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15일 정식 출시 앞둔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체험기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출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반가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간 일부 게임사들이 리마스터라는 이름으로 보여줬던 각종 행태 때문이었다. 이름은 그럴싸한데 뚜껑을 열어보면 호갱들 주머니를 털어가는 게 목적인 성의없는 재탕, 혹은 추억팔이가 너무 많았다.

엉성한 완성도에 거듭 속는 일이 많아지자, 유저들 사이에서는 오랜만에 등장한 명작 게임의 리메이크 버전이나 후속작을 첫사랑 연인에 빗대는 경우가 많아졌다. 괜히 들쑤셔서 실망만 안기지 말고 좋은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두는 편이 낫다는 뜻이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도 예외는 아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우였다. 블리자드가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시연장에서 만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완벽한 첫사랑의 모습이었다. 화질은 몰라보게 예뻐졌고, 예전에 사랑받았던 고유의 게임 플레이는 그대로였다. 도트로 대강 표현됐던 각종 유닛들이 구석구석 디테일해진 모습이 감탄을 자아낸다. 18년 전 게임이라 선배들이 남겨 놓은 리소스도 거의 없었을텐데, 지난 1년간 열정과 상상력만으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훌륭히 만들어낸 블리자드 클래식게임팀이 정말 열일한 것 같다.

무엇보다 3:4 비율의 스크린이 16:9 와이드스크린 모드로 바뀐 점이 인상적이다. 스크린이 넓어지면서 한눈에 들어오는 정보가 많아졌다. 이전에는 시야 밖으로 밀려났던 유닛과 건물이 리마스터 버전에서는 보이게 됐다는 뜻이다. 정보가 중요한 RTS(실시간전략)게임에서는 엄청난 변화다.

화질은 대폭 업그레이드됐지만 이질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드라군과 골리앗의 멍청한 길찾기 인공지능(AI)도 그대로다. 게임 중에 F5키를 누를 때마다 오리지널 버전의 화면과 리마스터 버전의 화면이 교대로 바뀌는데, 결국은 리마스터 버전으로 고정하게 된다. 실제로 시연에 참가했던 프로게이머들 중 그래픽 변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의 완성도는 높다. 하지만 상업적 성공을 예견하기에는 불안요소가 남아 있다. 첫번째 이유는 RTS게임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 대세는 ‘리그오브레전드’나 ‘왕자영요’와 같은 MOBA게임이다. 젊은 세대는 수많은 단축키와 테크트리를 외워야 하는 복잡한 RTS게임을 즐기지 않는다. 블리자드 경영진에서도 RTS게임 장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 바 있다.

두번째 이유는 온라인게임에서는 아직 리마스터 버전의 성공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를 굳이 꼽자면 ‘서든어택’의 리마스터 버전이나 다름 없는 ‘서든어택2’가 있는데,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그래픽만 업그레이드해서는 온라인게임 유저들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얻어내기 힘든데,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가 첫 사례가 될 지 지켜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가 기대되는 이유는 상업적으로 실패한다고 해도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디아블로2’, ‘워크래프트3’의 리마스터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블리자드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는 없지만, 블리자드 클래식게임팀 채용 페이지에서는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명시해 놓았다. 피트 스틸웰 선임 프로듀서 역시 “이것(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이 출시되고 난 후에 다른 게임들도 살펴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한국시간으로 오는 8월 15일 1만6500원에 출시될 예정이다.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폴란드어, 러시아어, 일본어, 중국어(간체, 번체) 등 다양한 언어로 현지화해 선보인다. 특히 전 세계 유일하게 한국에서는 7월 30일부터 블리자드 가맹 PC방에서 누구나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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