까지도 많은 시리즈 게임으로 제작됐으며, 애니메이션으로도 당연히 만들어지더니 드라마까지 제작된 인기 프로젝트다. 첫 시리즈의 시작은 2002년 한일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에 시작되었는데, 아케이드판의 등장까지는 3년이 걸렸다. 기존의 남코 스타일에 비해 꽤 오랜 기간을 투자해서 개발된 사례다.

처음 출시되었을 때만 해도 아케이드 센터에서 즐기는 게임치고는 다소 생소한(아니 상당히 생소한) 스타일의 게임으로, 경영과 육성에 중점을 두고 네트워크 기능으로 전국의 아이돌 마스터(PD 또는 기획사 대표)와 경쟁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이 게임은 남코에서 큰 기대를 받지는 못했다. 윗 선에서 할당해 준 팀원 구성 내용만 보더라도 당시에 주 세력이었던 메인 개발자들은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고 거의 대부분 신입이나 경력이 길지 않은 젊은 개발자 위주였다. 팀을 구성한 것만 보아도 회사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투자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근데 대박났다).

어찌됐든 세간의 화제를 끌기에는 충분했고, 이에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회사에서는 본격적으로 콘솔 게임기 버전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리게 된다. 결국 2007년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360’ 버전으로 최초 콘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어느 날 필자가 집에 있을 때였다. 와이프가 게임을 하다가 ‘무슨 밥 먹여주고 재워주고 했더니 가출했다’고 분노하길래 뭔가 하고 봤더니 그게 바로 ‘아이돌마스터’였다. ‘진삼국무쌍’ 류의 풀 베기 게임 취향이었던 와이프가 열심히 붙들고 하는 걸 보면,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남성 게이머 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통하는 무언가 있던 모양이다.
 

[THE IDOLM@STER - ‘남코가 드디어 미쳤다!’]


‘아이돌마스터라는 게임 이름 그대로, 이 게임은 아이돌을 키워내는 내용이다. 원래 일본의 아이돌 문화를 모티브로 하여 개발된 게임이지만, 한국의 아이돌 문화와도 많은 부분이 닮아 있어(양국의 아이돌 문화는 다른 듯 비슷하고 비슷한 듯 다른 점이 상당히 많다) 이 부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친숙해질 수 있다.

또 ‘프로젝트 아이마스(PROJECT IM@S)’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분야로 ‘아이돌마스터’를 확산(확장)시키는데 힘을 쓰고 있다. 지난 편에서 언급했던 ‘에이스 컴뱃’의 기체 도장(DLC) 역시 이 ‘아이마스’의 담당 영역이다. 최근에는 ‘아이돌마스터’ 자체를 ‘아이마스’라 부르기도 한다. 

‘THE IDOLM@STER’에서 멀쩡한 알파벳 ‘A’를 두고 특수문자인 ‘@’를 쓴 이유는 남코의 사장이 적극적으로 개입했기 때문이었다. 아케이드 버전을 출시할 당시에 주력 콘셉트로 내놓은 시스템 중 하나가 네트워크를 통한 게이머간의 경쟁 요소였는데, 네트워크(인터넷)를 사용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게임 이름에 꼭 부여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이메일 주소를 사용할 때 쓰던 ‘@’를 쓰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 주변에 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 보면 대부분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하지도 않고 신경 쓰지도 않는 듯 하다.

[(필자가 좋아하는)모닝구무스메 (モーニング娘 17)]

 
한국에서 아이돌의 의미는 영화배우나 탤런트보다 가수(그래도 노래는 하는)에 가까운데 반해, 일본에서는 가수라기보다는 엔터테이너 정도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다. 엔터테이너는 꼭 노래를 우선시한다기보다는 주로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영화, 그리고 모델 활동까지 미디어 전 방위에 걸쳐 활동한다. 그러다 보니 가창력이 아직은 중요시되는 한국과는 아이돌 문화가 조금 다르다.

■ 일본의 아이돌 문화

[AKB48 (SKE48, NMB48, HKT48, NGT48)]

 
일본의 아이돌 문화는 한국과 다소 다른 양상을 띠는데, 그 중 눈길을 끄는 부분은 주로 떼거리가 많다는 것이다(이것은 최근 한국에도).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 이 중 하나는 뜨겠지”라는 생각보다는(사실 좀 그런 게 있음) 다양한 캐릭터를 팀 내에 배치함으로써 자체적으로도 경쟁을 하라는 뜻이다.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에 부응하는 일본 아이돌은 지극히 합리적이며 소비적인 일본의 문화와도 많이 닮아있다. 그 예로 ‘졸업’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소수 멤버들이 장기간 팀 인기를 독차지하는 구조에서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았나보다. ‘신규 인력 수급을 위한 장수 인력 강제 퇴출’을 보기 좋게 포장해 놓은 것이 바로 ‘졸업’이다. 한국 아이돌 그룹 중 일부도 이 시스템을 따라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대표적인 일본 아이돌 그룹인 AKB48은 철저하게 상업적인 세팅의 아이돌 그룹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모닝구 무스메의 인지도가 시들해질 무렵은 일본의 아이돌 시장에서도 큰 공백기였는데, 그 때 일본 아이돌의 정의에 딱 부합하는 AKB48이 등장했다. 이들은 라디오, 음악방송, 예능 버라이어티, 패션쇼, 잡지, CF, 드라마 영화, 연극, 아침정보방송,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경마방송, 파칭코까지 그야말로 사람이 얼굴을 들이밀 수 있는 곳에는 어디나 등장하며 활동하고 있다. 

일본의 아이돌 문화는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정도로 사실 꽤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특히 1980년대를 일본의 아이돌 황금기로 꼽는다. 필자 역시 이 시기에 활동하던 아이돌을 많이 좋아한다(사심 없음). 마츠다 세이코라던가 나카모리 아니카라던가(진짜 사심 없음).

[마츠다 세이코 - 아아~ 와타시노 고이와~]

 
최근 한국에서도 일본의 아이돌 콘셉트를 전수받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듯하다. 일본의 아이돌은 굳이 가수만 할 것이 아니다 보니 가창력을 필수로 갖추진 않는다. TV 화면 어디라도 나올 수 있으면 나가서 활동한다. 그나마 아직까지는 한국 아이돌 문화에서는 “가창력이 있어야만 가수다”라는 의미가 강해서, 가창력이 제로에 가까운 아이돌 멤버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세간에 떠도는 말로 일본의 아이돌 문화는 ‘성장형’, 한국의 아이돌 문화는 ‘완성형’이라고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에서 아이돌이라 하면 완벽한 가창력이나 무대 안무 등을 선보이기보다는 어딘가 다소 부족한 모습의 노력하는 캐릭터로 포지션이 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그렇다고 일본의 모든 아이돌이 이런 콘셉트로 활동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혹독한 훈련을 통해 땅속에서 8년을 지내고 간신히 땅에 올라와 매미가 되는 것처럼, 긴 연습생 활동으로 실력을 입증받아야만 정식으로 데뷔하는 아이돌이 일반적이다. 


■ 내수용 타이틀에서 글로벌 시장으로의 도약

[발매 1주일 만에 400만 다운로드 돌파!]


이렇게 한국과 일본의 아이돌 문화는 비슷하면서도 상당히 다르고, 한국과 일본을 벗어난 글로벌 시장에서는 또 다르다. 그래서 남코에서는 아이돌 문화를 게임으로 만들려고 계획했을 때, 글로벌 시장을 노리기보다는 철저하게 일본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일본의 아이돌 문화를 참고해 만들었다. 일본 아이돌 문화는 한국보다 오래됐기 때문에, 많은 실패사례를 통해 상당히 구체적이고 체계화 되어 있다. 그리고 익숙한 소재이면서도 많은 팬층을 거느린 큰 시장이기도 한데, 이런 분야를 다룬 게임이 나오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할 정도였다.

일본 아이돌은 각 가정에 TV가 보급된 이후 오래 된 영역에 속하는 분야라 자국(일본)의 문화적 색채가 짙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 남코는 해외 진출을 노리기보다는 철저하게 일본 시장에 더 집중해 ‘아이돌마스터’를 개발했던 것이다. 당연히 일본 내에서는 상당히 반응이 좋았으며, 초기 발매와 더불어 두터운 팬층이 형성됐다. 후속작에 대한 기대치도 상당히 높았다. 게다가 ‘철권’의 개발자이자 총괄 프로듀서인 하라다 카츠히로도 그 수 많은 팬들 중에 한 명일 정도로 일본 내에서 꽤 인기 있는 타이틀로 자리잡게 된다.

[‘철권’의 개발자이자 총괄 프로듀서 - 하라다 카츠히로(原田 勝弘) ]


이렇게 한동안 일본 내수에만 신경 쓰고 잊고 지냈는데 의도치 않게(?) ‘니코마스’ 사태가 터졌다. 이로 인해 ‘아이돌마스터’가 갑자기 글로벌 콘텐츠가 되어 버려 제작사 남코 측에서도 황당해하기도 했다. 결국 돈 냄새 잘 맡기로 유명한 남코였기에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고, 기세를 몰아 그대로 2013년 드디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시작하게 된다.

[아이돌마스터.KR - 꿈을 드림]


결국 드라마 잘 만들기로 유명해진(?) 한국에서 ‘아이돌마스터’ 실사화 프로젝트 드라마까지 제작되기에 이른다(안돼 나의 아이마스). 초기 평가는 상당히 악평 위주였는데, 중반 이후 평가가 다소 누그러지는 듯 하다가 최종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평이라고 전해진다(솔직한 평가는 직접 보신다음 하시기 바란다).

■ 필자의 잡소리

필자 역시 한국의 아이돌 그룹을 굉장히 좋아한다. 한국에서는 아이돌이라는 명칭보다는 ‘K-POP’또는 걸그룹이라는 명칭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아마도 아이돌 자체에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미숙함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무얼 해도 완벽하길 요구하는 한국의 사회적 시스템 특성). 땀 흘리고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열심히 노력하는 그들을 보면 활짝 웃고 있는 모습조차 안쓰러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그래도 트와이스 김다현 짱!).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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