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엑스포에서 만난 핀콘, 신태훈 작가, 오로라월드, 미로하우스 인터뷰

‘헬로히어로’로 한국 모바일 RPG의 기틀을 마련했던 핀콘이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게임전시회 플레이엑스포에서 신작을 깜짝 공개했다. ‘헬로히어로’에서 15년이 흐른 뒤의 이야기를 담은 수집형 RPG로, 150여종의 영웅과 1000여개의 퀘스트를 자랑하는 다. 정식 후속작이기에 이름도 ‘헬로히어로 에픽배틀’이다.

이번 작품도 유충길 핀콘 대표가 직접 총괄 디렉터를 맡았다. 시나리오는 네이버 웹툰에서 ‘놓지마 정신줄’을 인기리에 연재중인 신태훈 작가가 맡았으며, 완구회사 오로라월드와 미로하우스가 파트너사로 참여해 스마트 토이를 시도한다. 쟁쟁한 개발진과 든든한 파트너사가 모여 전작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유충길 핀콘 대표, 정해성 핀콘 기획팀장, 신태훈 작가, 이홍규 오로라월드 수석연구원, 김정미 미로하우스 대표를 플레이엑스포 현장에서 만났다. 유 대표는 “전시회에 갑자기 참가하게 되면서 개발중이던 빌드를 들고 나오는 바람에 밸런스나 때깔이 부족한 점 이해해달라”고 웃으며 “폴리싱 작업을 끝내는대로 올해 3~4분기 안에 소프트론칭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집형 RPG의 원조 ‘헬로히어로’가 돌아왔다

‘헬로히어로 에픽배틀’은 핀콘이 가장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수집형 RPG 장르다. 퍼즐게임과 같은 캐주얼게임이 주류를 이루던 2013년 핀콘이 내놓은 ‘헬로히어로’는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헬로히어로’의 영향을 받은 수집형 RPG들이 대거 쏟아졌고, 대한민국 모바일게임 시장에 RPG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했다. 그리고 약 4년 뒤 핀콘은 다시 도전자의 입장에서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수집형 RPG의 정수를 꿰뚫으면서도 새로운 것을 추가로 보여줘야 하는 어려운 입장이 됐다.

기본적인 틀은 ‘헬로히어로’가 만든 수집형 RPG의 공식을 따른다. 유 대표는 “전작의 재미있는 요소를 다 배제하고 새로운 것만 추구하다가는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고 웃은 뒤 “그렇다고 똑같은 게임을 만들 수는 없지 않냐. 그게 개발자이자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로서의 딜레마”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부분은 기존 프레임을 유지하면서 진일보했고, 어떤 부분은 새롭게 바꾸었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가 자랑하는 ‘헬로히어로 에픽배틀’만의 특장점은 네가지다. 첫번째는 한국 RPG에서는 보기 드물게 세로화면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개발 초기에는 세로화면과 가로화면을 동시에 지원했는데, 둘 다 고집하다가는 깊이 있는 사용자경험(UX)을 주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 와중에 테스트에 참가한 인원들이 모두 세로화면으로 게임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유 대표는 고민 끝에 세로화면으로 결정했다. 그는 “처음에는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계속 즐기다 보면 조작감 측면에서 더 낫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번째는 시나리오 세분화다. ‘헬로히어로 에픽배틀’에 등장하는 150여종의 영웅들은 모두 개인 에피소드를 갖고 있다. 유 대표는 “사용빈도가 낮은 하위등급 영웅도 게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며 “신태훈 작가와 협의해 사이드 스토리로 사용될 수 있는 독창적인 개인 시나리오를 일일이 만들었다”고 말했다.

세번째는 캐릭터의 착장을 커스터마이즈해 자신만의 영웅으로 꾸밀 수 있다는 점이다. 모자, 의복, 무기 등을 파츠처럼 교환할 수 있으며, 이렇게 착장이 바뀌면 외형은 물론이고 능력치도 변화한다. 수백 종류의 영웅 중 일부만 사용되는 ‘국민덱’이 고착화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유 대표는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수집하는 부수적인 재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레나와 같은 PvP 전투에서도 덱의 다변화를 유도했다. 프로레슬링의 ‘로얄럼블’처럼 일정 시간마다 덱에 넣은 영웅이 아레나에 투입되는 방식인데, 약한 영웅은 1초 단위로 들어오고 강한 영웅은 4초 단위로 들어온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에서 저글링 러쉬로 초반에 게임을 끝내거나 후반까지 버티면서 울트라리스크 체제를 갖추는 것처럼 다양한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유 대표는 “어떤 덱이 좋은지는 그때 그때 다르다”며 “덱이 획일화되지 않게 노력했다”고 말했다.

‘메이플스토리’처럼 출판만화도 만들고파

‘헬로히어로 에픽배틀’은 스토리를 강조한 게임이다. 그러나 모바일게임 유저들은 텍스트 위주의 시나리오를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머리 아프다며 스킵 버튼을 누르기 일쑤다. 부담 없이 시나리오를 즐기게 하려면 애니메이션처럼 쉽게 풀어야 했다. 게임 시나리오 전문 인력이 아닌 신태훈 작가가 게임 시나리오를 맡은 이유다.

신 작가는 “제 작품 놓지마 정신줄의 유머 코드가 시나리오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절대로 그렇지 않고, 내 나름대로 진지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절대로 정신줄 놓은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웃었다.

신 작가는 핀콘과 손을 잡기로 결정하면서 게임과 만화가 동반 성공한 ‘메이플스토리’의 사례를 떠올렸다고 했다. 그는 “헬로히어로는 어린 아이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건전한 게임”이라며 “출판만화로 나와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핀콘의 입장이 아닌 신 작가의 개인적인 목표다. 이어 “게임에 추가되는 영웅들이 아이들한테는 하나하나 사연이 있는 만화 캐릭터처럼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른 IP와 콜라보를 하거나 해외 진출시 지역색이 도드라지는 영웅도 추가할 수 있도록 세계관을 열어놓았다. 이를 테면 중국에서는 중국 스타일의 특별한 영웅이 나올 수 있으며, 미국에서는 쌍권총을 든 카우보이 영웅이 나올 수 있다. 신 작가는 “주인공 혼자서 세상을 구할 수 없는 세계관”이라며 “최대한 많은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과 완구의 결합 첫 시도… 한국의 ‘스카이랜더’ 나오나

핀콘이 완구업체 오로라와 손잡고 ‘헬로히어로 에픽배틀’에 등장하는 영웅들로 스마트 토이를 만든다는 점도 관심을 끈다. 스마트 토이란 피규어에 NFC(근거리무선통신)칩을 탑재해 피규어를 구매한 유저가 게임 속에서 해당 캐릭터를 얻을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액티비전의 ‘스카이랜더’나 디즈니의 ‘디즈니 인피니티’ 등 최근 북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완구 트렌드로, 한국에서는 첫 시도다.

이홍규 오로라월드 수석연구원은 “우리는 완구업체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철학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핀콘의 게임은 정서적으로 건강하고 말초적인 자극을 주지 않아서 이번 파트너십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원래 게임을 완구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이번에 오로라월드에서 제안을 해줘서 기쁘게 수락했다”며 “완구가 말을 하거나 불빛을 내거나 게임에서 버프를 주는 등 우리만의 독특한 색깔을 내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게임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 피규어를 강제로 사야 하는 건 아니냐는 질문에 유 대표는 “해당 캐릭터가 없어도 게임은 무리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물론 장단점이야 있겠지만, 색다른 시도를 한다는 점을 봐달라”고 말했다.

이번 협업을 통해 게임업계와 완구업계가 어떤 상승 작용을 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헬로히어로 에픽배틀’이 성공한다면 IP의 인지도가 높은 기존 게임들까지 스마트 토이가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미 미로하우스 대표는 “시너지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이번 협업을 계기로 시장이 좀 더 커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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