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변호사 “장시간 야근-공짜야근...게임업계 전근대 노동관행 바뀌어야”

김남주 변호사 “장시간 야근-공짜야근...게임업계 전근대 노동관행 바뀌어야”

5월 1일 노동절(근로자의날)부터 9일 투표일까지 긴 연휴가 시작된다. 각급 학교는 단기방학을 실시하고, 직장에서도 징검다리 근무일에 휴업 방침을 세운 회사가 많다고 한다. 좋은 날씨에 반가운 휴식이다.

노동절이 직장인들에게 주는 의미가 꿀 같은 연휴의 시작이겠지만, 현재 게임업계에 노동절이 주는 의미는 그뿐만이 아닌 것 같다. 노동절은 1886년 미국에서 8시간 노동제를 쟁취하기 위해 총파업을 벌인 날을 기념해 제정되었다.

게임업계는 120여 년 전 주장됐던 “8시간 노동제가 정착되었나?”에 대한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할까. 대답은 “명백히 8시간 노동제가 정착되지 않았다”일 것이다. 한국의 노동시간이 긴 건 잘 알려져 있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 근로자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2113시간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2246시간)를 제외하면 가장 길다. OECD 회원국 평균인 1766시간보다 347시간 더 오래 일한다.

그 중에서도 게임업계는 살인적이다. 출시가 가까워 오면, 밥 먹을 시간 씻을 시간 옷 갈아입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연속 노동에 시달린다. 장시간 노동과 관련성은 입증되진 않았지만, 지난해엔 게임사 직원이 돌연사로 사망하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에서 만연한 장시간 노동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최근 인기 절정인 대선 토론회에서도 IT업계의 장시간 근로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심상정 후보가 “정보기술(IT) 노동자들이 일하는 구로디지털단지에 ‘오징어배 떴다’는 말이 유행하는데 안 후보는 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안철수 후보에게 질문하면서 화제가 됐다. ‘공짜 야근’이란 신조어도 탄생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게임업계 월간 노동시간이 다른 업종보다 약 30시간 길다고 한다. 연장근로수당을 못 받았다는 근로자도 60%나 됐다. 한 업체는 소속 직원 중 30%가 36시간 연속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필자가 법률 자문을 받다 보면, 부당해고로 보이는 퇴사 강요 사례도 있었다. 또 요즘 불경기로 인해 게임업체가 도산하고 임금을 체불하는 사례도 많다. 연장근로 수당 등이 고정된 포괄임금제 계약을 하고 각종 수당을 미지급하거나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휴게, 휴가를 주지 않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게임산업이 기술은 최첨단일지 몰라도 노동관행은 전근대적이다. 게임업계의 노동 문제가 여론화 되다 보니 고용노동부에서는 게임업체의 근로관계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였고, 그 후속조치로 게임업체에 대한 근로감독을 추진하고 있어 많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모범적인 게임업체도 많을 것이다. 또 경영진 입장에서도 피치 못할 사정을 제시한다. 대체로 이런 이유다. ▶게임의 라이프 사이클이 워낙 빠르다. ▶퍼블리셔와 같은 계약 상대방의 독촉이 심하다. ▶만성적으로 자금이 부족해서 수당을 다 지급하기 어렵다.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게임이 대박나면 이익의 일부를 공유하고 있으니 불공평한 건 아니다. ▶우리 회사만 그런 게 아니고 만연한 관행이다.

이런 이유가 어느 정도 이해가 안가는 건 않는 건 아니지만, 장시간 노동을 정당화할 정도는 되지 못한다. 경영진은 사업계획을 짤 때부터 근로기준법을 준수한 인건비를 가정해 사업성을 분석하고,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했어야 한다. 사업성이 없다는 리스크를 근로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어겨가며 전가하는 것은 허용되기 어렵다. 게임업계의 노동관행이 불법인 것은 더 설명하지 않아도 경영진이나 직원들이 잘 알 것이다.

장시간 노동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나 최종적으로는 생산에 효율적이지 않다는 잔소리를 늘어놓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어떠한 사정이 있더라도 최소한의 규율인 근로기준법은 지켜져야 한다. 청년 전태일이 40여 년 전 자신의 몸을 사르며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쳤지 않은가? 이런 불법 관행을 차제에 뿌리 뽑지 못한다면 게임업계 경영진은 미싱을 밟던 어린 여공들에게 혹독한 노동을 시켰던 악덕 작업반장이나 사장님과 다르지 않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즐거운 연휴 초입에서 한국 미래 먹거리 산업인 ‘게임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노동절 연휴가 되길 기대해 본다.

변호사 김남주

[김남주 변호사]

김남주 변호사는?
대표변호사로서 법무법인 도담을 이끌고 있다. 세습 없는 산업인 게임과 컨텐츠산업, IT 스타트업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고, (사)한국모바일게임협회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게임인들의 법률적 애로를 풀어주려 노력하고 있다.

법무법인 도담은?
40세-경력 10년 내외의 중견 변호사들 6명(한국변호사 5명, 미국변호사 1명)에 의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실력있는 로펌"이 되고자 설립되었다.국제소송에서부터 이혼소송까지 대부분의 주요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법무법인 도담이 수행한 사건 중 사회적 주목을 받은 사건은 가로수길 곱창집 명도 사건, 유명 남성 그룹 전속계약무효 사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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