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리콜’ 개발 3人 닉 와이팅, 닉 도널드슨, 제롬 플래터스 인터뷰

에픽게임즈가 개발한 가상현실(VR)게임 ‘로보리콜’은 현존하는 VR게임 중 가장 잘 만든 게임 중 하나로 꼽힌다. 이렇게 언리얼엔진4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 높은 그래픽 퀄리티와 몰입감 넘치는 사용자 경험을 구현한 게임은 흔치 않다. 구글이 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내놓을 때마다 플래그십 레퍼런스폰을 만드는 것처럼, 에픽게임즈도 자사가 직접 개발한 ‘로보리콜’로 VR게임 개발자들에게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로보리콜’은 지난 3월 2일 오큘러스 스토어에 무료로 공개됐다. 유저가 직접 게임에 새 콘텐츠를 추가할 수 있는 모드 에디터 ‘로보리콜 모드킷’도 함께다. 에픽게임즈의 통 큰 인심에 전세계 VR유저들이 호평을 보내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게임 출시를 마치고 달콤한 휴가를 보내고 있을 ‘로보리콜’의 핵심 개발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에픽게임즈코리아가 개최하는 언리얼엔진 개발자 컨퍼런스 ‘언리얼 서밋 2017 서울’에서 관련 기술 및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컨퍼런스를 하루 앞둔 21일, 에픽게임즈의 닉 와이팅 테크니컬 디렉터, 닉 도널드슨 리드 디자이너, 제롬 플래터스 리드 아티스트가 기자들과 만나 ‘로보리콜’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들이 ‘로보리콜’ 개발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상호작용이다. VR게임 유저들은 게임 속 각종 오브젝트를 하나하나 만지고, 눈 가까이에 가져가 살펴보고, 상호작용하면서 가장 큰 재미를 느낀다는 설명이다. 도널드슨은 “로보리콜의 전작인 불릿트레인을 통해 상호작용이 가장 재미있는 요소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로보리콜에서는 로봇을 들어올리고, 로봇 팔을 잡아 뜯는 등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유저들이 쾌감을 느끼도록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플래터스도 “사람들이 오브젝트를 가까이에서 관찰하려고 해서 디테일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덧붙였다.

유저들이 멀미를 느끼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했다. 이를 위해 ‘로보리콜’은 걸어서 이동하는 방식이 아니라 콘트롤러로 지정한 영역에 순간이동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와이팅은 “제작 초기에는 직접 걸어다니는 방식도 고려했었다”며 “하지만 멀미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 출시 이후 유저들이 (직접 걸어다니는) 모드를 만들어내더라”며 “총 대신 고양이를 들고 있는 고양이 모드나 시간이 매우 느려지는 모드 등 유저들이 마음 내키는대로 만들어낸 모드가 많다”고 덧붙였다.

에픽게임즈는 게임 출시 이후 더 이상 콘텐츠를 업데이트하지 않을 생각이다. 컷신 건너뛰기와 같은 편의 기능과 언어를 추가할 생각은 있지만, 콘텐츠 개발은 파트너사와 유저들에게 일임할 계획이다. 도널드슨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업체와 제휴를 맺은 상황”이라며 “한국어도 조만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언리얼엔진4가 다른 VR엔진과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으로는 ‘블루프린트 비주얼 스크립팅’을 꼽았다. 이 기능은 프로그래밍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도 게임 플레이 메카닉을 만들거나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거나 다양한 상호작용을 구현할 수 있게 해준다.

도널드슨은 “나는 프로그래머가 아니지만, 이 기능 덕분에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며 “블루프린트가 로보리콜의 문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와이팅도 “프로그래머가 아닌 다른 팀원들도 블루프린트를 통해 자신이 낸 아이디어를 빠르게 테스트해볼 수 있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프로그래밍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언리얼엔진4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로보리콜’ 이후의 거취는 결정되지 않았다. 1년간 열심히 만들었으니 당분간은 휴가를 즐길 생각이다. 와이팅은 “로보리콜 개발팀은 총 15명인데, 이들의 재능을 에픽게임즈 본사에서 그냥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무언가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될 것은 확실하지만, 아직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VR산업의 미래에 대해서는 느리지만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도널드슨은 “VR산업 선두주자인 페이스북조차 향후 10년간은 수익을 내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며 “케이블을 주렁주렁 달고 있어야 하는 등의 기술적인 한계는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예상되며, 앞으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시장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와이팅은 몇 년만 기다리면 VR게임이 활짝 꽃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콘솔게임기 시장에서도 하드웨어가 출시된지 3~4년이 지나야 AAA게임이 나오기 시작한다”며 “지금 VR게임시장은 대작을 만들기 위한 준비 과정이고, 이렇게 노하우가 쌓인 후에는 킬러콘텐츠가 될 게임이 반드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플래터스는 게임 이외에도 VR을 활용할 수 있는 산업이 많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실제 VR이 많이 사용되는 곳은 자동차 디자인과 같은 엔터프라이즈 영역”이라며 “VR산업이 점차 성장한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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