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크립톤 유스케 쿠마가이 매니저, 하츠네 미쿠 개발 과정 밝혀

일본 크립톤 퓨처미디어의 유스케 쿠마가이(Yusuke Kumagai) 매니저가 유명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의 탄생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유스케 쿠마가이 크립톤 퓨처미디어 매니저는 26일 경기도 판교에서 진행된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에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이날 하츠네 미쿠를 위해 지난 10년 간 크립톤 퓨처미디어가 기울인 노력과, 향후의 사업 계획과 비전 등을 소개했다.

크립톤이 개발한 하츠네 미쿠는 보컬로이드라 불리는 일본의 사이버 가수 캐릭터로, 올해로 탄생 10주년을 맞았다. 크립톤은 ‘크레이에터를 위한 크리에이터’를 모토로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회사다. 음악 관련 툴과 소프트웨어, 음악 레이블, 모바일 게임, VR/AR 등 다양한 콘텐츠를 취급한다.

하츠네 미쿠는 2007년에 탄생한 보컬로이드 캐릭터다. 전 세계에 하츠네 미쿠 관련 음악은 50만곡, 유튜브 콘텐츠는 200만개에 이른다. 그는 “정확한 수치는 아무도 파악하지 못하지만 이정도 될 것이라 추측한다”고 말했다. 하츠네 미쿠는 중국, 홍콩, 타이완, 미국, 멕시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에서 콘서트도 열었다. 일본 밴드 범프오브치킨, 세계적인 가수 레이디 가가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유스케 쿠마가이에 따르면 컴퓨터로 가수의 목소리를 합성시켜 노래로 만드는 보컬로이드 제품은 2004년 야마하가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는 “타깃 설정이 잘못됐고, 기술적으로 리얼한 목소리를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츠네 미쿠는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보컬로이드 목소리는 사람의 목소리와 다르면 부정적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이를 장점으로 만들 수 없을까 생각했다. 크립톤은 하츠네 미쿠를 안드로이드로 설정했고, 기계이기 때문에 당연히 인간처럼 노래할 수 없다는 것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그는 “하츠네 미쿠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존재로 설정했다”며 “다소 어눌한 노래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것을 특징으로 발매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에 나온 보컬로이드는 실제 프로 가수가 녹음한 음성을 데이터로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하츠네 미쿠는 가수가 아닌 성우를 섭외했다. 성우의 목소리를 활용하면 훨씬 재미있는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는 “가수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표현 수단이니 성우를 섭외한 것”이라며 “보컬로이드라는 것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아, 처음에는 수많은 성우들에게 거절당했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사이버 아이돌’이라는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일러스트를 도입했다. 그는 이날 하츠네 미쿠 초기 디자인 콘셉트 이미지를 공개했다. 당시에는 머리카락을 한 갈래로 묶은 형태였다. 이후 디자인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양 갈래로 묶은 형태로 발전했다.

그는 “머리카락을 한 갈래로 묶을 것이냐, 아니면 양 갈래로 할 것이냐를 두고 개발팀에서 큰 논쟁이 벌어졌다”며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논쟁했는지 모르겠다”며 웃음을 보였다. 넥타이의 컬러, 스커트의 무늬 등도 세심하게 다듬어 갔다.

크립톤은 하츠네 미쿠 캐릭터를 개인들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 정책을 정비했다. 하츠네 미쿠의 이미지를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라면 일반 크리에이터들도 창작할 수 있게 했으며, 2차 창작물에 사이트도 만들었다. 실제로 이 사이트에 업로드 된 작품이 게임이 되거나, 학교 교가로 쓰인 사례도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하츠네 미쿠 콘서트가 열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하츠네 미쿠 콘서트는 사이버로 이뤄지기에 돈이 거의 들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CG를 사용하기에 굉장히 많은 돈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북미 대륙을 횡단하는 투어 콘서트 형식으로 하면서 비용을 낮출 수 있었고, 타이완, 홍콩 등의 경우 기업의 후원을 받아 진행할 수 잇었다”며 “한국도 그런 기업이 나타나 스폰서가 돼 주신다면 콘서트도 진행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하츠네 미쿠는 버전업이 될 때마다 새롭게 녹음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음성 합성을 진행한지 10년 정도 되어 노하우가 쌓였기에 매번 실험을 하는 마음으로 녹음을 한다는 것이다. 유스케 쿠마가이 매니저는 “결과적으로 음성은 많이 향상돼 사람 목소리에 가깝게 나오게 됐다”며 “앞으로도 더욱 리얼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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