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모바일게임 성공신화 ‘오늘도환생’…신명용 이꼬르 대표 인터뷰

2014년 10월, 중소개발사 이꼬르는 혹독한 초겨울을 맞았다. 이미 게임 여러 개를 말아먹은 상황이었다. 엘도라도로 떠올랐던 게임업계는 어느새 버려진 폐광보다 못한 곳이 됐다. 더 이상 ‘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 같은 성공신화는 나오지 않았고, 카카오 플랫폼에 우후죽순 등장했던 동료 게임사들은 하나둘 자취를 감췄다. 이꼬르 설립 이래 최대의 위기가 닥쳤다.

신명용 이꼬르 대표는 해결책을 찾아나섰다. 주위를 살펴보니 황무지같은 게임업계에도 살아남은 게임사들이 있었다. 비결을 물었더니 공통된 대답이 돌아왔다. 물량공세였다. 그 중 한 곳은 “게임은 3시간만 하고 버린다는 생각으로 만든다”고 했다. 실제로 그 회사는 이틀에 한 개 꼴로 게임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 중 대부분이 망했지만 몇 개는 살아남아 회사의 캐시카우가 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신 대표도 비슷한 노선을 따라가기로 결심했다. 적어도 3개월에 게임 하나씩은 내놓기로 결정했다. 그 첫 타자로 개발자 입장에서는 만들기 쉽고, 유저 입장에서는 배우기 쉬운 RPG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2015년 6월에 개발을 시작해 4개월만에 뚝딱 완성한 그 게임이 바로 방치형 RPG ‘오늘도환생 차원의기사단(이하 오늘도환생)’이다.

‘오늘도환생’은 유저가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스테이지가 진행되는 아이들(idle) 장르 RPG로, 무한한 성장과 화려한 자동전투가 장점인 게임이다. 비슷한 동종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최고층 스테이지까지 올라갔다가 환생하여 다시 1층부터 시작하는 환생 시스템을 핵심 콘텐츠로 내세웠다.

물론 첫 술부터 배가 부를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예상 외로 ‘오늘도환생’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출은 하루가 다르게 껑충 뛰어올랐다. 2015년 10월부터 2016년 4월까지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4300원, 결제유저당평균매출(ARPPU)은 6만6700원에 달했다. 미니게임 위주로 만들어왔던 이꼬르에게는 무척 고무적인 결과였다.

결국 신 대표는 물량공세 대신 ‘오늘도환생’에 집중하기로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미흡했던 부분을 뜯어 고쳤고, 2016년에는 글로벌에도 론칭했다. 글로벌 출시 이후 ‘오늘도환생’의 지표는 눈에 띄게 상승했다. 2016년 11월 일매출 3500만원을 돌파했으며, 다음 달에는 일매출 5000만원에 도달했다. 급기야 2017년 1월에는 일매출 1억원을 찍었다. 일일평균이용자수는 한국 6만~7만명, 해외 26만~27만명에 달한다. 중소게임사 게임으로서는 근래 좀처럼 보기 드문 기록이다.

내놓는 게임마다 족족 말아먹던 이꼬르는 이제 없다. 대신 ‘오늘도환생’의 대성공으로 중소게임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른 이꼬르가 있다. 3월 말 게임톡과 만난 신 대표는 “오늘도환생이 이렇게 크게 성공할줄은 우리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웬만한 해외 마켓 100위 안에는 다 진입했으니, 이제 50위 안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미소지었다.

무한대로 성장하는 재미, 억누르지 않았다

적은 인원으로 짧은 시간에 완성되긴 했지만, ‘오늘도환생’은 대충 만든 게임은 아니다. 신 대표는 개발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지켜야 할 몇가지 원칙을 세웠다. 그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원칙은 유저의 성장을 방해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RPG는 캐릭터를 계속 성장시키는 재미로 하는데, 개발자가 콘텐츠 소진이 두려운 나머지 최고레벨을 제한하면 몰입감이 떨어질 우려가 있었다.

신 대표는 “우리도 전작에서는 최고레벨에 제한을 뒀다. 사흘만에 콘텐츠가 다 털리면 안되니까. 나도 모르게 그렇게 유저의 성장을 억누르는 개발 공식을 따라가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유저들이 초반에 게임에 몰입하게 하려면 무한한 성장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는 “고스톱이나 포커도 판돈이 커질수록 더 재미있는 법”이라며 “유저들이 인플레이션에 매력을 느끼도록 레벨과 재화 등 숫자에 제한을 없앴다”고 말했다. 현재 ‘오늘도환생’의 레벨은 1만5000레벨을 넘어섰고, 재화는 10의 340제곱을 넘겼다.

유저의 자산을 고스란히 지켜주는 것도 대원칙 중 하나였다. 일반적인 RPG에서는 제작 아이템을 분해하면 일부 재료만 환급해주기 때문에 손해를 본다. 하지만 ‘오늘도환생’에서는 보석으로 칼을 만들었다가 다시 분해하면 보석을 100% 돌려받는다. 신 대표는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자산을 망가트릴까봐 두려워하는 심리로부터 유저들을 해방시키고 싶었다”며 “덕분에 게임의 자유도가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유저들이 허들구간을 뛰어넘는 방식으로는 소위 노가다라고 불리는 단순 반복 작업을 지양했다. 신 대표는 “대부분의 게임들이 허들을 만나면 무한 노가다로 성장해서 넘기도록 강요한다”며 “우리는 단순히 스탯만 올린 몬스터 대신 속성이 바뀌는 몬스터로 허들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가령 초반에는 지상 근접 몬스터만 나오다가 어느 순간 공중을 비행하는 몬스터를 투입시키고, 또 어느 순간 물리 데미지 면역인 몬스터를 등장시키는 식이다. 유저들은 노가다가 아닌 새로운 캐릭터를 영입하고 키워서 대처하는 방식으로 허들을 넘게 된다.

신 대표는 “신규 업데이트를 기획할 때마다 초반에 세웠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지 고민한다”며 “만일 무한한 성장을 조금이라도 방해할 것 같으면 업데이트를 원점으로 돌린다”고 말했다. 이같이 초심을 지켰더니 론칭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초창기 유저들 상당수가 게임을 즐기더라는 설명이다.

발번역으로 욕 먹었다… 번역 도와준 300명 유저에 감사

신 대표가 게임을 글로벌에 론칭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번역이다. 그는 “예산이 한정적이면 마케팅 말고 번역에 우선 돈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영어만 지원해도 영어권 국가에서 유입되는 유저들이 쏠쏠하다는 설명이다.

‘오늘도환생’의 경우 글로벌 론칭할 때 7개국 언어를 지원했는데, 비용을 싸게 부르는 업체에 번역을 맡겼더니 결과가 엉망이었다. 신 대표의 표현에 의하면 ‘발번역’ 투성이였다. 그는 “해외 유저들에게 정말 욕을 많이 먹었다”고 웃으며 “발번역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발번역은 십시일반 유저들이 나서서 해결했다. 신 대표는 “영어권 유저와 페이스북으로 대화를 하는데, 이렇게 부실한 번역은 처음 봤다고 하더라”며 “그러면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그 유저가 정말 이해가 쏙 되는 간결한 표현으로 바꿔줬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여기에 착안해 게임 내 유저들에게 번역을 도와달라고 공지를 올렸고, 하루만에 도와주겠다는 메시지를 100여개 받았다. 그는 “특히 결제액이 높은 유저들이 게임 이해도가 높아서 그런지 번역을 정말 잘해줬다”며 “그래서 우리 게임 스페셜 땡스투에는 무려 300명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고 자랑했다.

신 대표는 인게임 동영상 광고로 벌어들이는 매출도 상당다고 귀띔했다. 5000만원의 일매출 중 500만원 가량은 동영상 광고에서 나온다는 설명이다. 그는 “마켓 수수료를 떼는 아이템 판매 수익과는 달리, 동영상 광고 수익은 온전히 우리가 다 가져올 수 있다”며 “오늘도환생의 광고 수익은 iOS에서 2위, 안드로이드에서 5위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중소개발사들을 위한 팁을 알려달라는 질문에는 “퍼블리셔가 정답이 아니다”라는 답을 내놓았다. 퍼블리셔가 맡아서 잘 되는 게임은 어차피 직접 서비스를 해도 잘 됐을 게임이라는 것. 신 대표는 “대형 퍼블리셔와 수익을 분배하는 구조에서는 유저의 지갑을 쥐어짤 수 밖에 없다”며 “퍼블리셔 찾기가 여의치 않다면 차라리 직접 서비스를 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주변의 일부 게임개발사들이 한국 서비스에만 올인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차라리 업데이트를 한두달 늦추더라도 글로벌로 나가는 편이 좋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한국에서 들어오는 매출로 먹고 살고, 글로벌 매출은 마케팅에 전부 투자하면 된다”며 “론칭 초반에는 1인당 300~500원으로도 집행할 수 있는 페이스북 광고가 효율이 좋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이꼬르는 전세계 방치형 RPG 장르에서 확고한 1인자로 자리잡을 생각이다. 신 대표는 “마켓에서 아이들(idle) RPG로 검색하면 우리 게임이 제일 먼저 뜬다”며 “이 장르를 잡아먹는 것이 목표”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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