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승자는 없다… ‘버파’의 몰락, ‘철권’의 역전

게임별곡 시즌2 [남코의 ‘철권’- 1편]

■ 아류에서 일류로 거듭나다

전편에서 ‘버추어 파이터(이하 버파)’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알아봤는데, ‘버파’를 얘기하면 또 ‘버파’에 맞서 꾸준한 신작출시와 현재까지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철권(태켄)’얘기를 빠트릴 수 없다. 

[남코(NAMCO) 초기 로고]

 

지금이야 전 세계 대전액션게임 시장을 석권한 자타공인 1등 강자이지만, ‘철권’은 ‘버파’가 먼저 출시하는 바람에 세간에서 ‘짝퉁 버파’라느니 베끼기라느니 혹평이란 혹평은 다 들으면서 출발한 ‘아류작’에 불과한 게임이었다. 이렇게 아류작이라는 혹평을 들어가면서 불철주야 상대진영을 따라잡기 위해 각고의 노력 끝에 정상에 선 드라마틱한 게임이다(라고 쓰긴 했는데, 사실 그렇게 드라마틱까지 하진 않았던 것 같다). ‘버파’가 사실주의에 집중하면서 신규 유저 진입을 차단함과 동시에 기존 유저의 이탈을 불러오는 동안, ‘철권’은 그 이탈한 유저들을 쭉쭉 다 빨아들였다.

[남코(NAMCO) + 반다이(BANDAI) 합병 이후 로고]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심히 창대하게 된 ‘철권’이라는 게임을 만든 회사는 남코(NAMCO)라는 회사다. 그냥 들으면 괜찮은 이름 같지만, 사실 회사 이름의 뜻을 알고 나면 한국 사람들 중에는 입가에 웃음을 띄우는 사람도 있다. 1955년 ‘나카무라 마사야(中村雅哉)’라는 사람이 ‘나카무라제조(Nakamura Manufacturing)’라는 회사를 세운 것이 시초이며, 그 후로 3년 뒤인 1958년 ‘나카무라 제조회사(Nakamura Manufacturing Company)’로 회사 이름을 바꾸고, 회사 이름이 너무 길어 알파벳 앞 글자만을 따서 남코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

한국에서는 오래 전 코미디 프로그램 등에서 일본인의 이름을 작명할 때 주로 ‘나카무라’라는 이름으로 우스꽝스럽게 캐릭터를 표현한 적이 있었다(외교적인 마찰을 고려해서인지 요즘에는 잘 안 하는 것 같다).

[최근 출시한 ‘철권(태켄) 7’]

 

아무튼 ‘나카무라 공작소’라는 뭔가 의아한(?) 이름과는 다르게 ‘철권’은 한국의 오락실 대전액션게임을 평정했다. 하지만, 처음 아류작이라는 혹평을 들었을 때만 해도 남코 회사 내부에서는 ‘설마 우리가 세가(SEGA)의 버파를 이길 수 있을까?’하는 마음도 있었던 모양이다. 애초에 개발기간도 10개월 남짓(그런데 따지고 보면 버파 시리즈도 대개 10개월 남짓)으로 그리 공들여서 길게 개발한 티는 안 났고 일종의 실험작 같은 느낌의 결과물이었지만, 너무 사실주의에 입각한 ‘버파’와는 다르게 과장된 액션으로 팡팡 터지는 타격감이 먹혀들었다. 이런 과장된 액션 덕분에 ‘버파’라는 게임이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다른 층의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아류지만 괜찮아!).

 

■ 일류인지 아닌지는 유저들이 평가한다

혹평으로 시작해서 상황이 역전되기까지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미 1995년 ‘철권2’를 발매한 시점에서 한국에서만 전체 기판 판매량의 절반을 팔았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런데 소문이 그럴싸했던 이유는 일단 기판 가격 자체가 ‘버파’에 비해 저렴했기에 ‘버파’ 기판은 꿈도 못 꿀 동네 영세한 오락실 주인 아저씨들도 ‘철권’ 정도는 들여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장 확산의 일등 공신은 기판의 가격에 있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었다. 

일본 내에서는 ‘버파2’까지만 해도 ‘버파’의 입김이 워낙 강해서 ‘철권’이 다소 밀리는 양상이었지만, ‘철권3’에 가서는 ‘버파3’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기 시작한다. 처음 ‘버파 3’가 공개됐을 때만 해도 그 놀라운 첨단 CG같은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뛰고 때리고 맞는 모습에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더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것은 다름 아닌 오락실 업주들이었다. 기판의 가격이 ‘철권3’에 비해 몇 배나 비쌌으니 당연히 그럴 수 밖에.

게다가 유저들은 유저들대로 이전 ‘버파3’에서 탈락해가는 현상이 발생했다. ‘버파2’ 보다 사실적인 움직임을 구현한다고 만들어놓고 보니, 의도치 않게 ‘버파3’라는 게임은 마니아들의 게임이 되어갔던 것이다.

[최근 출시한 ‘철권(태켄) 7’]

 

비록 필자는 ‘철권’보다 ‘버파’를 더 오래 했고, 더 많이 했고, 더 많은 애정을 갖고 있지만, ‘철권’ 게임이 시장을 장악하고 결국 승자가 됐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다. 결국 일류인지 아류인지는 유저들이 평가하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시스템을 적용한다던가 사실적인 움직임의 느낌을 제공한다던가 그 밖에 어떤 이유던 간에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이 1등이고 그것이 곧 일류이다(축하한다. 철권! 아쉽다 버파!). 

이렇게 아류로 시작한 ‘철권’이 결국 일류가 되는 과정은 ‘철권3 TT(태그 토너먼트)’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철권3 TT’ 이후 ‘버파’ 시리즈는 점점 자리를 잃고 방출되는 치욕을 맛보게 된다. ‘철권3 TT’의 경우 오락실에 가면 그 후속작인 ‘철권4’보다 더 많은 숫자가 배치되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게임성을 인정받았다.

 

■ 한국의 ‘태권도’ 캐릭터 세계를 주름잡다

게다가 ‘철권’이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배경에는 한국인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남코의 친절한 배려가 있었다. 필자도 ‘철권3’에 가서야 ‘화랑’이라는 캐릭터를 보고 ‘철권’을 시작했을 정도로 ‘화랑’은 당시 애국청년들에게 필수적으로 선택되는 캐릭터였다.

 

(이미지: https://eng.tekkenpedia.com/wiki)

  

이미 전작에서 ‘백두산’ 이라는 캐릭터가 스토리 설정상 ‘화랑’의 스승으로 등장하지만, ‘백두산’은 본격적인 메인 캐릭터라기보다는 구색을 갖췄다는 느낌이 강했던 터라 실제로 선택빈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원래 설정도 중간 보스격으로 등장했다가 기판에 따라(국내 설정) 보스가 바뀌는 등 애초에 일반선택 캐릭터도 아니었고, 고질적인 파워부족에 시달리면서 선택 비율은 전 캐릭터에 비해 높았던 적이 별로 없던 것 같다(BR에서 잠깐 반등하긴 했지만).

그에 반해 제자인 ‘화랑’의 경우 일단 캐릭터의 디자인 자체도 꽤나 풍류적인 면모를 보이면서 기술 또한 화려하기 그지 없었다(사실 너무 화려해서 익히는데 어려움도 있었다). 필자 역시 이 ‘화랑’이라는 캐릭터에 꽂혔는데 그것은 필자가 경주 김씨이며 왕손(경순왕)의 일족이고, ‘화랑’ 역시 전혀 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만큼 익숙한 설정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백제나 고구려의 후손이더라도 한국적인 캐릭터인 ‘화랑’에 정감을 느끼는 한국인 유저들이 많았던 것도 ‘철권3’이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이유 중에 하나이다.

물론 단순히 ‘화랑’이라는 캐릭터 하나가 한국 시장에서 게임을 살렸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게임의 인기에 영향을 준 것만은 확실하다. 개발사인 남코에서도 한국에서의 판매량을 의식했는지 ‘화랑’ 제작에 상당히 많은 공을 들였음은 물론이고 실제로도 국제태권도연맹(ITF, International Taekwon-do Federation)의 황수일 선수를 모델로 하여 모션 캡쳐 작업까지 진행하는 등 다각도로 신규 캐릭터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우리나라 고유의 캐릭터만 등장하는 게임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국의 게임 유저들에게 ‘화랑’은 굉장히 자랑스러우면서 반가운 존재였다. 한편으로는 왜 우리나라는 이런 게임 못 만드나 하는 아쉬움과 하필이면 우리나라 고유의 태권도 캐릭터가 일본인의 손에 의해 만들어 진 것에 대한 애증의 캐릭터이기도 했다(사실 이렇게까지 무겁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전작에서 ‘화랑’의 스승으로 등장했던 ‘백두산’의 태권도가 태권도답지 않다는 국내외의 여론을 의식한 듯, 남코는 많은 부분에 심혈을 기울였고 그런 노력은 고스란히 게임 안에서 빛을 발했다.

(이미지: http://bandainamcoent.co.jp/am/vg/tekken3)

 

실제로 활약하고 있는 태권도 선수의 움직임을 그대로 녹화하고 그 선수가 모션 캡쳐 기법으로 태권도의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며 현실 세계의 기술들이 게임 속 캐릭터에 반영되었다(그가 선보인 기술 중에 몇 가지 고급 기술들은 결국 모션 캡쳐 작업으로도 할 수 없었다고 해서 유명했었다). 격투 게임에서 한국의 태권도를 소재로 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기존의 다른 어떤 게임에서도 이토록 태권도의 화려함을 멋지게 구현해 낸 게임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화랑’의 발차기 기술들을 처음 보면 누가 봐도 뭔가 있어 보이고 멋지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담이지만 ‘철권’의 ‘화랑’이 유명해지기 이전에는 ‘아랑전설2’, ‘더킹오브파이터즈’의 ‘김갑환’이라는 캐릭터가 태권도를 다루는 캐릭터로 등장했었는데, ‘김갑환’ 이라는 정말 주변에 그런 이름이 있을까 싶은 캐릭터 이름은 사실 실존 인물에서 따왔다(필자도 첨엔 게임에서만 등장하는 가상의 이름인줄 알았다).

[유투브: Hwoarang Tekken Motion Capture - ITF Taekwon-Do, Hwang Su Il]

국제태권도연맹의 황수일 선수(철권 화랑 모션 캡쳐)

 

당시 ‘더킹오브파이터즈’의 개발사인 SNK 게임들의 한국 수입을 맡은 빅콤이라는 게임 배급사 업체 사장이 바로 ‘김갑환’ 사장이다. 그는 원래 캐릭터의 이름이 ‘김하이퐁(キム・ハイフォン)’으로 결정된걸 보고 ‘한국에는 그런 이름이 없다’면서 자신의 이름을 캐릭터 이름으로 정해버렸다. 그런데 의외인 점은 김갑환 사장은 실제로 공인 4단의 태권도 고수다(원래 3단이었는데, 태권도를 세상에 널리 알린 점 등의 공로를 인정 받아 특별승단 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게임에서 한국의 태권도를 주연급이나 조연급으로 다양하게 다루었지만, ‘철권’의 ‘화랑’만큼 전 세계인들에게 각인을 시켜 준 게임은 많지 않았고 그 파급력이나 판매량 등의 종합적인 흥행점수를 따졌을 때 역시 ‘화랑’만한 캐릭터가 없다고 생각한다.

[백두산 사범님]

  

그 다음 캐릭터로 앞에서 ‘화랑’의 스승이라 소개했던 ‘백두산’ 사범이 있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게임 중 ‘태권도’는 단지 게임 속에 등장하는 여러 무도인 중에 한 사람 정도로 인식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그렇게 뛰어난 능력은 없었고 애국심으로 그를 선택하는 사람들 이외에는 선택 빈도는 높지 않았다. 

그 이후 그의 제자 ‘화랑’이 등장하고 나서 속된말로 ‘포텐’이 터졌다. ‘철권’의 스토리를 보면 ‘화랑’은 주인공격인 ‘카자마 진’과 친구인 것 같기도 하다가 적수인 것 같기도 하다가 왔다 갔다 하는 사이이긴 하지만 꽤나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하는 캐릭터이다(그런데 1편부터 최근 7편까지 스토리를 잘 읽어보면 ‘화랑’은 진짜 망나니 캐릭터이다).

이렇게 남코가 ‘철권3’ 이후 ‘철권3 TT’까지 흥행 성공을 이어온 배경에는 한국시장을 위한 캐릭터 지원에 애정을 쏟은 것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게임의 완성도면에서도 역대 시리즈 중 손 꼽힐 정도로 잘 만들었기 때문이다(비슷한 시기에 나온 ‘버파3’에는 한국 캐릭터가 없었다). 

하지만 밸런스 부분에서는 유저에 따라 말이 좀 많았는데, 선택 비율에 따라 상하위권 캐릭터가 나뉠 정도로 콤보나 스텝, 캐치 등 전체적으로 유리한 캐릭터와 상대적으로 밀리는 캐릭터가 확연히 구분됐다. 그 중에 ‘카자마 진’ 같은 캐릭터는 솔직히 양심적으로 뭐 그 놈이 다 그 놈이라거나 비등비등하다거나 하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만큼 전체적인 밸런스가 잘 잡혀있어서 늘 선택 비율이 상위에 있는 캐릭터였다.

뭐 어차피 ‘미시마(三島)일가’에서 나온 캐릭터들이 다 해먹는 게임이라고 하면 좀 억지 주장 같지만, 실제로도 미시마 일가의 ‘미시마 카즈야’나 ‘미시마 헤이하치’, ‘카자마 진’, ‘데빌 진, ‘데빌 카즈야’, ‘엔젤(데빌)’ 등이 자주 보였던 걸 보면 상위 클래스이긴 하다(그 놈의 엔젤 눈뽕 레이저 맞고 K.O 된 날에는 기분이 아주 그냥...).

그 외 중상급, 중중급, 하급(거의 선택 되는걸 본 적이 없음) 캐릭터들로 나뉘는 걸 보면 확실히 다수의 유저들의 선택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캐릭터들간의 능력치는 불균등 했던 것이 맞는 것 같다. 실력 없는 목수가 연장 탓한다고 비난해도 그것은 프레임 단위의 게임 운영을 하는 구름 위에 앉아 계신 고수님들의 영역이고, 필자와 같은 막버튼 속세인들은 아무래도 한 방이라도 더 때릴 수 있고 더 데미지가 큰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에 고를 수 있는 캐릭터는 거의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철권3 TT’를 할 때는 내가 정말 잘하고 싶은 캐릭터(이상)와 내가 잘 할 수 있는 캐릭터(현실)를 한 명씩 섞어서 팀을 짰다. 먼저 자신 없는 캐릭터를 내 보내고 ‘운빨로 이기면 좋고 안 되면 뒤에 잘하는 캐릭터로 복수에 성공한다!’는 시나리오를 짜서 게임을 한 적이 많다(그렇게 해도 두들겨 맞기만 하다가 끝난 적이 많지만..).

[철권 3 TT]

 

이렇게 오락실에서 지지고 볶고 (현실에서) 멱살도 잡고 집에 오면 분을 삭히지 못하고 잠을 못 이루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당시 학교 책상에 동그라미 버튼을 그려놓고 열심히 콤보 기술(커맨드)을 가상의 그림 버튼을 눌러가며 연마하던 친구들도 많았다. 그러던 중 ‘철권3 TT’가 소니의 ‘PS2(플레이스테이션2)’로 이식이 되었는데, 사실 업소용(오락실) 게임이 가정용 콘솔 게임기로 이식 된 것 중에 상당수는 그나마 집에서 할 수 있는 게 어딘가 하는 위안 삼는 정도의 게임이 많았던 터라 딱히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나와보니 이것은 엄청난 대박 이식작품이었다. 마치 방금 전 오락실에서 본 것과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킬 만큼의 뛰어난 그래픽의 오프닝 화면과 업소용 게임에 뒤지지 않는 게임 그래픽 등으로 ‘초월이식’이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제대로 알려주었다. 그 당시 ‘PS2’ 필수 구매 품목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타이틀이 바로 이 ‘철권 TT’였다. 거금의 아케이드 기판을 집 안에 턱 하니 들여놓기는 힘들고 아쉬운 대로 게임기를 한 대 샀더니만, 오락실 버금가는 수준의 게임을 집에서 즐길 수 있게 되어 많은 ‘철권’ 팬들이 그 은혜로움에 감격하기도 했었다. 

이렇게 업소(오락실)와 가정에서 환영 받으며 승승장구 하던 ‘철권3 TT’는 벌써 출시된지 18년(1999년 출시)이 다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현역에서 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스타크래프트와 함께 징그럽게 초장수 게임 중 하나다). ‘철권3 TT’를 워낙 잘 만들어 놓은 바람에 다음으로 출시된 ‘철권4’는 ‘철권 3 TT’에서 높아진 유저들의 눈높이와 기대치를 맞추지 못했다. 결국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보이며 아케이드 시장에서 신작임에도 불구하고 전작인 ‘철권3 TT’에 밀리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가정용 콘솔 게임기 타이틀은 제법 많이 팔렸다. 

다음 편에서는 ‘철권4’의 예상외로 저조한 흥행에 깊은 반성을 하고 시리즈 5편에서 다시 한 번 거듭나게 된 이야기와, 그 이후 최근 7편까지의 ‘철권’의 흥망성쇠에 대해 이야기해 볼 생각이다.

 

■ 필자의 잡소리

세가의 ‘버파’ 개발팀들이 소림사까지 다녀오면서 실제 무술을 연마하고 그것을 게임에 반영했던 것처럼 남코의 ‘철권’ 개발팀도 그에 못지 않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모르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데, ‘철권’은 아무렇게나 버튼만 연타하다 보면 어느 정도 ‘운빨’로 이기는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필자도 솔직히 ‘철권’이 처음 나왔을 때 아무렇게나 막 누르는 것처럼 보이는 버튼 연타가 콤보 기술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아 대충 막 누르다 보면 뭐라도 되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특히 자주 하던 ‘에디’라는 캐릭터는 커맨드를 모르고 해도 대충 발 버튼들 누르다 보면 앉았다 일어났다 뒤집어졌다 하면서 연속 발차기 기술이 나왔고 그래서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렇게 게임을 하다 보니 그런 오해들이 생긴 것 같다.

[철권3 – 에디 : 오예! 돈다 돌아! 막 눌러!]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쩌다 먹히는 기술이 들어 간 것뿐이고, 사실 ‘철권’은 아무 버튼이나 막 누르면 기술이 나가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고도의 프레임 단위 심리전과 운영을 해야 하는 게임이다. 그 당시에도 고만고만한 ‘운빨’ 신봉론자들이 모이면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요란했는데, 그 와중에 중수 이상만 만나도 속된말로 발리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고수들은 필자 같이 ‘커맨드 따위 모르고 운빨로 승부한다!’는 어리석은 중생들과 대전을 펼칠 때 버튼을 누르는 모습도 경박하거나 요란스럽지 않고 뭔가 잘 정리 된 수학공식을 쓰는 것처럼 때에 맞게 차분하게 들어 맞는 느낌을 줬다(내가 버튼은 더 빨리 더 많이 누르는 거 같은데 왜 지는 거지?).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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